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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백블] 보훈의 진정한 文이 열리다

[위상 달라진 대한민국⑥] 공군전투기 엄호비행에 정상급 대우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27년 만에 성사…유공자 발굴·포상 대폭 확대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21-10-06 06:00 송고 | 2021-10-06 15:30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1.6.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021년 6월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확산된 이후, 일반 국민에게 굳게 닫혀 있었던 청와대 문이 처음으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졌고, 오찬의 주인공들은 바로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이었다.

정부는 당일 오찬에 참석한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들을 위해 집결지인 전쟁기념관에서부터 수소전기차량을 지원했다. 또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국빈급에 준하는 의전(신호기 개방·경호처 및 경찰 에스코트)을 제공했다.

영빈관 앞에서는 국방부 전통악대의 취타 연주와 함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참석자들을 직접 영접해 존경과 감사를 표함으로써 예를 갖췄다.

2019년 목련훈장 수상자인 이상우 상이군경회 경주시지회장은 오찬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보훈 정책이 한 걸음 더 발전했다"면서 "국가유공자와 보훈단체는 빛과 소금이 돼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에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文정부 '역사의식' 담긴 보훈 정책…국내 첫 임정기념관 건립까지

보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임기 내내 신경 써온 분야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고,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며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듯 정부의 보훈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 올해는 5조8350억원에 달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가보훈처의 2022년도 예산안에서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등에게 지급하는 보상금 및 6‧25자녀수당, 고엽제수당, 간호수당을 각각 5% 인상해 총 5조8530억원이 편성됐다.

보훈은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거쳐,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전쟁에서 스스로를 지켜냈고 민주주의 발전을 통해 자랑스러운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과정을 되새기는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훈 정책의 강화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투쟁한 모든 '사람들'과 그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의식과 맞닿아 있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6일(현지시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김자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등 독립유공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7.1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중국 국빈방문 당시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이 자리엔 김은충(2007년 건국포장) 선생 외손자인 정해씨와 정홍씨, 김구 선생 주치의였던 유진동(2007년 애족장) 선생 맏딸 이소심 여사와 외손자 위위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도 함께했다.

충칭은 김구 선생이 이끄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40년부터 광복으로 환국할 때까지 6년간 머무른 곳으로 이 기간에 중국 내 독립운동이 가장 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제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최초 정규군대인 광복군이 창설된 곳이기도 하다.

충칭 방문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임시정부의 법통과 독립운동에 헌신한 애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현재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인근 옛 서대문구의회 청사 부지에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국내 첫 임정기념관을 건립 중이다.

◇끈질긴 발굴 끝에 찾아낸 241명의 여성독립유공자와 1만6239명 미등록 참전유공자

그동안 소외되거나 사각지대에 있었던 국가유공자를 새롭게 발굴하고 포상하려는 노력 역시 대폭 강화했다. 특히 여성독립운동가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전체 서훈자 1만6932명 가운데 540명으로 3%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여성독립유공자 서훈 폭을 적극적으로 넓히면서 뒤늦게 인정된 사례가 많다.

1949년부터 2017년까지 포상받은 여성독립유공자는 299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이후 현재까지 241명 증가, 총 540명에 이른다. 전체 여성독립유공자 중 40%가 문재인 정부 때 들어서야 서훈을 받은 셈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3·1운동 이후에도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무장투쟁, 의열투쟁, 대중투쟁, 임시정부 활동 등을 했다. 서울과 평양에 본부를 둔 애국부인회는 3·1운동으로 투옥된 독립운동가들과 그 가족을 후원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는 활동을 했고, 여성해방론 등장과 함께 1927년 전국적 여성단체로 결성된 근우회는 여성 의식 향상과 여성 민중운동을 지원했다.

근우회 활동을 했던 박차정은 중국으로 가서 의열단원이 되고 조선혁명간부학교의 여성 교관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가족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가정을 유지하고, 한인 사회에서 독립을 위해 한글 교육과 홍보를 하는 것도 독립운동의 범주로 정식 인정되는 등 독립운동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1절 기념사에서 독립운동가인 남편과 자식의 옥바라지를 하기 위해 수많은 어머니와 아내들이 서대문형무소 앞 골목에서 삯바느질과 막일을 했던 사연을 거론하며 "수감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모두 독립운동가였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일제강점기 여성의 인적사항과 활동이 드러나기 어려웠던 역사적 상황을 감안해 신문이나 판결문에서 활동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관련 인사의 일기와 회고록, 수기, 독립운동 참여 가족의 자료에서 독립운동 사실이 확인될 경우 포상을 검토하도록 했다.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아내 영구(榮求) 이은숙 여사는 1910년 남편과 함께 중국 지린성으로 이주해 신흥무관학교 설립 등 독립운동기지 개척사업을 도왔으며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하고 1925년 비밀리에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한 공로로 2018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남편보다 58년이나 늦은 추서였다.

이은숙 여사가 50여년 동안 겪은 대일항쟁기를 육필로 쓴 회고록 '서간도 시종기'는 독립운동수기 중에서도 명저로 꼽힌다.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열린 제1차 '서간도 시종기' 낭독회 현장. 서간도 시종기는 독립운동수기 중 명저로 손꼽히는 책으로 우당 이회영의 아내, 영구 이은숙 선생이 일제강점기 등 50여 년 동안 겪은 일들을 놀라운 기억력으로 써내려간 육필 회고록이다. 2018.6.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독립유공자뿐 아니라 미등록된 6·25 참전유공자 발굴 작업도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 중이다. 6·25전쟁 7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참전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참전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이들은 32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군 기록에 신상자료가 정확하지 않아 신원파악이 어려운 참전용사를 발굴하기 위해 정부는 국방부와 병무청의 기록을 토대로 1명씩 파일을 만들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들의 제적등본이나 주민등록표 등 신상기록을 수집, 대조했다.

전쟁터에서 기록이 온전하게 보존된 경우가 많지 않아 생사여부 및 실거주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워 사실상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준 생존 6·25 참전유공자 5231명을 포함해 모두 8만3568명을 발굴, 국가유공자로 보상하고 예우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미등록 참전유공자 발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1만6239명 유공자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헤이그특사 중 일원인 고 이상설 선생의 이남의 외증손녀와 이현원 외손녀와 함께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를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2017.9.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참전유공자 범위를 확대해 직접 총을 들지 않더라도 전쟁에 기여한 노무자나 학도의용군, 유격대원, 종군기자, 철도·소방공무원 등 비군인 신분으로 참전한 경우도 참전유공자로 인정됐다. 이렇게 발굴된 비군인 참전유공자들은 2018년 17명 등록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모두 2392명이다.

육군 간호장교로 참전했지만 스스로 '총을 들고 참전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전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이현원씨(86)도 작년 4월20일 참전유공자로 등록됐다. 그는 독립유공자 이상설 선생의 외손이자 독립유공자 이충구 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 보훈처가 국군간호사관학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확보하고 지자체를 통해 생존과 거주지를 확인한 결과다.

◇'공정한 공동체' 보훈복지로 출발…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으로 보훈문화 확산

국가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은 예우와 존경의 의미를 담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한 공동체'를 만드는 근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다. 보훈복지는 사회복지와 달리 단순 생계유지를 넘어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에 상응하는 영예로운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참전명예수당과 무공영예수당, 4·19혁명공로자 수당은 2017년 대비 2021년 기준 40~100% 정도 인상됐고 전상수당도 2017년(2.3만원)에 비해 올해 그 4배 수준(9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는 보훈요양원과 민간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국가유공자에게 본인부담금의 최대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의 고령화에 따라 보훈·위탁병원 진료비 감면율도 2018년 최대 9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9만3000명이 544억원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참전유공자 대부분이 초고령에 들어서는 만큼 요양서비스를 보훈복지의 가장 큰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개원한 강원 원주요양원을 비롯해 전국에 7개 보훈요양원을 운영 중이고,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전북 전주 보훈요양원 등 추가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보훈대상자의 의료 이용 접근성 강화를 위해 지역 밀착형 위탁병원도 대폭 확대·지정돼 왔다. 위탁병원 수는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310개소에서 2021년 9월1일 기준 458개소로 확대됐으며, 내년 말에는 640개소로 늘어나게 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대중교통 취약지역(농어촌 지역 등)이나 의료수요가 많은 진료과목 등을 중심으로 의원급 위주 위탁병원을 집중 선정해 지역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가까운 곳에서 빠르고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국가유공자 장례식에 대통령 명의의 근조기를 증정한 것도 2018년 6월부터다.

예비역 준장으로 예편한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물질적인 보훈도 중요하지만 사실 (유공자에게는) 명예가 더 중요하다"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맨인유니폼(MIU), 즉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예우 문화가 있다. 군에서 고생하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는 분들에 대한 국민적 인식에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문 대통령이 국가유공자 예우를 위해 지시한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은 금전적인 보상 차원을 넘어 국가유공자 거주공간에 명예로운 상징을 부착하고 주변에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보훈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에도 일부 지자체가 산발적으로 명패를 제작해 부착하는 사업을 했지만 디자인이 통일되지 않고 조악하게 제작돼 국가적 사업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2018년부터 독립유공자를 대상으로 명패 달아드리기 시범사업을 추진해 2019년부터는 6·25 참전유공자와 민주유공자, 천안함·연평해전 등 서해수호 용사 유족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직접 집집마다 부착해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보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환기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세종시 종촌동 6·25 참전 전몰군경 유족 강기숙 어르신 댁을 방문,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아드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2021.6.29/뉴스1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가유공자 명패사업은 독립유공자 본인 및 유족, 상이군경, 무공수훈자, 참전유공자, 민주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등 2020년 12월 말까지 34만8019명에게 증정됐다.

올해부터는 명패 부착대상을 유족으로 확대하여 전몰·순직군경 유족, 전상군경 유족, 재일학도의용군 유족, 특별공로순직 유족, 특수임무 유족, 4·19 유족, 5·18 유족 등 11만4000여 명에게 명패가 증정되고 있다. 내년에는 공상군경 유족, 무공수훈자 유족, 보국수훈자 유족 등 10만8000여 명에게도 명패를 달아드릴 예정이다.

◇영웅의 귀환, 국가가 무한책임…국군전사자 유해 봉환 수 정부 출범 후 91%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한층 격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보훈외교'에서도 나타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직접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을 주관했다. 국외에서 유해 상호 인수식을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미 간 유해 상호 인수는 양국 국방부의 전사자 유해 발굴 및 봉환 협력이 낳은 성과로, 한미 국방부는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은 유해 중 한국군으로 확인된 유해를 상호 송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히캄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서 유해 관포 교체를 지켜보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9.23/뉴스1

이번에 봉환한 유해를 포함해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조국으로 돌아온 국군 전사자 유해는 총 307구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6명이다. 미군 유해는 총 25구가 미국에 돌아갔다.

특히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 간 봉송·봉환된 유해 수가 크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간 미군 유해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13구고, 미국에서 돌아온 국군 유해는 280구(91%)에 달한다.

정부는 전사자 유해 68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고 김석주·정환조 일병이 잠든 소관을 대통령 전용기(1호기) 좌석에 모시고 국방부 의장대 소속 의장병 2명을 소관 앞좌석에 배치해 비행시간에도 영웅의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66명의 영웅들은 서욱 국방장관이 탑승한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에 모셔 봉환했다.

"영웅의 귀환을 맞이하게 돼 영광입니다. 선배님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국가수호의 임무는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고국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선배님들을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필승."

유해를 모신 대통령 전용기와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가 우리나라 영공(KADIZ)에 진입하자 F-15K편대 공군 전투기 4대는 엄호비행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편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6·25 참전용사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플레어(Flare)가 발사되면서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국가 정상급 '최고의 예우'에 해당하는 21발이었다.

공군 1호기에서 본 F-15K편대 호위 비행. 전투기에서 발사한 플레어가 터지고 있다. (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영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국으로 돌아온 국군 유해 280구에 대한 봉환식을 모두 직접 주관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의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국가 무한책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해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을 겸해 치러진 2차 봉환식 이후 전사자 신원확인과 유가족 포상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6·25 전사자 신원확인과 유가족 포상금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포상금 법제화 이전에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 유가족에게도 1000만원 포상금을 소급해 지급하도록 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는 지난 3월24일 신원확인센터가 개소해 발굴 유해의 보관·감식·유전자 분석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文 적극 요청으로 27년만에 성사

정부의 보훈외교는 올여름 카자흐스탄에서 독립운동가 여천(汝千) 홍범도 장군(1868~1943) 유해를 봉환하는 것으로 가장 큰 결실을 맺었다. 홍 장군 유해 봉환은 1994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계속 난항을 겪다가 27년 만에 성사된 사업이다. 2019년 4월 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때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유해 봉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 양국 간 유해 봉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은 지난 8월16~17일 토카예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이뤄졌다. 8월14일 황기철 보훈처장 등 대통령 특사단이 카자흐스탄 현지에 파견돼 우리 공군 특별수송기로 장군의 유해를 모셨다. 유해를 모신 특별수송기가 제76주년 광복절 당일에 한국에 도착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별수송기를 통해 국내로 봉환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하기 되고 있다.2021.8.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홍 장군 유해를 모신 특별수송기는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 비행을 받으며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청와대 측은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종을 모두 투입해 1921년 연해주 이주 후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홍범도 장군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봉오동 전투 10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양에서 태어난 홍 장군은 일제 치하에서 의병투쟁에 몸을 던진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특히 1920년 6월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독립군 연합부대를 지휘하여 대승을 이끈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 157명을 사살하고 300여 명에게 상처를 입힌 독립전쟁사의 기념비적 전투로 꼽힌다. 홍 장군은 같은해 10월 청산리 전투에도 참전해 큰 몫을 담당했다.

그는 일본군에게 '하늘을 나는 장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두려움의 존재였고, 민중에게는 '총알로 바늘귀도 뚫는 사람', '축지법을 구사하는 신출귀몰의 명장'이라는 전설이 나돌 만큼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강제 이주해 1943년 10월25일 75세를 일기로 서거했고, 78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홍 장군 유해가 임시 안치된 대전현충원은 유해 안장식 전 이틀 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분향소를 운영했다. 국민분향소는 첫날에만 1200여명이 다녀가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국가보훈처가 열었던 온라인 추모공간에는 6400여개의 추모글이 올라왔고 수만명이 헌화·분향을 했다.

8월8일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서 개최된 안장식에서 문 대통령은 추념사 도중 조국을 떠나 중앙아시아까지 흘러가야 했던 홍 장군의 삶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의 귀환은 어려운 시기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위기 극복에 함께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홍 장군의 공훈과 충의로운 유지를 기렸다.

*뉴스1-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1.8.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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