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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에게 1000만원 달라고 하면 강도인가요?"…혼돈의 전세시장

전세 대란에 현장서 '위로금' 두고 분쟁 줄이어
"법 되돌릴 수 없다면 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2021-09-30 05:00 송고 | 2021-09-30 10:34 최종수정

서울의 한 부동산.(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의 한 부동산.(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주택임대차보호법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집값 상승과 정부의 금융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전세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30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주인에게 1000만원을 달라고 하면 강도인가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보증금 6억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는 글쓴이는 최근 집주인이 계약 만료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200만원을 제시했지만, 되레 자신이 1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만원으로 퉁 치기엔(집주인의 요구대로 해주기엔) 이사비와 복비를 더하면 제가 손해더라"며 "집주인은 제가 나가면 다른 세입자를 들인다는데 1000만원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집주인이 제시한 200만원과 세입자가 요구한 1000만원은 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후 임차인이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사례비 또는 위로금이다.

개정법에서 1회에 한해 임차인에게  계약을 갱신할 기회를 부여하고 갱신계약의 보증금을 직전의 5%를 넘길 수 없도록 강제하면서 최근 1년간 임대차 거래 현장에서 관행이 돼가고 있다.

집주인으로서는 1~2년 새 짒값이 천정부지 급등하면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 계약을 체결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이 100여개 달렸다. 네티즌 A씨는 "집주인이 새 계약을 체결하려고 나가라는 거면 2000만~30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B씨는 "1000만원을 달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임차인이 갑이냐"고 글쓴이를 힐난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의 한 부동산.(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계약갱신과 관련한 다툼과 소송도 줄을 잇는 분위기다. 10년 이상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서울 강서구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위로금은 지난해 주임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후 실제 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것(위로금) 때문에 감정이 상해 멱살잡이를 하는 일도 있고, 소송을 걸겠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면서 "깊은 고민 없이 만들어진 법으로 실수요자인 서민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의 인정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유권해석을 내리고는 있지만, 변수가 많고 실제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참고 수준이어서 현장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서울동부지방법원도 계약갱신 관련 소송의 판결문에서 말미에 "행정청(국토부)의 해석이 법원의 법 해석 권한을 기속하지 않음은 명백하다"며 "행정해석 내용을 살펴봐도 앞서 판단을 뒤집을 만한 법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어 이는 따를 것이 못 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유권 해석은 국토부가 아닌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고, 되돌릴 수 없다면 법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들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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