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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자영업자 분향소로 향하는 시민들 "비통, 희생 더 없어야"

정치권 인사들도 잇따라 추모…오후 들어 분향소 모습 갖춰
18일 밤까지 운영 예정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21-09-17 17:12 송고 | 2021-09-17 17:37 최종수정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숨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1.9.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숨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1.9.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극단선택 자영업자 추모를 위한 분향소. 보라색 천이 드리운 제단 위에 사진 대신 '謹弔(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라고 적힌 영정이 놓여 있었다. 그 주변은 국화꽃 100여송이가 감쌌다. 차례주 한병도 눈에 띄었다.

추모객들은 바닥에 놓인 국화꽃 한송이를 제단에 놓고 하얀색 돗자리로 자리를 옮긴 뒤 묵념했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는 상복을 입고 조문객들을 맞았다.

마포 맥줏집 주인 등 잇단 자영업자들의 극단선택을 계기로 마련된 분향소가 운영 이틀째를 맞았다. 비대위는 18일 밤 11시까지 이곳에서 추모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분향소 설치는 시작부터 부침을 겪었다. 비대위는 전날 오후 2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현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향소를 설치하는 게 집시법·방역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비대위는 간이분향소 설치로 선회했다. 설치 시도 7시간여가 지난 오후 9시30분쯤 절이나 묵념 정도만 할 수 있는 하얀색 천막을 바닥에 깔고 추모객들을 맞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은 열악했다. 하얀색 천막 일부를 접어 올려 허술한 제단을 만들고 영정을 놓았다. 일회용 컵에 흙을 잔뜩 담아 제사향을 꽂을 수 있는 향로를 만들었다. 이렇다할 제사상도 없어 현장을 찾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보낸 치킨과 커피는 맨 바닥에 덩그러니 놓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허술한 추모공간이었지만 오후 들어 제법 분향소다운 모습을 갖췄다. 경찰 펜스만 분향소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3시쯤 천막을 치고 제단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설치된 제단 양 옆에는 여야 당 대표가 보낸 커다란 근조화환도 자리했다.

분향소에는 전날부터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치권 인사들도 잇따라 추모했다.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과 각 당 대표·원내대표가 방문해 자영업자들을 위로했다. 김 대표는 "벌써 수백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출판인쇄업을 하는 김모씨도 추모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지금 소상공인들은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에 있다"며 "드러나지 않은 (극단선택이) 얼마나 많이 있겠나. 더 이상 희생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방문했다"며 우울해했다. 김씨는 방명록에 '참으로 비통하고 고통이 느껴진다'고 적었다.

추모 후 막막한 현실과 형평성 문제를 토로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경기 부천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곽아름씨는 "자영업자들은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않고 정부 방역에 협조했지만 일반시민보다 훨씬 큰 규제와 처벌을 받아왔다"며 "그런데 작은 매장이 아닌 대형마트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고 분노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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