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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사람 죽였다"…경비원 두명 살해 뒤 자수한 남성

범행 1시간20분 뒤 자수…사체손괴까지 '사형 구형'
"당시 조현병" 심신미약 주장…대법, 유기징역 확정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21-09-04 15:19 송고 | 2021-09-04 15:42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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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씨(31)는 평소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상사나 동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젠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강씨의 그릇된 다짐은 본인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오피스텔 경비원에게로 향했다.

강씨는 여성 목소리,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 등 환청을 듣고 층간소음으로 착각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그는 자신의 요청을 경비원 A씨가 무시했고 오히려 민원을 제기하는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A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함부로 대한다는 피해망상까지 느낀 강씨는 결국 A씨를 살해하기로 했다. 

사건은 지난 2018년 5월26일 저녁 발생했다. 오후 8시쯤 강씨는 모자, 넥워머, 선글라스, 장갑 등을 착용하고 흉기 여러 자루를 가방에 챙긴 뒤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A씨는 잠깐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고, 강씨는 관리사무소에 있던 경비원 B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A씨가 관리사무소로 돌아오자 강씨는 "죽어"라고 소리치며 그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A씨와 B씨는 저항하며 도망쳤으나 강씨는 이들을 관리사무소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범행을 제지하는 B씨에게도 "아저씨는 미안한데 그냥 죽어"라면서 흉기를 휘둘렀다.

강씨는 두 사람이 숨을 쉬지 않는 사실을 확인한 뒤 신체를 훼손했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지 1시간20분쯤 지나 강씨는 "사람을 죽였다"며 지구대에 자수했다.

강씨는 살인, 사체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강씨 측은 심신상실을 주장했다.

법원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어도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심신미약'을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강씨가 2008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아온 점 △중국 유학 당시 대학교 측에서 강씨 부모에게 '극단선택이 우려되니 데려가라'고 할 정도로 이상행동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정신감정 결과 망상, 환청, 판단력 손상 등이 나타난 점 등이 고려됐다.

1심은 "두 명의 생명을 빼앗은 범행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고 참작할 만한 특별한 범행동기도 찾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은 처남-매제지간이라 유족들의 슬픔이 훨씬 클 뿐만 아니라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에서 가장 무거운 형의 선고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강씨는 범행 당시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범행 경위를 살펴볼 때 그 병이 범행의 원인이 됐다고 인정된다"며 "치료와 수감을 통한 개선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사형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무기징역도 고려했지만 조현병으로 인한 범행과 자유의지에 의한 범행에 대해 비슷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상 적절하지 않다"며 "유기징역형으로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씨에게는 징역 38년이 선고됐다.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됐다.

이 판결에 강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강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택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징역 38년을 확정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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