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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때려치워, 스트레스 병가도 안돼"…반성 없는 IT기업 갑질

IT공대위, 한 달새 21건 접수…폭언·모욕 9건 가장 많아
자진퇴사 다반사…"노동부, 죽어야만 특별근로감독하냐"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1-09-22 16: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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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간이 2년인 프로젝트를 3개월 내에 종료하라고 하고, 기간 안에 하지 못하자 저성과자로 평가를 내렸습니다.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부서 내에 소문을 내고 다닙니다. 사소한 잘못에도 '회사 때려 치워'라며 윽박지르고, 화장실 갈 때도 보고하라고 합니다.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고 병가를 냈는데, 이마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2021년 8월 IT회사 직원 A씨)

"부서장에게 지속적으로 심리적·신체적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업무강도가 너무 높고, 잦은 야근과 성과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우울증, 신경쇠약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하고 이명까지 나타나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업무량 조정을 요청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2021년 8월 IT 회사 직원 B씨)
 
IT기업 내 폭언과 모욕, 실적압박 등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판교 IT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IT공대위)'는 지난 8월10일부터 한 달간 'IT갑질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제보를 받은 결과, 총 21건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22일 밝혔다.

사례는 △폭언·모욕(9건) △실적압박(7건) △업무배제·따돌림·해고 등 기타(5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IT기업은 일정기간 내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특성상 실적 압박성 괴롭힘이 다른 업종에 비해 두드러졌다. 또 강요받은 기한 내 결과를 내지 못하거나 결과물이 가해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IT기업 개발자의 특성상 개발팀에서 배제되면 사실상 대기발령 되기 때문에 평가나 연봉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경우 신고자라는 이름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녀 IT업계에서 찍히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제대로 된 보호조치가 되지 않기 대문에 결국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그만두고 만다"며 "본사에서 분리되어 규모가 작은 자회사일수록 갑질과 권위적인 문화는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 사례, 카카오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도 불구하고 IT업계의 조직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본사 및 자회사 내 익명 설문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과 임원진의 감수성 진단을 통한 예방책 마련과 사후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징계 원칙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지난 2년 동안 직장갑질 관련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된 곳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며 "죽어야만 특별근로감독을 나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언론 보도된 사업장과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인 네이버 해피빈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아울러 오는 10월14일부터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IT기업 특성에 맞는 유형을 추가하고,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IT총수들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할 것을 요구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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