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기자의눈] 당사자는 이제 없는데…故변희수 '전역 취소' 판결

軍의 사과는 없었다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1-10-08 09:51 송고 | 2022-01-10 09:16 최종수정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7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변 전 하사 승소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7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법원의 변 전 하사 승소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에 대해 "전역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작년 1월 전역조치 이후 1년9개월, 그리고 그가 올 3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7개월 만의 일이다.
육군 기갑부대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지난 2018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트랜스젠더'가 됐다. 그러자 육군은 그에게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전역시켰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알리며 '군에서 계속 복무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군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상황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우리 군에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육군은 앞서 성전환 수술에 따른 변 전 하사의 신체변화 자체를 '장애'라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전지법 행정2부는 7일 변 전 하사가 숨지기 전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변 전 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수술 후 원고(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수술 직후 법원에서 성별 정정 신청을 하고 이를 군에 보고한 만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 판단 당시엔 당연히 여성을 기준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환된 여성으로서 현역복무에 적합한지는 궁극적으로 군 특수성 및 병력운영, 성소수자 기본 인권,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심신장애'는 변 전 하사의 전역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뉴스1DB) 2021.3.3/뉴스1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 (뉴스1DB) 2021.3.3/뉴스1

성전환자의 군복무 문제는 앞서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체적 성과 정신적 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성별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궁극적 방법으로 성전환 수술을 꼽고 있다. 즉, 이 수술은 당사자의 정상적인 삶을 돕기 위한 것인 만큼 이 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군 당국이 '장애'라고 판단한 건 성급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앞서 변 전 하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역처분 취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국제인권법 위반"이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우려도 귓전으로 흘려버렸다.

변 전 하사 전역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서욱 국방부 장관은 올 3월 변 전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에야 성전환자의 군복무 문제와 관련해 "이젠 연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변 전 하사가 사망하기 전까진 이 문제를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날 법원으로부터 변 전 하사 '전역 취소' 판결이 나오자 뒤늦게 관련 연구용역 발주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등 서 장관의 해당 발언 뒤에도 계속 손을 놓고 있었다.

육군은 법원의 이번 변 전 하사 관련 판결을 "존중한다"며 "향후 조치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항소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군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뭔가 검토하거나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고인이 된 변 전 하사에 대한 '사과'가 아닐까 싶다.


ys4174@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