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연예 > 영화

맷 데이먼 '스틸워터', 고인물 아재에게 찾아온 일장춘몽 [N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1-09-25 11:34 송고
'스틸워터' 스틸 컷 © 뉴스1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부 미국인들은 특유의 단순하고 무지한 태도로 인해 종종 지구촌 호사가들의 농담거리가 되고는 한다. 영화 '스틸워터'(감독 토마스 맥카시)의 주인공 빌 베이커(맷 데이먼 분)도 그런 미국인에 대한 편견에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다. 오클라호마주 출신 중년의 노동자인 그는 낡고 허름한 오두막에 살며 청바지와 워커, 플란넬 셔츠로 박제한 듯한 옷차림을 즐긴다. 보수적인 생활 방식에 익숙한 그는 식사 때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식사 기도를 드리는 기독교인이다. 주변 사람들은 좀처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한심해 한다. 그런 빌의 기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으니 딸 앨리슨(아비게일 브레스린 분)이다.

앨리슨은 빌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앨리슨을 보기 위해 빌은 정기적으로 마르세유를 찾는다. 궁핍한 살림 덕에 많은 것을 준비해가지는 못하지만, 그는 딸을 위해 옷과 운동화 등을 마련해 교도소를 방문한다. 오랜만에 아빠를 만난 앨리슨은 면회 시간이 끝나갈 때쯤 불어로 된 편지를 아빠의 손에 쥐어주며 "르팍 변호사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영어를 잘 쓰지 않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빌은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가며 여차저차 르팍 변호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르팍 변호사는 "포기해야 할 때"라며 거두절미하고 편지에 적힌 앨리슨의 부탁을 거절한다. 편지는 재심을 청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딸의 결백을 믿는 빌은 실망할 딸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다. 일단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 그는 호텔에서 만난 꼬마 마야의 엄마 버지니(카밀 코탄 분)에게 편지를 해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 있는 버지니는 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해석해준다. '아빠는 믿을 수도 없고 능력도 없다'는 딸의 편지가 쓰라리지만, 빌은 어떻게든 편지에 적힌 진범으로 추정되는 아킴을 찾기로 결심한다.

'누명을 쓴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선 맷 데이먼의 이야기'라고 하면 '테이큰' 같은 범죄액션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스틸워터'는 궁극적으로 고여있는 물과도 같았던 한 인간이 우연히 스친 특별한 인연들을 통해 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빌 베이커는 멋이라고는 전혀 없는 우직한 노동자다. 버지니의 친구가 했던 질문에 대한 빌의 대답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트럼프를 뽑았죠?" "투표를 안 했어요." 그는 투표를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자신이 전과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맷 데이먼은 깊이있는 연기로 한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묵직하게 그려냈다. 별 볼일 없는 무식한 남자로만 보였던 빌은 어느새 딸을 구해내고픈 애달픈 아빠로, 도움을 주고 싶고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남자로, 나이차를 뛰어넘은 진실한 친구로서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런 빌 베이커를 연기한 맷 데이먼의 눈빛에는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갈망의 채워짐을 잠시나마 느낀 사람의 환희, 그리고 그것을 쥐자마자-자신의 과오로 인해-빼앗긴 사람의 슬픔과 절망이 모두 담겼다.

"인생은 잔인해."(Life is brutal)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결말이 비극적임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빌의 일장춘몽이 강렬했음을 방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제목인 '스틸워터'는 중의적으로 쓰였다. 영화 속 사건의 중요한 단서이면서 주인공 빌을 묘사하는 단어 같기도 하다. 영화는 2007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아만다 녹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다. '스포트라이트'로 아카데미 2관왕을 이뤄냈던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절제된 연출로 극을 이끈다. 맷 데이먼 뿐 아니라 이기적인 딸 앨리슨을 연기한 아비게일 브레스린과 매력적인 프랑스 예술가를 연기한 카밀 코탄 역시 다층적인 캐릭터를 훌륭하게 묘사해냈다. 서스펜스 드라마로서는 중반부가 다소 루즈한 느낌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러닝 타임 140분. 10월 개봉.


eujenej@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