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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대학가에 '메타버스' 바람…서울대에 동아리 등장

동아리 멤버 "한국 메타버스 커뮤니티 시작됐으면"
전문대학원·박람회·강의…연고전도 메타버스로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21-10-02 07:30 송고
서울대 정문 전경 2020.6.1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서울대 정문 전경 2020.6.1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갈 곳 잃은 코시국 대학생을 위한 메타버스 랜선미팅 프로젝트!'

서울대 재학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올라온 홍보글이다.
주최 측이 공개한 미리보기 영상을 보면 아바타가 가상세계 '메타버스'에 구현된 미팅 장소로 입장한다. 학생들은 소속 대학과 학번, 성별이 표시된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 속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하거나 3 대 3 미팅을 한다.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하트를 띄우거나 월요일과 금요일 공강 중 어느 쪽이 좋은지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대학가에 '메타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대에는 주요 대학 중 처음 메타버스 동아리가 등장했다. 동아리는 메타버스를 같이 공부하고 개발 활동을 할 사람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메타버스·AR·VR 동아리가 1기 회원을 모집 중이다. 서울대 코딩동아리 컴퓨터연구회(SCSC)와 서울대 창업동아리 학생벤처네트워크(SNUSV), 벤처캐피털(VC) 스프링캠프에서 친해진 학부생 7명이 마음이 맞아 시작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다. 아바타를 만들어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직업·금융·학습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다.
미국의 인기 FPS(총싸움)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선 영화가 개봉되고 콘서트도 열린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선 나이키와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의 가상 스토어가 나오고 팬 사인회도 열린다. 제페토 이용자는 2억명을 넘어섰다.

메타버스 동아리 창립자 이아담씨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가 메타버스를 '체화된 인터넷(embodied internet)'으로 표현한 점을 언급하며 "메타버스는 차세대 인터넷이자 3D 인터넷 공간"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를 사용해보고 여러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상세계가 발달하면 오히려 실제 세상보다 더 편리하고 좋은 곳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올 여름 VR 스타트업 미라지소프트에서 인턴을 하던 중 'RealVRFishing' 게임을 해봤는데 현실적인 그래픽이라 생동감이 있고 경치 좋은 장소에서 낚시하게 돼 정말 좋더라구요. 실제보다 물고기도 잘 잡혀서 VR에서 하는 낚시가 실제로 하는 낚시보다 낫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씨는 "한국 메타버스 커뮤니티의 중심지가 되면 좋겠다"며 동아리 설립 포부를 밝혔다. 메타버스에 관심이 있는 인문계생에게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개발은 유니티를 이용한 3D 디자인과 VR 앱 개발 공부를 할 계획인데 코딩이 적은 편이라 포토숍 배우는 것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상대적으로 쉬워요. 경영 쪽의 경우 산업 흐름에 관한 정보와 자료 공유 등 개발보다 훨씬 가볍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매달 대면모임으로 네트워킹과 토론도 할 계획입니다."

미국 조지아공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씨는 코로나19로 지난 학기부터 서울대에서 교환학생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현재 VR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내년 초까지 서울대에 머물 예정이다. 이씨 외는 모두 서울대 학부생이다. 

메타버스 동아리는 실제 개발에 참여하는 개발 스터디 그룹과 메타버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흐름을 짚는 경영 그룹으로 나눠 운영할 예정이다. 

총 31명이 지원했는데 앞으로 다른 학교 학생 및 산업·개발자들을 수용하고 산업과의 교류·회사들과의 인턴 파트너십·오픈소스 프로젝트 등을 통해 규모를 점차 키워갈 방침이다. 주기적으로 뉴스레터와 블로그도 쓸 계획이다.

이씨는 "학생들이 홍대에서 노는 것처럼 가상공간에서 놀 수 있는 맵도 다운받을 수 있고 친구들과 이 세상에 없는 풍경과 장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현실세계의 많은 것을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학내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학기 전공 수업 '기술 비평'에서 전체 15주 중 2주를 메타버스 기술 이해에 쓸 예정이다.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도 지난 학기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 '해부신체구조의 3D영상 소프트웨어·3D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을 진행했다.

코기팅(코로나 시국 새내기들의 랜선 미팅) 포르젝트 미리보기 영상 캡쳐. 각 대학 학생들이 아바타를 통해 게임을 하고 있다. © 뉴스1
코기팅(코로나 시국 새내기들의 랜선 미팅) 포르젝트 미리보기 영상 캡쳐. 각 대학 학생들이 아바타를 통해 게임을 하고 있다. © 뉴스1

수업 뿐 아니다. 최근 서울대 기계공학부는 메타버스 채용박람회를 열었고 에너지자원공학부는 8월 학과 건물 구조를 메타버스로 재현해 개강 모임을 했다. 5월 열린 서울대 봄 축제에선 코풀기대회·게임토너먼트 등 대부분의 행사가 가상공간에서 진행됐다.

대학가 전반도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중앙대 투자 동아리 VIM은 3월 메타버스 기술과 관련 종목을 공유했고 서강대는 최근 주요 대학 최초로 메타버스 전문 대학원 설립을 결정했다.

연세대에선 지난달 동아리 박람회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열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던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 교류전인 '고연전(연고전)'도 메타버스로 개최될 예정이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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