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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버클리 음대' 출신 작곡가? 사람 죽인 '사이비 교주'

교회 전전하며 피해자 물색…"하나님 목소리 들린다" 세뇌
다른 피해자 3명엔 4억원 갈취…상습 구타·폭행도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21-10-09 07:00 송고
© News1 DB

평소 외조부모와 사이가 각별했던 A씨(여)는 2011년 외할머니가 사망하고, 이듬해 외할아버지마저 병환이 위중해지자 충격에 빠졌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시기, A씨는 학교 선배의 소개로 김모씨(현재 49세)를 처음 만나게 됐다. 김씨는 A씨의 고민에 공감하며 함께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얻었고, 종교적 멘토도 자처했다.

그러나 김씨는 여러 교회를 떠돌아다니면서 자신과 '주종관계'를 맺을 피해자를 찾는 사악한 인물이었다. 자신을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작곡가로 소개하고 다녔지만 이 또한 거짓이었다.

김씨는 "나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는 자이고, 나의 말은 하나님이 나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A씨를 세뇌했다. 마치 교주처럼 행세하며 자기 뜻대로 A씨를 지배·조종하면서 노예처럼 부렸다.

김씨는 A씨를 하인처럼 부리면서 청소, 설거지, 빨래, 요리 등 집안일을 시켰다. A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김씨의 집에서 김씨의 아들을 돌보는 일을 주로 하다가 자정 무렵에서야 귀가하기도 했다.

학교도 휴직한 채 김씨가 지시하는 일을 해오던 A씨는 김씨의 연락을 피하며 착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 일로 김씨는 분노와 배신감을 가졌고, 결국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2018년 6월 김씨는 A씨의 거주지로 찾아가 손으로 얼굴과 목, 몸통 등을 여러 차례 때리고 방바닥에 넘어진 피해자의 배를 발로 수회 힘껏 밟았다.

김씨는 A씨가 쓰러져 있는데도 아내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119에 신고했다. 119에 신고하면서도 "20대 여성이 쓰러져 있고 이마를 어딘가에 부딪힌 것 같다"며 우연히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됐단 내용으로 허위 신고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복강 파열과 이로 인한 복강 내 대량 출혈로 숨졌다.

그런데 수사 결과 피해자가 3명이나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고등학교 동창, A씨에게 김씨를 소개해준 학교 선배, 김씨를 교회에서 알게 된 B씨 등이었다.

김씨는 상습적으로 그들을 나무 막대기나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는 등 폭력을 일삼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잠적했다는 이유만으로 갈비뼈 9개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당했고, 진료가 조금만 늦었다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김씨는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돈을 바쳐야 하고, 통장에 돈이 있어선 안 된다"는 말을 하나님으로부터 들은 것처럼 꾸며내 수시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직접 현금입출금기에 가서 현금을 뽑도록 했고, 마치 자신도 괴롭고 싫지만 하나님의 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아 가는 것처럼 행세했다. 세 사람으로부터 헌금 명목으로 받은 돈만 4억원에 달했다.

김씨는 살인, 특수중상해, 사기, 상해,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순수한 신앙심을 악용해 이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짓밟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악하고 죄책 또한 무겁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A씨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결에 검찰과 김씨 모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김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징역 30년형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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