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韓플랫폼 성장통, 10년의 법칙]②'승자독식' 모델…생존하면 '규제'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승자독식 구조의 플랫폼 사업…반복되는 규제 이슈 원인
플랫폼 이전으로 되돌리기? 디지털 경제 고려해 규제 방향 세밀하게 설정해야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1-09-16 05:00 송고 | 2021-09-16 08:45 최종수정
편집자주 한국 국회가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골리앗 구글의 '수수료 갑질'을 법으로 막았다고 자축한 것도 잠시. 이제 그 칼끝이 구글의 대항마 네이버, 카카오를 겨누고 있다. 물론 플랫폼 규제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1990년대를 기점으로 검색포털 등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7년 스티브 잡스의 모바일 혁명 이후로 스마트폰을 통한 '손안의 플랫폼'이 일상이 됐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플랫폼은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가치사슬 최상단에 군림하며 '독과점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탄생한 1세대 네이버가 10여년전에 겪은 '골목상권' 논란이 모바일 시대가 낳은 '스타' 카카오에 재점화됐다. '기술의 힘으로 일상을 바꾸자'는 혁신의 모토는 '사악한 플랫폼'의 민낯으로 돌변하며 이제는 벗어날 수도 없는 플랫폼 노예를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디지털 경제의 첨병인 '플랫폼 말살'이 해답도 아니다. 플랫폼 규제, 어디를 향해야 할까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린다. 플랫폼 사업의 기본 속성이다.

참여자가 늘수록 참여자 모두의 효용이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플랫폼 사업은 살아남는 자가 모든 걸 갖게 되는 '승자독식' 모델로 가게 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독점적 사업자에 대한 견제와 규제 목소리가 높아진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를 둘러싼 골목 상권 침해, 갑질 논란의 근본적 배경은 여기에 있다.
◇사람이 몰리는 '승강장',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은 본래 버스나 열차가 오가는 승강장을 뜻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이 승강장의 역할을 한다. 버스가 승객을 만나듯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가 이용자와 마주하는 접점 공간이 된다. 버스의 모습은 쇼핑, 동영상 콘텐츠, 미디어, 게임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승강장에 좌판과 광고가 늘어서듯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 서비스에도 다양한 수익 모델이 따라붙는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특징은 기하급수적인 네트워크 효과다. 공급자-수요자로 구성된 단순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레이어가 뛰어드는 양면시장 구조에 기반해 참여자들이 늘수록 참여자 전체의 효용이 늘어나는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같은 경우 단순히 일반 이용자뿐만 아니라 배달 음식을 제공하는 점주들을 고객으로 둔다.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 서비스에 입점하려 하는 '사장님'들이 늘어나게 되고, 또 다양한 배달 맛집이 들어서면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은 양면시장 구조에 기반해 참여자가 늘수록 참여자 전체의 효용이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게 된다. 2020.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은 양면시장 구조에 기반해 참여자가 늘수록 참여자 전체의 효용이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게 된다. 2020.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초기 적자 경쟁 견디면 승자독식, 규제 이슈 필연적

이처럼 플랫폼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하기 위한 초기 이용자 확보 경쟁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주는 서비스 가치와 효용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무료' 서비스를 강조하며 적자 출혈 경쟁을 벌이게 된다. 구글이 그랬고, 최근 고무줄식 호출비로 논란을 겪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랬다.

이 과정에서 잠재성을 보인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이를 바탕으로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즉, 플랫폼 사업에서 오래 생존한 기업은 필연적으로 승자독식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규제라는 이름의 견제구를 받게 된다.

1999년 6월 출범한 네이버는 서비스 11년째인 2010년 골목 상권 논란 침해 논란으로, 맛집 서비스인 '윙버스' 등 7개 서비스를 접어야 했고,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골목 상권 침해·플랫폼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플랫폼 규제 논의에 불을 지폈다.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참석자들이 지난 8월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8월 임시국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촉구 임점업체·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참석자들이 지난 8월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8월 임시국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촉구 임점업체·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플랫폼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관건은 규제의 방향

독점적 시장의 폐해를 막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된 '구글 갑질 방지법'은 사회적 공감대가 쌓이고, 앱마켓 수수료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결과다.

관건은 규제의 방향이다. 디지털 경제 흐름에 역행해 플랫폼이 없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강한 규제' 아래 '건강한 플랫폼'이 자리 잡도록 전체 플랫폼 생태계를 고려한 논의 및 환경 조성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향적으로 진행되는 규제는 목적성을 잃고 디지털 경제 자체를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적자 경영을 해오면서 유효한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으로, 분야마다 산업 구성원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구성원과의 사회적 대화를 열심히 하고, 소비자 민감성을 잘 살펴야 하며, 정부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규제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를 손을 들고 흔들며 기다리던 시대로 돌아갈 순 없다"며 "독점적 사업자가 됐을 때 보이는 급진적 행태는 개선해야 하지만, 4차 산업과 디지털 경제를 포기하라는 방향으로 규제 논의가 흘러선 안 된다. 독점 자체보다는 독점 이후 어떤 불공정 행위를 하냐가 문제다"고 강조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나오는 플랫폼 규제 법안은 행위에 대한 사전적 규제 성격으로, 시장 생태계에 맞지 않는다"며 "대개 독점 규제는 사후 규제 방식으로, 독점적 상황이 소비자 효용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시장에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에 대해 충분히 실태조사, 검토를 한 후에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섣불리 특정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전제하고 규율하면 어떤 사업자도 규모의 경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