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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두케 대통령 방한 성과 숨은 주역 '통역사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스페인어과 졸업생·재학생·교수 '총출동'
한원덕 원장 "전문 지식 자산화할 정부 '통역국' 신설 검토 필요"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08-28 13:01 송고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8월 25일 청와대에서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KTV 영상 갈무리. ©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8월 25일 청와대에서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KTV 영상 갈무리. © 뉴스1

"한국과는 강한 형제애를 느낍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외교가 축소된 상황이지만, 두케 대통령은 6·25 참전용사 2명과 함께 서울 전쟁기념관을 직접 찾아 헌화·묵념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정한 친구의 나라'라며 환영했고, 이번 계기 다양한 분야 협력 협정이 체결됐다.

중남미 외교 지평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두케 대통령 방한 성과에는 숨은 주역들이 있다. 각 정상 내외와 콜롬비아 대표단이 이동할 때마다 늘 곁에서 귀와 입이 되어준 통역사들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의 발언을 통역으로 전해듣는 모습. (왼쪽부터) 김영주 국제회의통역사, 이홍주 행정안전부 사무관, 이은진 외교부 외무행정관. 청와대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의 발언을 통역으로 전해듣는 모습. (왼쪽부터) 김영주 국제회의통역사, 이홍주 행정안전부 사무관, 이은진 외교부 외무행정관. 청와대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뉴스1

문 대통령과 두케 대통령 내외 일정을 수행한 4명의 통역사는 모두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스페인어과(한서과)에서 공부한 선후배 사이다. 두케 대통령 통역은 김영주(26기) 국제회의통역사가, 마리아 훌리아나 루이스 여사는 김상희(22기) 국제회의통역사가 맡았다. 문 대통령 통역은 행정안전부 통역관으로 재직 중인 이홍주(30기) 사무관이, 김정숙 여사는 외교부 중미카리브과의 이은진(34기) 외무행정관이 담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의 부인 마리아 훌리아나 루이스 산도발 여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각 여사의 통역을 담당한 (왼쪽부터) 김상희 국제회의통역사와 이은진 외교부 외무행정관. 2021.8.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의 부인 마리아 훌리아나 루이스 산도발 여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각 여사의 통역을 담당한 (왼쪽부터) 김상희 국제회의통역사와 이은진 외교부 외무행정관. 2021.8.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는 42·43기 재학생들도 출동했다. 원어민 교수로 재직 중인 프란시스코 베르무데스 교수가 학생들과 동행했다. 콜롬비아 보고타 출신인 베르무데스 교수는 1991년부터 한국에 머물며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콜롬비아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문 번역을 감수하는 등 오랜 기간 양국 협력 과정에 힘을 보탰다.
모국 대표단이 방한한 자리에서 직접 가르치는 제자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더없이 뿌듯하게 지켜봤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국빈 방문 기간 정상간 회담 이외에도 의회 방문이나 기업인 만남 등 일정이 이뤄지는데, 이때마다 학과 구성원들이 동시통역과 순차통역, 수행통역을 맡곤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가장 보람되게 지켜본 사람은 바로 스페인어과 주임교수이자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는 한원덕 교수다. 1996년 칠레 에두아르도 프레이 대통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스페인어 권 중 18개 국가 정상의 말이 그의 입을 거쳐 전해졌다.

고(故)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이 연설문에도 없던 시 구절을 읊어 진땀 흘리며 통역했던 기억은 지금도 아찔하다. 어느새 스페인 국왕이 바뀌고 우리 대통령도 6번 바뀌었지만, 이들 정상은 모두 한 원장의 통역 음성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왕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펠리페 6세 국왕과 환담한 모습. 왼쪽에선 이홍주 행정안전부 사무관이 문 대통령의 통역을, 오른쪽에선 한원덕 교수가 스페인 국왕의 통역을 진행했다. (청와대 제공)2021.6.1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왕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펠리페 6세 국왕과 환담한 모습. 왼쪽에선 이홍주 행정안전부 사무관이 문 대통령의 통역을, 오른쪽에선 한원덕 교수가 스페인 국왕의 통역을 진행했다. (청와대 제공)2021.6.16/뉴스1

앞으로 더 많은 제자들이 활약하리라고 한 원장은 믿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스페인어 권 국가들과 벌써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다. 스페인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초청한 국빈이 바로 문 대통령(6월 방문)이었고, 7월에는 한·중미통합체제(SICA) 화상 정상회의도 열렸다. 팬데믹 속에서도 이 같은 활발한 교류는 한국 정부와 스페인어 권 국가들이 관계 증진에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미 국가들의 이민 문제를 다룰 '근본적 해결 방안'에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만큼 앞으로의 관련 협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형 전자정부'는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전수받길 희망하는 모델이고, 첨단·기술 협력부터 최근에는 백신과 보건 협력, K-팝까지 지평이 확대됐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만큼 외교에서 큰 중요성을 차지하는 분야인 통역에도 보다 섬세함과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통역국을 따로 두고 통역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면 화제가 되는 인물이 바로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이다.

한 원장은 "글로벌 다자 외교가 첨예화되면서 정상 외교가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라며 "보다 전문적으로 통역 인력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 관리하고 국가 자산화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 내에 통역국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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