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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병동 환자들 명절 때 더 우울…”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죠”

추석연휴에도 감염병동 지키는 이민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퇴원환자와 인사 때 가슴 뿌듯…가족들 응원이 가장 큰 힘”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2021-09-18 09:00 송고 | 2021-09-18 15:26 최종수정
이민주 서울아산병원 코로나19 격리병동 간호사가 레벨 D 보호구를 착용하고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 뉴스1
이민주 서울아산병원 코로나19 격리병동 간호사가 레벨 D 보호구를 착용하고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년째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가운데서도 올해 추석명절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우리의 일상을 파괴해버린 이 무시무시한 감염병이 창궐하는 와중에도 예전같지는 않지만 명절 때가 되면 우리의 마음은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 추석명절을 올해도 거꾸로 쇠는 직업군들이 있다. 확진자 검사를 도맡아 하는 일선 보건소와 선별검사소, 확진자 전담 병·의원의 의료진들은 방역 업무와 환자 관리를 위해 올해도 고향 방문을 뒤로 미뤘다.
이민주 서울아산병원 코로나19 격리병동 간호사 또한 이번 추석 연휴에도 격리병동 근무로 고향을 찾지 못한다. 최근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신규 감염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언제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기존 확진자들 또한 갑자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격리 병동이 아닌 일반병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도 24시간 입원환자들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간호사 경력 11년차인 이민주 간호사는 18일 "명절 때 집에 내려간 것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며 "코로나19 격리병동뿐 아니라 일반병동도 명절때 쉬지 못하는건 같다"고 말했다. 입원 환자들이 있다보니 3교대로 24시간 내내 병원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격리 환자들 명절엔 우울감·불안감 호소…환자들 회복 보면서 보람
이민주 간호사가 근무하는 코로나19 격리병동의 경우 명절과 같은 휴일이 되면 평소보다 더 힘들어진다. 아무래도 입원중인 환자들이 '격리'된 상태다보니 평소에 비해 더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 본인들은 병원에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우울함에 빠지는 환자들도 많다.

평소에도 격리된 상황에 무력감이나 혼재 배재됐다는 느낌 때문에 우울해 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추석같은 명절에는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민주 간호사는 "따라서 격리병동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얘기를 더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등 환자들의 감정이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유독 코로나19 환자들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가 있을까? 이민주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이) 대형 3차 의료기관이다보니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오는 환자들이 많아 처음 올때부터 불안감이나 공포감이 굉장히 심하다"며 "처음와서 묻는 가장 흔한 질문이 자기 살아서 나갈 수 있는지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올라온 고령 환자들은 섬망 등 신경정신과 계통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민주 간호사에 따르면 이런 환자들은 옆에서 인사 한번 더 해준다던지, 손을 한번 잡아 주는 등 감정적으로 조금 더 신경만 기울여도 기운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들 또한 환자들의 상태가 좋아지면 위안이나 용기도 많이 받고 힘도 얻는다는 설명이다.

이민주 간호사는 "환자들이 고마워 하거나 환자들에게 시행한 의료행위로 환자들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행한 간호의 의미도 찾고 일에 대한 보람도 느낀다"며 "코로나19에서 회복해 퇴원하는 환자분들에게 출구 너머로 유리벽을 통해 손을 흔들며 인사할 때마다 가슴이 뜨겁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첫 두달간 부모님께도 말씀 못드려…가족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

위험한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다보니 가족들의 걱정도 크다. 그러나 이민주 간호사는 오히려 이 때문에 환자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민주 간호사는 "지난 2020년 9월 처음 격리병동을 만들 때 자원해서 올라갔는데 부모님께는 두 달간 말씀을 못 드렸다"며 "지금도 많이 걱정하시지만 가장 응원도 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걱정과 염려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나도 나 자신에 대한 염려를 하지않고 환자들의 염려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추석 연휴에도 코로나19 확진 중증 환자 간호 업무로 부모님을 찾아뵙기 힘들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환자들이 빨리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주 간호사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 외에 뒤에서 나머지 환자들을 묵묵히 보살피는 일반 의료진들도 있다"며 "추석 연휴기간 중 코로나19 병동 의료진만 쉬지 못하는게 아니라 일반병동의 의료진들도 지금 너무 고생을 많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명이 너무 코로나 관련 의료진들에만 쏠리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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