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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이별의 시간, "어느날 갑자기 당신에게 찾아온다면..."

21그램 "반려동물과 이별 미리 준비해야"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09-28 16:53 송고 | 2021-09-28 18:17 최종수정
박주형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16일 '21그램 헬프센터 청담점'에서 기초 수습 키트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박주형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16일 '21그램 헬프센터 청담점'에서 기초 수습 키트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반려동물과 이별의 시간은 태어난 순서대로 오지 않아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박주형 21그램 헬프센터 장례지도사의 말이다. 지난 16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21그램 헬프센터 청담점에서는 박 지도사가 한창 강아지, 고양이 보호자들과 장례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 "반려동물과 이별 준비해야 펫로스 극복 가능" 

박 장례지도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반려동물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보내주고 펫로스(반려동물을 잃은 뒤 우울감) 극복을 위해 장례 문의를 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도 있고 서울에는 마땅히 장례식장을 설치할 만한 장소가 없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장례식장들이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다. 국내 제1호 반려동물 장례식장 '아롱이천국'을 리노베이션한 21그램 장례식장도 도심에서 벗어난 경기 광주시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21그램이 보호자들을 위해 설치한 상담센터가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놀로스퀘어 내 '헬프센터 청담점'이다. 미리 장례 문화를 알아보고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보호자들은 소리 없이 찾아온 이별에 당황해하는 경우가 많다.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든다. 한번 떠나보내면 그 후유증에 다른 동물을 키우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장례 절차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21그램은 서울에 헬프센터를 차리고 직접 장례 문의를 할 수 있게 했다. 놀로에는 VIP동물의료센터와 동물한방재활센터도 있어서 '반려동물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상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보호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헬프센터에서는 단순 장례 상담뿐 아니라 장례용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유골분으로 추모보석인 루세떼 제작 문의도 할 수 있다. 이는 동물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호자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점에서 사람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 박 장례지도사의 설명이다.  

이날 장례 상담센터를 예약 방문한 A씨의 강아지는 2살이 채 안 됐다. 강아지가 선천적으로 아파서 병원 치료를 1년 이상 받다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자 방문한 것이었다.

박 장례지도사는 "무거운 마음으로 방문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며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먼저 태어난 순서대로 가는 건 아니지 않나. 미리 준비하고 장례가 어떻게 치러지는지 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펫로스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그램 헬프센터에서는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사후조치 원데이 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박 장례지도사는 클래스를 통해 자체 개발한 기초 수습 키트를 활용, 에탄올 세정 티슈와 멸균 거즈 등으로 반려동물의 몸을 닦아주는 방법을 알려줬다.

키트에는 운구용 방수가방이 들어있어 장례식장까지 안전하게 안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용은 무료이며 클래스 수강 시 '이별준비 가이드북'도 증정한다.

박주형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16일 '21그램 헬프센터 청담점'에서 기초 수습 키트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박주형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16일 '21그램 헬프센터 청담점'에서 기초 수습 키트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반려동물 사체 땅에 매립하는 것은 불법"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것과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용 폐기물로 소각하는 것은 합법이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장례를 유난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 같은 행위는 한 생명의 마지막 가는 길을 너무 비인도적으로 보낸다는 시선이 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쓰레기봉투에 반려동물 사체가 있으면 환경미화원들도 놀라기 마련이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매립지로 옮겨져 쓰레기들 사이에 묻힌다.

동물병원에 사체 처리를 맡기는 것도 폐기물처리업체에 위탁돼 주사기, 피 묻은 솜 등과 함께 의료용 폐기물로 소각될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가는 길이 결국 쓰레기와 더불어 사라지는 것이다.

일부 보호자들은 사체를 땅에 묻으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하다. 오히려 이는 불법이다. 한국동물장례협회에 따르면 개인의 사유지를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동물의 사체를 땅에 매장(매립)할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위반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박 장례지도사는 최근 로드킬(도로 위 죽음) 당한 유기견과 길고양이에 대한 장례 문의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길에서 사는 동물이라고 해도 마지막 가는 길을 쓰레기와 함께 보낼 수는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장례 문의가 많아진 것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가족'이라는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길고양이 장례 절차를 문의하는 캣맘도 있고 로드킬당한 강아지의 장례를 치러주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21그램에서는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반려동물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보내주기 위한 기초 수습 키트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권신구 21그램 대표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겉모습은 달라도 영혼의 무게는 같다. 언젠가 닥칠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미리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만큼 우리 곁에서 잘 떠나보내야 사람도 동물도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 제공 © 뉴스1
반려동물 장례식장 21그램 제공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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