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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없어서 못맞는데 누군 4차까지'...동남아 특권층 부스터샷 남용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 백신 완전 접종률 10%대
전문가 "백신 세치기, 사회 전체 위험 빠트려" 경고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2021-09-03 13:01 송고
2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중앙백신센터에서 이뤄진 백신 접종을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2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중앙백신센터에서 이뤄진 백신 접종을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특권층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스터샷(추가접종)을 맞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로 인해 사회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부스터샷이 이뤄지면서 백신 접종 불평등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 동남아 국가, 백신 완전 접종률 10%대…특권층 남용 사례 속출: 현재 동남아에서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인구는 10분의 1 수준이지만, 특권층을 중심으로 부스터샷 남용 사례는 늘고 있다. 

현재 인구의 완전 접종률 80% 목표를 달성한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동남아 국가 상당수가 접종 목표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백신 완전 접종률이 13%대에 머물고 있으며 베트남과 태국은 각각 10%와 11%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 속 인도네시아에서는 한 정치인사가 자신이 맞은 부스터샷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다 대통령비서실 공식 채널을 통해 우연히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해당 영상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대부분의 인구가 아직 1차 접종을 맞지 못한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태국에서는 임신부와 보건종사자에게 놓여질 화이자 백신을 병원이 가로채 측근에게 놓았다는 의혹으로 조사가 벌어지고 있고, 필리핀에서는 산후안시 관계자가 백신을 4차례나 맞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그는 면역체계가 손상돼 의사 지시에 따라 백신을 추가로 접종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히 식었다. 

21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무료 접종을 맞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21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무료 접종을 맞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 부스터샷 필요성 논란 속 부유국 접종 대상 확대: 부스터샷은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백신 개발 제약사는 부스터샷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백신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6개월간 지속되지만 이후부터 항체 효과가 급격히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현 데이터만 놓고는 부스터샷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스라엘을 필두로 추가 접종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상황.

미국 역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면서 부스터샷 접종을 이달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백악관 수석 의료고문이자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는 향후 코로나19 백신의 표준 용량은 3차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SCMP는 이같은 강대국의 부스터샷 확대는 백신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남아 국가의 취약계층이나 보건 종사자들에 돌아갈 비축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체는 동남아시아에서 부스터샷 논쟁이 백신 접종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은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화이자나 모더나보다 낮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부텍 추안 생명윤리센터 조교수는 "백신 대기 줄을 세치기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를 통해 당사자는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인구 전체를 위험에 빠트린다"고 경고했다.

추안 조교수는 "바이러스가 커뮤니티 전체에 계속 전파되면 더 많은 변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대학의 임상 역학자인 레오닐라 단스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받았는지 혹은 사회 어떤 부분이 노출됐는지 당국이 알지 못하면 전염병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 능력을 약화시킨다"면서 "이런 '세치기'는 한두 명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백신 접종 불평등 문제를 꼬집으며 저소득 국가를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스터샷을 연기해달라고 세계 지도자들에 당부했다.

WHO에 따르면 일부 고소득 국가에서는 성인 백신 접종률이 50%인 반면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을 비롯한 저소득 국가는 성인 접종률이 2% 미만이다.

로이터통신의 통계 역시 같은 얘기를 전해주고 있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현재 12세 이상 백신 완전 접종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는 아일랜드는 10월부터 방역 규제에 마침표를 찍고 코로나19와의 공존을 택한 반면, 콩고와 아이티 등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0%대다.

18일(현지시간)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의 젊은이들이 '노 마스크' 상태로 대화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8일(현지시간)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의 젊은이들이 '노 마스크' 상태로 대화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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