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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표 갈라진 건 처음…이재명vs이낙연 '추석 민심'이 결정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빙 승부 예상…'명낙 대전' 혼전 양상
與 선거인단 30% 밀집…추석연휴 민심변화 추이 '주목'

(광주=뉴스1) 박진규 기자 | 2021-09-19 05:20 송고
2005년 개관한 김대중컨벤션센터 전경 © News1
2005년 개관한 김대중컨벤션센터 전경 © News1

대한민국에서 광주처럼 정치적인 도시는 없다. 높은 투표율과 강한 표 결집력, 진보적인 성향까지.

이런 투표성향으로 탄생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또한 호남의 자긍심이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김대중컨벤션센터는 당초 계획 단계에서는 광주의 영어 알파벳 첫 글자를 따 젝스코(GEXCO) 였다.

그러나 개관을 앞두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 평화의 상징인 김대중 대통령 이름을 붙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제기된 뒤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김대중컨벤션센터(KDJ Center)로 변경됐다.

당시 공공기관 건물에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넣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치권의 반발도 있었으나, 그 만큼 광주시민들은 '김대중'이란 이름을 자랑스러워했다.

2020년 7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이 광주 동구 문빈정사 앞 무등산 노무현길 표지석을 찾아 정견을 밝히고 있다. 2020.7.2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2020년 7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이 광주 동구 문빈정사 앞 무등산 노무현길 표지석을 찾아 정견을 밝히고 있다. 2020.7.2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또 다른 대통령 이름을 가진 곳으로는 무등산의 '노무현길'이다.

1999년 대통령이 되기 전 노무현 당시 국회의원은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초청으로 광주에서 강의를 한 후 뒤풀이 자리에서 "광주시민들이 대통령을 만들어주시면 무등산에 오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이후 200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다음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무등산에 올랐다.

2011년 광주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오른 문빈정사에서 중머리재, 장불재까지 3.5㎞ 구간을 '무등산 노무현길'로 고시했다.

내년 열리는 20대 대선에서 호남은 다시 한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 이은 진보정권 탄생을 기대한다.

여당의 대선 후보 선출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은 추석 직후로 다가왔다.

늘 전략적 선택으로 특정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왔지만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만큼은 혼돈이다.

특히 "호남이 선거에서 이렇게 고민한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경쟁은 접전이다.

광주전남일간지 광남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14일 광주·전남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광주 471명·전남 5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공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이 지사가 40.6%, 이 전 대표가 38.4%를 각각 기록해 오차범위(±3.1%p) 내인 2.2%p 차이를 보였다.

만일 이들이 결선투표까지 간다고 예상해 질문한 '더불어민주당 당내 가상대결'(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결과에서는 이 전 대표가 45.4%를 기록해 43.8%를 얻은 이 지사에 1.6%p 차이로 앞섰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 오후 광주 서부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동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9.18/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 오후 광주 서부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동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9.18/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민주당 호남 지역 경선에는 오는 25일 광주전남에서 12만7000여명, 26일 전북에서 7만6000여명이 투표에 나선다.

호남지역은 전국 71만9847명인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중 28.28%(20만1532표)가 밀집돼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지난 12일까지 진행된 충청 지역과 대구·경북, 강원 투표와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재명 지사가 51.41%로 이낙연 전 대표(31.08%)를 앞선 가운데 호남은 최종 누구를 택할지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광주지역 최초 5선 지방의원인 홍기월 광주 동구의원(무소속)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를 놓고 반반으로 의견이 팽팽하다 보니 사람들도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충분히 검증된 후보라는 점에선 다들 동의하고, 예전 김대중 대통령 당선때 DJP 연합처럼 호남이 똘똘 뭉치고 충청, 수도권이 힘을 합치면 다시 한번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재명 지사는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들이 지역 정서와 부합하고 당선되면 과감히 개혁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다들 평가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대선 이후 곧바로 치러질 지방선거 탓에 지역 정가 사람들이 마음 편히 어느 한쪽 편을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포에서 오랜 시간 시민활동을 해 온 정태관 전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전라도 사람들은 선거철이 되면 좀 냉철해 지는 것 같다"며 "전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유리할 것 같은데 막상 그렇지만도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사면문제로 지지율이 한번 꺾이고 또 정책 논쟁이 아닌 이재명 찍어내리식의 선거운동으로 오히려 호남에서 지지를 많이 얻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2021.9.1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2021.9.16/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정치인 출신의 순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재명이 어떻다, 이낙연이 어떻다 이런 게 아니라 누가 문재인 정부 이후 남겨진 개혁 과제를 누가 잘 해결할 수 있을 까 하는 점을 염두해 두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호남 사람들 상당수가 정치적으로 진보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보니 지역 연고를 떠나 개혁을 완성해 줄 사람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지사의 우세를 점쳤다.

지역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중인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한 2~3일 전만 해도 이낙연 지사쪽 전망이 굉장히 어두웠다. 고향이라고 해서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 같지도 않았다"면서 "하지만 화천대유 사건이 워낙 휘발성이 큰 사건이어서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의 경우 여러 흠결에도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대세론이 전제됐으나 화천대유 사건으로 본선에서 승리가 불안하다는 인식을 준다면 순식간에 뒤집어 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회에서 눈물까지 보이면서 지지를 호소한 점과 국민의힘 대치전선이 다소 완화된 상황들이 최근 이낙연 후보의 지지도 상승효과로 이어졌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대선에 있어서는 굉장히 냉혹하게 전략적인 판단을 하기에 과연 결선투표까지 갈 수 있을 지 호남 경선의 투표 결과가 기다려진다"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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