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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호주,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오커스' 후폭풍(종합)

호주, 中견제 위해 미군 배치 확대·미사일 강화
중 "호주, 잠재적 핵공격 표적될 수 있다"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2021-09-17 13:38 송고 | 2021-09-17 14:12 최종수정
중국 오성홍기와 호주 국기.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높은 의존 관계에 있지만, 최근 호주가 미중 전략 경쟁에서 사실상 미국의 편을 드는 입장을 취하면서 외교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중국 오성홍기와 호주 국기.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높은 의존 관계에 있지만, 최근 호주가 미중 전략 경쟁에서 사실상 미국의 편을 드는 입장을 취하면서 외교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국과 영국, 호주가 대중국 견제를 위해 본격적으로 손을 잡은 상황에서 호주가 미국과의 더 많은 군사적 협력을 예고한 가운데 중국은 호주를 향해 '핵전쟁' 위협까지 거론하는 등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AFP통신·선데이 모닝 헤럴드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워싱턴DC에서 미·호주 외교·국방 장관 '2+2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개발을 비롯해 미군 추가 배치 등 미국과의 협력을 '상당히'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와 함께 지난 15일 '오커스(AUKUS)'라고 명명된 3국 안보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면서 최소 8척의 핵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호주의 콜린스급 잠수함 6척이 2038년부터 운행을 종료하는 가운데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은 2040년이 되어서야 완료되기 때문에 호주는 군사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호주의 선택은 미군 추가배치를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해저 드론, 장거리순항미사일의 국내 배치다.

더튼 장관은 호주 북부 도시 다윈에서 순환 근무를 하는 미 해병대의 수가 더 증가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올해 이 지역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제한이 있지만 약 2200명의 미 해병대가 배치될 예정이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장관은 호주에 배치될 미 해병대의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호주 주둔 미군을 확대 배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더튼 장관은 "미국과의 협력으로 우리의 해상능력뿐만 아니라 항공능력을 포함해 모든 군사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호주는 슈퍼호넷 전투기에 탑재되는 대함미사일, 음속의 최소 5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극 초음속 미사일과 해저 드론을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을 예정이라고 선데이헤럴드모닝은 전했다.

호주 ABC는 미국이 폭격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미군 전투기와 함께 정비요원, 전투요원들을 호주에 더 많이 배치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함께 오커스(AUKUS)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함께 오커스(AUKUS)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미국 측은 호주와의 협력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임을 재차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 건설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했지만 앞으로 그들이 이미 확립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중국은 지난 몇달 동안 호주가 경제적 보복과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은 호주가 홀로 싸우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들의 견제 대상인 중국은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반발했다.

미 해군의 로스엔젤레스급 공격형 핵잠수함 '투산(Tucson)함'이 지난 7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입항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투산을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임무의 일부
미 해군의 로스엔젤레스급 공격형 핵잠수함 '투산(Tucson)함'이 지난 7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입항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투산을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임무의 일부"라며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1일 밝혔다. 사진은 2016년 4월 6일 진해항에 입항하는 '투산'함. (미 태평양사령부)2017.10.11/뉴스1

앞서 오커스가 발표된 지난 15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은 호주에 민감한 핵 잠수함 기술을 수출했다"며 "이는 핵 수출을 지정학적 게임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16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핵 잠수함 거래는 호주를 잠재적인 핵전쟁의 목표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이들 3국의 동맹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냉전식 사고방식과 중국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은 냉전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해 사용한 것과 같은 접근법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미국은 오커스를 핵심으로 이 지역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런 작은 동맹체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큰 동맹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호주가 보유하게 될 핵잠수함에는 핵무기가 탑재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군사전문가는 미국이나 영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호주 잠수함에 핵무기와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을 쉽게 탑재할 수 있다며 미국과 영국이 '핵 무기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핵 무장국이 호주 핵잠수함 위협을 직접 직면하고 있어 호주가 잠재적인 핵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커스가 호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스콧 모리스 호주 총리의 야심은 핵 전쟁이 발발할 경우 호주에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쥔 주 유엔 중국 대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9월 이사회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한 협력을 선언했다"며 "미국과 영국의 이런 결정은 적나라한 핵 확산 행위"라고 비판했다.

왕 대사는 "핵무기와 핵기술 확산을 막는 것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취지이자 조약 이행국의 핵심 의무"라며 "미국과 영국은 조약국이자 핵무기 국가로서 핵무기 없는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를 공공연하게 돕는 것은 핵물질과 핵기술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핵확산 행위는 한반도 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 등 이슈 해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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