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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획 그어" 조용기 목사 추모 발길 이어져

"평생 복음 사역에 몸을 바치신 분"
교회에 131억원 손해끼친 혐의 대법원서 징역 3년에 집유 5년 선고도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박승주 기자 | 2021-09-15 16:11 송고 | 2021-09-15 17:41 최종수정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1층 베다니홀에 마련된 고 조용기 원로목사의 빈소에서 한 조문객이 눈물을 흘리며 나서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 2021.9.15/뉴스1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1층 베다니홀에 마련된 고 조용기 원로목사의 빈소에서 한 조문객이 눈물을 흘리며 나서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 2021.9.15/뉴스1

고 조용기 목사의 빈소가 차려진 여의도순복음교회에는 조문 첫날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5일 오후 2시경 빈소가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1층 베다니홀.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교인들이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영정사진 앞 공간에는 9명의 사람만 입장하게 했고, 이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섰다. 교회 측으로부터 받은 하얀 국화를 영정 앞에 놓은 뒤 눈을 감고 조 목사를 애도했다.

많은 신도가 눈물을 훔쳤고 몇몇 신도들은 "수고 많으셨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연신 눈가를 닦았다. "아버지"라고 외치며 목놓아 우는 신도도 있었다. 옆 쪽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별도의 추모 예배가 열리기도 했다. 

눈이 퉁퉁 부은 듯 선글라스를 끼고 빈소를 찾은 50대 여성 A씨는 "어렸을 때부터 기도원을 다니며 조용기 목사님 말씀을 많이 접했다. 폐병도 두 번이나 나았다"고 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순복음교회에 나온 건 5년 전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잔소리처럼 들리다가 돌아가시고 후회되는 것처럼 더 말씀을 잘 들을 걸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다녔다는 순복음교회 권사 B씨는 "목사님 말씀으로 은혜를 많이 받았고, 80년대 어려울 때 버틸 수 있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슬픈 날에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며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조 목사의 사역을 받았다는 심모 목사는 "20년 전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었을 때 '너도 목사가 될 수 있다'고 제게 목회의 길을 열어주셨다"며 "목사님이 주신 자금으로 교회를 세울 수 있고 지금 20년 넘게 사역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이후로 많은 여성 목사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심 목사는 또 "언니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맬 때 조 목사님께서 손수건에 물을 적셔 이마에 얹어주셨다. 그리고 45일 만에 깨어나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전했다. 그러면서 "백세시대인데 86세에 너무 일찍 가셔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1층 베다니홀에 마련된 고 조용기 원로목사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2021.9.15/뉴스1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1층 베다니홀에 마련된 고 조용기 원로목사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2021.9.15/뉴스1

20대 여성 C씨의 안경에는 눈물자국이 얼룩덜룩 묻어 있었다. 그는 "이 교회 장로셨던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오늘 조문 오기 전 아버지와 조용기 목사님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성도 D씨(30대·여)는 "어릴 때 목사님이 제 손을 잡아준 기억이 갑자기 나 슬펐다"며 "천국에 가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했다.

가방을 멘 학생부터 지팡이를 짚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신도가 빈소를 찾아, 오전 한때는 조문을 기다리는 길이 인도 근처까지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조문이 끝난 뒤 따로 모여 조 목사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성도도 있었다.

교회 정문 앞에서는 유튜버 5~6명이 조문객들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스스로를 전도사라고 밝힌 유튜버 1명은 "평생 복음 사역에 몸을 바치신 분이다. 세상에 명과 암이 없는 사람이 어딨겠나. 이런 날은 비판을 하기보단 숙연하게 목사님을 위해 기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교회 교인들도 애도의 뜻을 보냈다. 경기도의 한 대형교회 권사(60대·여)는 "복음을 위해 한평생을 사신 목사님이셨다. 현대 기독교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목사님의 소천이 아쉽다. 주님의 곁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정·재계 인사들이 보낸 근조화환도 빈소를 가득 채웠다. 박병석 국회의장, 김부겸 국무총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빈소에 화환을 보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화환을 보냈고,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화환으로 조의를 표했다.

직접 빈소를 찾은 정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빈소를 방문했고, 홍준표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찾았다.  

오후 2시쯤에는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빈소를 찾았다. 윤 전 총장은 "오랜 세월 동안 국민들께 위로와 용기, 희망을 주신 조 목사님의 평안한 안식을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문이 끝나고 나온 윤 총장을 향해 순복음교회 신도들이 "힘내세요" "잘 오셨어요"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오후 5시에는 이낙연 전 총리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산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장종현 한교총 대표회장 등 종교계 인사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고, 경제계에서는 정몽규 HDC 회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조문은 17일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며 장례예배는 18일 오전 8시 한국교회장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열린다. 하관예배는 18일 오전 10시 장지인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묘원에서 열린다. 유족으로는 희준·민제·승제 세 아들이 있다. 

조 목사는 14일 오전 7시13분께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조 목사는 지난해 7월 뇌출혈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해왔다.

조 목사는 1958년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설립한 천막교회를 83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수준의 교회(신도수 기준)로 키워낸 인물이다.

반면 우파성향의 기독교정당 결성을 추진하며 한때 정치적 시비를 일으키고, 교회 사유화와 비리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 목사는 교회에 13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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