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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허진호·한준희,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N초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1-09-19 09:00 송고
황동혁 허진호 한준희/ 황동혁, 한준희=넷플릭스 제공, 허진호=JTBC 제공 © 뉴스1
"영화 현장에서 시리즈물과 영화의 미학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OTT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소개하던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이 말은 분량을 제외하면 영화나 드라마를 구분짓는 형식적인 요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채널이 다양해졌고 콘텐츠 경쟁은 치열해졌으며 형식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20분짜리 '숏폼'의 형태로 공개되는 저예산 웹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많은 예산을 들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 시리즈물도 있다. 후자의 영역에서는 영화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많은 영화 감독들이 드라마 시리즈로 영역을 확장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또 평가를 받고 있는 중에 있다.
D.P. 포스터 © 뉴스1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공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보름 넘게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해외 넷플릭스에서도 호성적을 냈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시리즈다. 6부작인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으며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가 각본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D.P.'를 접한 다수의 구독자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오는 명작"이라며 현실성 높은 내용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대해 호평을 내렸다.

'D.P.'의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은 '차이나타운'(2014)으로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크게 주목 받았다. 2019년 '뺑반'을 선보였던 그는 'D.P.'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함께 각본을 쓴 김보통 작가가 'D.P.' 이전에 영상 매체 대본 작업 무경험자임을 고려할 때, 한 감독은 웹툰 'D.P.' 영상화의 모든 책임을 어깨에 지고 있는 인물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웹툰을 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서, 연출자로서의 경험과 내공을 발휘해 작가와 시너지를 만들었다.

김보통 작가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작가 데뷔작 각본이었는데 그걸 공동작가이신 감독님이 환골탈태시키셨다"면서 연출자이자 공동 각본가인 한준희 감독의 존재감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한준희 감독의 연출자적 감각은 캐릭터 구성에서 드러난다. 'D.P.' 관련 인터뷰 등에 따르면 그는 원작에 존재하지 않았던 호열 캐릭터를 제안했고, 배우 조현철의 개인적인 캐릭터를 조석봉이라는 캐릭터에 투영시켜 사실적이고 공감가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그뿐 아니라 배우들에게 1대 1로 연기지도를 하며 전체적인 완성도에 힘을 기울였다.

각본 단계에서부터 개입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구상하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영화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힘을 발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JTBC © 뉴스1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도 드라마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2010년대 들어 드라마 강국의 입지를 얻은 JTBC의 '인간실격'을 통해서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연기파 류준열이 주연을 맡은 '인간실격'은 결국 아무 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와 결국 아무 것도 못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 4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인간실격'에 대한 평가에는 아직 호불호가 갈린다. 90년대 멜로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허진호 감독 식의 담백한 연출과 '아무 것도 되지 못한 여자'의 절망을 표현하는 전도연 연기에 대한 호평이 존재하지만, 다소 느린 전개와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들에 대한 비판도 많다. "영화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독립영화를 보는 느낌"이라는 평들이 많은 것을 볼 때 작품성에 대한 신뢰도는 확보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을 공감하게 만들어야 하는 드라마 시리즈로서의 미덕은, 적어도 초반 에피소드들에서는 발견되지 못했다고 평할 수 있다.

'인간실격'은 연출자의 독창적인 색깔이 드라마 한 편의 흥행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다만, 현재 방송 중이기에 전반적인 평가는 방송이 끝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오징어 게임' 캐릭터 스틸 컷 © 뉴스1

영화 감독이 연출한 또 한 편의 드라마 시리즈가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17일 공개됐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이다. '도가니'(2011)와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2017)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올라선 황동혁 감독은 '남한산성'의 제작을 담당했던 제작사 싸이런 픽처스와 함께 드라마 시리즈를 선보였다.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황동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담당한 오리지널 창작물이며, 톱스타 이정재가 주인공을 맡았다. 공개된 9개의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공개 전의 기대감에 비해 혹평이 많은 편이다. 비주얼과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리는 구독자들이 있으나, 중반 에피소드 이후부터 늘어진다는 평이 있고, 클리셰들, 예측 가능한 반전 등에 대해 혹평을 내리는 이들이 많다. 특히 "2시간으로 압축된 영화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평들이 눈에 띈다. 영화와 분량이 다른 드라마 시리즈의 특성에 적합한, 조금 더 복합적인 이야기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화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드라마와 비교할 때 영화는 상대적으로 '질적인 수준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감독들의 드라마 진출로 이는 이제 무색한 말이 돼가고 있다. 다만, 첫 에피소드부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보는 이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해야하는, 영화와 차별화되는 드라마만의 과업을 처리할 수 있는 이들이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무는 선구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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