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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백블] 강한 국방‧광활한 우주 향해 '역사의 문' 열었다

[위상 달라진 대한민국⑤] 軍·우주 개발 제약돼온 '미사일 지침' 완전 종료
'완전 국내 독자기술 발사체' 누리호도 곧 발사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21-09-15 06:39 송고 | 2021-09-15 14:23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밝혔다. 사진은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2021.5.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우리에게 아직 최고의 업적이 있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운명이 저 위에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개봉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끈 SF영화 '인터스텔라' 속 이 대사는 인류의 '지구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우주 개척에 대한 열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이 된 황폐화된 지구에서 희망없이 살아가던 등장인물들은 결국 우주에서 인류 생존의 답을 찾아낸다.

인류는 오랜 기간 우주 개척을 갈망하고 또 경쟁해왔다. 대표적으로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체제의 양축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우주라는 광활한 인프라를 놓고 피말리는 경쟁을 벌였다. 우주 기술이 군사 분야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양국은 우주 개발에 더욱 열을 올렸다.

우주 개발은 이처럼 국방 문제와 연계돼 있는데다 거액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 주도 산업으로 이어져 왔던 터다. 다만 최근 들어 이러한 패러다임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주요국들은 정부를 넘어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생태계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우주라는 블루오션을 놓고 국가를 뛰어넘어 수많은 기업들의 개발 경쟁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 같은 세계적 흐름을 유심히 살펴왔다. 각고의 노력 끝 문재인 대통령은 42년 만에 미사일 사거리, 탄두 중량, 연료 사용 등에 있어 우리 측에 족쇄로 여겨졌던 미사일 지침의 완전한 종료를 이끌어냈다. 우리 손으로 우리 하늘을 지키고 나아가 우주로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운명의 문’을 연 것이다.

◇軍·우주 개발 제약해온 '미사일 지침' 종료…국내 최초 개발된 'KF-21' 출고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합니다."

문 대통령은 올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사일 지침 종료를 선언했다. 우리 군·우주 개발의 제약이 돼 왔던 미사일 지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간 미사일 지침은 사거리 등의 제한을 뒀을 뿐 아니라 군사 목적 개발 기술과 비군사 목적의 개발 기술(우주 발사체 등)을 전용할 수 없도록 규정해왔다.

정부는 미국과 2001년과 12년, 17년, 20년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지침을 개정한 끝에 올해 '미사일 지침 완전 종료'라는 쾌거를 냈다.

이로써 미사일 사거리나 탄두 중량에 대한 제한이 사라지고 연료 사용 면에서도 액체부터 고체까지 다양성이 확보된 가운데 지침 종료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역시 국방이다. 지난 2일 국방부에서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우리 군은 향후 5년간 미사일 전력의 고도화를 시사했다.

국방부는 "더 멀리, 강하게, 정밀하게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며 "파괴력이 증대된 지대지·함대지 등 다양한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전력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해상에서 지상 전략 표적을 파괴할 수 있도록 정밀타격이 가능한 중형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자주국방을 위한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는 최근 출고된 'KF-21' 시제 1호기 건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 출고된 KF-21 전투기는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전투기다.

2026년까지 지상 및 비행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전투기 자체 개발에 성공한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는 세계에서 8번째로 개발된 4.5세대 이상 첨단 초음속 전투기이기도 하다.

KF-21에 들어가는 3만 개가 넘는 세부 부품의 65%는 국산화됐다는 점에서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1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기고 5조9000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 창출이 전망된다. 이미 개발에서부터 대기업, 중견·중소기업까지 700개 이상의 국내 업체가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1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2021.4.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결실 앞둔 '완전 국내 독자기술 발사체' 누리호

미사일 지침 해제는 국방 부문만이 아니라 우주산업으로까지 확장돼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앞서 언급됐듯이 기존 지침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에는 당초 일정 수준 이하의 고체연료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자유로운 고체연료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고체와 액체 연료를 조합한 발사체 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현시점에서 누리호가 발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발사체를 비롯한 한국의 우주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이어온 누리호 개발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600~800㎞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다. 한국의 첫 우주 발사체 발사는 2013년 1월에 쏘아진 ‘나로호’였지만 당시 한국은 독자 기술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할 기술이 부족해 총 2단으로 이루어진 나로호 1단 엔진은 러시아의 힘을 빌렸다.

누리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완전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발사체로서 지난 3월25일 추력 75t급 액체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묶음)한 1단부 마지막 연소시험이 성공했다. 당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누리호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한 문 대통령은 '누리호 1단부 최종 종합연소시험' 성공에 "세계 7번째의 매우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했다.

75t급 엔진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까지 6개국뿐이다. 누리호는 10월21일 1차 발사, 내년에 2차 발사(2022년 5월19일)가 예정돼 있다. 다만 최종 확정일은 '발사 전 비연소 종합시험'(WDR) 및 발사 준비 현황을 고려해 9월 말쯤 발사관리위원회를 통해 결론이 난다.

누리호 발사가 최종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언제든지 원할 때 인공위성이나 탐사선 등을 독자적으로 우주 궤도에 쏘아올릴 수 있는 운송수단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누리호 1단 종합연소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2021.3.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여는 '뉴스페이스 시대'

여기에 각종 제한이 사라지면서 우리나라 또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에 본격 접어들게 됐다는 점도 성과다. 전 세계 모든 국가는 물론 관계 기업들은 '블루오션' 우주에서의 상업적 경쟁도 이미 시작한 상태다. 군사적 목적이나 국가 위상 제고에 집중한 정부 주도의 우주 프로젝트 시대가 '올드 스페이스 시대'였다.

한창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 뉴스페이스TF장은 "정부와 민간 간 발사체에 대한 다양한 기술 교류가 이루어지면 머지않아 '한국판 스페이스X'가 나올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간 제한된 환경에서도 고체연료 기반의 발사체와 액체연료 기반의 민간용 우주발사체를 육성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이 민간 주도의 우주시대를 연 상태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블루오리진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 기업들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2040년 1조 달러(1110조원) 이상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카이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이 민간 우주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정부는 민간기업들이 우주발사 시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발사장과 같은 인프라를 더 적극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간이 이용할 수 있는 발사장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에 짓기로 했다. 2024년까지 고체연료 발사체를 주요 대상으로 구축하고 2030년까지는 액체연료 등을 포함한 범용 발사체 발사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 6월25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도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개척을 위한 주요 정책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KPS 개발에 있어 바이든 대통령과 양국 협력을 합의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2035년까지 14년 동안 약 4조원 가까이 들여 진행되는 KPS 사업의 목표는 'GPS 신호를 보다 정확하게' 하는 우리 자체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보통 GPS를 ‘길 안내 시스템’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GPS는 최소 24개 이상의 위성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뜻한다.

GPS는 우리에게 'PNT 정보'를 전달하는데 PNT 정보란 위치(Positioning)와 항법(Navigation), 시각(Timing)을 뜻한다. PNT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되면 작게는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스마트폰에서 길·시간 안내를 받지 못하게 되고 크게는 주식시장과 물류, 전력 분배 등에서의 마비를 가져온다. PNT 정보가 얼마나 세밀하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차‧UAM(도심항공교통)과 같은 신산업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특징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더 돈을 들이지 않고 GPS를 계속해서 쓰면 되지 않나'라는 의견도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KPS와 같은 정책으로 아시아의 우주 정책을 끌고 나가는 자리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1.05.26/뉴스1

◇우주 업계 '붐업'… 10조2천억 규모의 새로운 시장 창출

일련의 과정으로 우주 업계는 최근 '붐업'이 돼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뉴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에 민간이 중심이 되고 이로써 역할이 확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모든 게 당장 사업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미사일 지침과 같은) 족쇄가 풀려 필요에 따라 어떤 것이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대한민국 우주산업 강화와 관련 기업들의 실적 상승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주목받는 주요 업체들로는 카이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LIG넥스원 등이 있다.

카이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 중 우주 사업으로 연매출이 1000억원이 넘는 유일한 곳이다.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발간하는 우주산업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국내 우주 제조분야 매출액(약 6242억원) 중 카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지난 2월 뉴스페이스TF를 발족한 카이는 우주시장에서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 중심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연내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6일 국내 항공 영상 분석 전문업체 '메이사'의 지분 20%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작년 8월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세우기도 했고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내년 초 차세대중형위성 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 또한 올해 3월 그룹 차원에서 조직된 '스페이스 허브'를 중심으로 항공·우주분야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는 2006년 아리랑2호 개발을 시작으로 나로호, 누리호 사업에 참여했고 특히 누리호에서는 심장 역할을 하는 액체로켓엔진과 추진계, 제어계 등을 담당했다. 한화에어로는 올해 초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20%를 인수했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현무', '해성', '신궁', '천궁', '홍상어'와 같은 정밀유도무기와 각종 레이더, 센서 등을 개발·양산해온 곳이다. 최근에는 KPS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기찬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자리한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대회에서 KPS 서비스에 필요한 고성능·보급형 자율항법장비 등을 개발해 기업 가치를 7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국내기업이 위성통신 부품 및 기기, 장비의 신규 생산을 통해 7조4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다. 여기에 2조8000억원의 부가가치, 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주 개발에 대한 추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국에 10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197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 후 50여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한창헌 TF장은 "아르테미스 약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달이 탐구 대상을 넘어 개발 대상이 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달에서 기지 건설, 자원 채취가 본격화될 경우, 약정 참여국들 간 연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우주 개발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우주 분야는 특히 긴 호흡이 필요하다. 잠깐 관심을 기울였다가 지원을 끊거나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뀌면 소위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며 "최종 성과는 몇 대 정권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 로드맵을 세우는 동시에 로드맵에 대한 서로의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1-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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