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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플랫폼 성장통, 10년의 법칙]① '네·배·쿠·카'…돌고 도는 규제 흑역사

네이버→배민→쿠팡→카카오…IT업계 10년 징크스
'중개'가 본질인 플랫폼 사업 특성상 소상공인·이용자 갈등 불가피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21-09-14 07:23 송고 | 2021-09-14 08:43 최종수정
편집자주 한국 국회가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골리앗 구글의 '수수료 갑질'을 법으로 막았다고 자축한 것도 잠시. 이제 그 칼끝이 구글의 대항마 네이버, 카카오를 겨누고 있다. 물론 플랫폼 규제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1990년대를 기점으로 검색포털 등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7년 스티브 잡스의 모바일 혁명 이후로 스마트폰을 통한 '손안의 플랫폼'이 일상이 됐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플랫폼은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가치사슬 최상단에 군림하며 '독과점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탄생한 1세대 네이버가 10여년전에 겪은 '골목상권' 논란이 모바일 시대가 낳은 '스타' 카카오에 재점화됐다. '기술의 힘으로 일상을 바꾸자'는 혁신의 모토는 '사악한 플랫폼'의 민낯으로 돌변하며 이제는 벗어날 수도 없는 플랫폼 노예를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디지털 경제의 첨병인 '플랫폼 말살'이 해답도 아니다. 플랫폼 규제, 어디를 향해야 할까.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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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국내 주요 IT기업들마다 출범 10년 전후로 '골목상권 침해'라는 공통적인 성장통을 겪고 있다. 적자 구조에도 10년간 외형을 키우며 살아남은 이들 플랫폼 기업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입자 기반으로 수익 확대에 나서기 시작하면 갈등이 불거지는 이른바 'IT업계 10년 징크스'다.
◇카카오, 네이버·우아한형제들·쿠팡도 겪은 'IT업계 10년 징크스' 직면

국내 대형 IT기업 대부분은 출범한 지 약 10년 전후로 고강도 규제에 직면해 왔다.

지난 2010년 3월 출범한 카카오(다음 설립일 1995년 2월) 카카오는 출범 11년째인 올해 '혁신 IT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미지가 전환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1년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음'과 합병하는 등 굵직한 M&A와 적극적인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IT업계의 '공룡'이 됐고, 현재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비스 비용 개편 명목으로 실질적인 택시 호출비용 인상을 강행했다가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수하면서 비판 목소리는 더 커졌다.
지난 1999년 6월 출범한 네이버(당시 네이버컴)는 11년째인 2010년 IT기업들 중에선 최초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10년은 프랜차이즈 대기업이 가맹점을 늘리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동네 빵집, 10평 남짓한 개인 카페 등 골목식장의 생존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시기였다. 이때 네이버도 국내 최대 포털을 내세운 맛집 검색·추천 서비스 '윙스푼', 네이버부동산 서비스 등이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순차적으로 7개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출범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경우 배달 중개 플랫폼 특성상 소상공인들의 쌈짓돈을 떼어간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지속적으로 상생안을 내놓고 수익 모델을 개편하면서 논란을 잠재워왔다. 그러나 생필품 및 식료품을 즉시 배달해주는 'B마트'(2019년 11월 론칭)가 전국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다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2010년 설립한 쿠팡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기반인 이들 역시 골목상권을 침탈하는 주범으로 꼽히며 최근 수년째 '갑(甲)질'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1개 소상공인 단체가 모여 반(反)쿠팡 연대를 발족하고 "골목상권 침탈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IT기업들이 출범 직후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 영역 확대와 이용자 확보에 초점을 맞추다가, 10여년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시도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에 일정 비용을 내서 고객 유입 효과를 얻는 소상공인 등 공급자들은 물론, 갑자기 더 많은 돈을 내고 기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이용자들의 볼멘소리는 불가피하다. 예전에는 없어도 살았던 '플랫폼의 편리'가 이제는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된 '플랫폼의 노예'가 됐다는 인식이 팽배해질 무렵, 플랫폼에 대한 비난여론에 최고조에 달한다.

◇11살 된 IT공룡 카카오, 정치권·정부 집중포화 '암초'

당정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온라인 플랫폼 관련 갑질 규제 법안을 정기국회 입법과제로 처리할지 검토 중인 가운데 정부도 여당의 행보에 맞춰 플랫폼 기업들을 향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최근 이들이 겨눈 칼날은 IT기업들을 향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카카오를 향한 것들이다.

공정위는 계열사 신고누락과 관련해 카카오 창업자이자 동일인(총수)인 김범수 의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 의장의 개인회사이자 자녀들이 근무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실질적인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손꼽히지만, 카카오가 명확하게 자료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 2007년 4월 출범한 회사로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아왔지만 공정위 등 정부가 직접 회사를 찾아 조사까지 벌인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카카오를 향해 총구를 겨눈 시기에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 조사와 공정거래위원장의 강도 높은 플랫폼 부작용 우려 발언은 공교로운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당정은 '혁신을 내세운 IT업계의 대표 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탐욕의 상징처럼 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워 규제에 나섰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의 분노를 달래줄 '희생양 찾기'로 플랫폼이 낙점된 분위기다. 게다가 미국, 중국도 플랫폼에 강경한 때인 만큼, 정치권으로서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비대해진 IT기업을 규제하는 것보다 '괜찮은 그림'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비대면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론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IT기업들이 지난 10여년간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급격하게 덩치가 커지면서 대기업이라는 인식이 더 빠르게 확산됐다"며 "다수의 대형 IT기업들이 현재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공급하는 단계까지 성장했지만, 플랫폼의 본질인 중개가 수익구조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특성상 카카오가 사업을 확대하려면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을 플랫폼을 통해 해소해주는 역할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서비스를 위해 손을 잡은 이들이 소상공인이고, 이용료를 내야 하는 이들이 다수의 국민들이다 보니 쉽게 규제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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