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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aS, PM, C-ITS, PLS 뜻 아십니까…난수표 같은 행정용어

영어 써야 폼난다?…한글보다 알파벳 조어 사용 지자체들
주민들은 어리둥절…정보 접근에 장벽, 공론문화 저해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2021-10-09 05:00 송고
(한글문화연대 제공) ©뉴스1
(한글문화연대 제공) ©뉴스1

갈수록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 마치 '난수표'와 같은 행정용어가 난립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정책들을 무방비 상태에서 접하고 수용해야 할 주민들의 입장에선 어리둥절하다. 
제575돌 한글날(10월 9일) 맞아 우리말의 소중함이 관공서와 공공기관에서부터 도외시 되는 세태가 씁쓸하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최근 대전교통공사 설립을 골자로 한 공공교통 혁신전략을 제시하면서 ‘대전형 MaaS’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MaaS가 도대체 뭐야?” 시 브리핑 자료를 본 기자들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대전시는 최근 ‘대전형 MaaS‘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뉴스1 최일 기자
대전시는 최근 ‘대전형 MaaS‘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뉴스1 최일 기자

MaaS는 ‘Mobility as a Service’의 약자로 지하철·버스·철도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최적화된 정보와 결제를 제공하는 통합교통서비스를 지칭하는데, “너무나 생소하다”, “뭐라고 읽어야 하나”, “굳이 이런 표현을 써야 하느냐”라는 시민들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허 시장이 MaaS의 개념을 설명할 때 ‘PM’, ‘C-ITS’ 등의 용어도 함께 사용됐는데, PM(Personal Mobility)은 개인형 이동장치. C-ITS(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를 뜻한다.

대전시는 8일까지 ‘원도심 커플브리지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그런데 타이틀만 본 시민들 사이에서 “청춘 남녀(커플)의 연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냐”, “커플을 연결(브리지)해주는 사업이냐”라는 반문이 나왔다.

‘©뉴스1 최일 기자
‘©뉴스1 최일 기자

커플브리지(Couple bridge)는 중구 대흥동과 동구 원동을 잇는 보도교(步道橋)로, 이번 공모전은 대전천 위에 설치된 보도교와 그 주변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발굴하고자 마련됐는데, ‘커플’이란 표현에 연애와 결혼 기피 현상을 완화할 대책으로 이해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던 것.

주민들을 어리둥절케 하는 행정용어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각종 공문서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전파 식별 △PLS(Positive List System)-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범죄예방환경설계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키오스크(Kiosk)-무인 안내기·단말기 △스마트워크(Smart work)-원격 근무 등 수많은 외국어와 외래어,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 제공) ©뉴스1
(한글문화연대 제공) ©뉴스1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과 함께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글문화연대는 “정책용어, 행정용어, 법률용어 가운데에는 거버넌스, 커뮤니티 케어, 코호트 격리, DTV/LTI, IOT 등 국민이 알아듣기 어려운 외국어가 많다. 이에 건강과 안전, 재산과 복지, 권리와 의무, 기회와 분배 등을 다루는 공적인 정보에 국민이 선뜻 다가가기 힘들다. 외국어 능력에 따라 국민의 알권리를 차별할 위험마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언어가 어려우면 정책 집행의 효율도 떨어진다. 특히 외국어를 남용하면 정보에 벽을 쌓는 꼴이 된다. 생소한 단어 때문에 공적 소통에서 좌절을 경험한 국민이라면 공론장에 참여하길 꺼릴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약화로 이어진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건강한 공론의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선 알기 쉬운 공공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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