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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용소방대](상) 우리가 뭐냐구요?…”우리도 부산의 소방입니다”

해운대 실종 중학생 수색·심정지 시민 구조 등 '물밑 활약'
"소방대원 본업 집중할 수 있게 지원…없어서는 안될 존재"

(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백창훈 기자 | 2021-09-21 06:00 송고
편집자주 의용소방대원은 소방대원을 보조해 코로나19 방역, 실종자 수색, 화재진압 등 다양한 역할을 지원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이가 많다. <뉴스1>은 두 차례에 걸쳐 부산 의용소방대원의 활약상을 조명하고 그들이 가진 애로사항을 들어보고자 한다.
지난 7월25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이 실종된 중학생 수색을 하고 있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뉴스1
지난 7월25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이 실종된 중학생 수색을 하고 있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뉴스1

“의용소방대는 제2의 소방입니다.”

#1. 지난 8월 부산 북구 코로나19 백신예방접종센터 인근 벤치에 앉아 있던 50대 여성 A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가슴을 치며 쓰러진 A씨를 당시 현장에서 자원봉사 중이던 북부소방서 소속 이선심 의용소방대원(50대)이 발견했다.

이 대원의 신고로 곧장 달려온 구급대원의 응급조치 끝에 A씨는 목숨을 구했다.

이 대원은 “50대 여성분이 자꾸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고 더운 날씨 탓인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며 “뭔가 이상해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1분도 안 돼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부터 의용소방대 일을 시작하면서 응급조치 등 안전교육을 배웠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 지난 7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학생 B군(15)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소방과 해경 등의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도 발견되지 않았던 B군은 수색 이틀째 자진해서 출동한 조형식 의용소방대원(40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해운대 모래사장과 방파제를 왕복 4차례 수색한 끝에 해운대 미포 방파제로 휩쓸려온 B군을 찾은 것이다.

조 대원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수색현장으로 달려갔다”며 ”전문 구조원이 아니라 바다에는 들어갈 수 없어 해수욕장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부산 사하구 한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이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뉴스1
지난해 3월 부산 사하구 한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이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뉴스1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의용소방대(의소대)는 소방인력이 닿지 않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돕거나 응급 상황시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소방 대원들이 화재 진압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꼭 필요한 봉사자들인 셈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태풍 사라호, 매미, 강원도 고성 산불 등 각종 재난현장 속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들은 봉사를 위주로 하는 일반 의소대원과 전문적인 자격증을 갖춘 전문 의소대원으로 나뉜다.

일반 의소대원들은 태풍 등 재난상황 복구, 백신접종센터 방역활동 지원을 하며 통역을 맡는 다문화의소대원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품절대란이 일어났을 때는 공장에 직접 투입돼 마스크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 속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관공서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 의소대원들은 산악구조에 함께 나서기도 하고 중장비등을 운용해 구조활동에 도움도 주는 대원들이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의용소방대원들 중 합창대가 있는데 재난현장에서 시민들께 음악을 들려주며 안정을 주고 다독인다"며 "이처럼 다양한 의소대원들이 소방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부분은 자영업자, 주부, 직장인 등 평상시 생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이다.

지난 8월26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실종된 중학생을 발견한 조형식 의용소방대원이 표창장을 받았다.(조형식 대원 제공) © 뉴스1
지난 8월26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실종된 중학생을 발견한 조형식 의용소방대원이 표창장을 받았다.(조형식 대원 제공) © 뉴스1

자발적으로 모여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만큼 보람과 자부심도 크다고 한다.

이선심 대원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가 조그마한 힘이 됐을 때의 그 뿌듯함과 보람은 돈을 주고 살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조형식 대원은 "화재가 발생했다고 해서 직접 불을 끄러 다니는 건 아니지만 소방대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활동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대형 화재나 재난사고 등 소방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의용소방대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에서는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거나 사람을 구하는 것 말고도 현장 통제나 물품 보급 등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다"며 "그때마다 의소대원들이 다방면으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ojin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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