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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곰이 산 곰 살린다"…사육곰 위한 '민간 생추어리' 첫삽뜬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동물권행동카라 '사육곰 해방 프로젝트'
"지속적으로 비용과 인력 필요한 일…응원과 지지 부탁"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2021-09-21 07:00 송고 | 2021-09-23 09:02 최종수정
지난 7월 사육곰이 탈출했던 경기 용인시의 곰 사육농장 모습. (용인시 제공) © News1 김평석 기자
지난 7월 사육곰이 탈출했던 경기 용인시의 곰 사육농장 모습. (용인시 제공) © News1 김평석 기자

"안타깝지만, 결국 죽은 곰이 산 곰을 살리는 격입니다."

사육곰 구조단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최태규 활동가(수의사)가 지난 7월 초 경기 용인시의 곰 사육농장에서 사육곰 한 마리가 탈출했다가 사살됐을 당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두 달 여가 지나 현실이 됐다.  
사육곰은 웅담 등 곰의 신체 부위를 먹기 위해 사육되고 있는 곰으로, 8월 기준 전국 26개 농장에 약 369마리가 있다.

곰 사육을 장려했던 정부가 사육곰 정책에 손을 놓은 동안 곰 탈출, 불법 증식, 불법 도축 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그렇지만 사육곰 이슈는 그때마다 반짝 관심을 받을 뿐이었다.

당장 이번에 사육곰이 탈출했던 농장 역시 이를 악용, 불법행위를 반복해 온 곳이다. 해당 농장에서 사육곰 2마리의 불법증식이 이뤄진 사실이 이달 초에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동물단체에서는 해당 농장주가 처벌받을 뿐 아니라 정부가 법을 제대로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않으면 농장주는 다시금 불법행위를 되풀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육곰들이 생추어리(이른바 보호구역.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을 구조해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돌보는 시설)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결론이다. 곰의 평균 자연수명은 25년이다. 

용인의 사육곰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던 즈음, 곰 보금자리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강원 화천의 사육농장에서 곰 15마리를 구출해 '죄 없는 무기징역, 철장 속 사육곰 해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평생을 좁은 철장 안에 갇혀 개 사료 등을 먹으며 살던 사육곰들이 고유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들 단체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고양시에 이 사육곰들이 입주할 민간 생추어리를 지을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는 동물권이 최우선으로 고려된 사육곰 문제 해결에 대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 달간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고, 그 결과 3000여만 원을 모았다. 사육곰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피빈에서는 내달 말까지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17일 현재 2000여만원이 모였다. 

다만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열 다섯 마리였던 곰은 열 세 마리로 줄었다. 곰 보금자리 측은 이같은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하며 "남은 곰들도 기나긴 1년을 버티지 못할 수 있다. 철창에서 나와 단 며칠이라도 드넓은 풀밭을 뒹굴 수 있도록 생추어리를 빨리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은 남은 곰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지내는 낡은 시설의 보수 및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추석 연휴(18~22일)에도 사육곰의 해방을 위한 구슬땀은 이어진다. 곰 보금자리는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화천에서 곰 채혈 훈련을, 다른 한팀은 와디즈 펀딩 상품을 포장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사육곰 생추어리 전경. (출처 :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홈페이지) © 뉴스1

최태규 활동가는 21일 뉴스1에 "생추어리가 드디어 눈 앞에 드러나기 직전까지 왔지만, 생추어리 운영은 지속적으로 수십년 동안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크고 작은 후원 모두 절실하다.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 주도의 곰 생추어리는 오는 2024년 전남 구례에 들어선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화천 사육곰 돌봄 활동에 동행, 현재 추진 중인 구례 생추어리와 민간 생추어리 건립에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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