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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백블] 'K-벤처' 성공신화…이번엔 20년 전과 다르다

[위상 달라진 대한민국②] 코로나에도 창업 역대 최대를 기록한 나라, 대한민국
"제2벤처붐, 한국경제 역동성 높이고 고용창출 견인"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21-08-26 06:00 송고 | 2021-09-01 16:38 최종수정
편집자주 끝을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실험들을 계속 해왔고 일부는 성과로도 나타났다. 전 국민 또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해왔고,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예약을 진행해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확진자의 예상 경로를 알려주는 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가 분명히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다. 또 지난달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운크타드)가 우리나라를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뉴스1은 그동안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가려졌던 정부의 성과를 다시 점검하고자 한다. 공과를 제대로 살펴야 포스트 코로나, 즉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1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1.6.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1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1.6.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현장에서 보면 스타트업 업계는 지금 엄청나게 뜨겁다.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이런 회사들이 활발히 채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가 투자하면서 만나는 거의 모든 회사들이 사람을 찾느라고 난리다."

대한민국 대표 스타트업 전문가로 꼽히는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공동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6년간 센터장으로 재임한 경력도 있는 그는 자타공인 '스타트업 전도사'다.
임 대표는 "마켓컬리만 봐도 1년 사이에 직원이 1000명이 늘었다"며 "개발자뿐만 아니라 마케터·기획자·디자이너 등 스타트업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는 재벌 아닌 벤처창업자…기부에도 앞장, 세계적 기술력 자랑하는 K-스타트업

이른바 'K-벤처' 성공신화가 다시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한 김범수(55) 카카오 의장은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올해 대한민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지난달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김 의장의 순자산 규모는 약 134억 달러(15조6000억원)로, 이 부회장의 순자산 121억 달러(14조1000억원)을 넘었다.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 주식만 1250만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 © 뉴스1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 © 뉴스1

또 다른 스타트업계 '거부'로 통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은 지난 2월 한국인 최초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부부가 설립한 글로벌 자선단체 '더기빙플레지'의 기부 선언자로 등록됐다.

더기빙플레지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면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하고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약속해야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스타트업들도 눈에 띈다. 2013년 설립된 루닛(대표 서범석)은 국내 최초 딥러닝 인공지능(AI)을 의료영상 진단에 적용한 스타트업으로, 2017년 CB 인사이트가 발표한 '세계 100대 AI 기업'에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 기술선도기업에도 선정됐다.

네이버 AI 개발을 총괄했던 김상훈 홍콩과기대 교수가 네이버·카카오·구글·엔비디아 출신 개발자들과 함께 2020년 설립한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지난 5월 구글 자회사 캐글이 주관한 세계 AI 경진대회 '가격일치보장' 대회에서 전세계 2464개팀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 '닷워치'를 개발한 소셜벤처 닷(dot)은 지난달 22일 세계 최대 사회혁신 스타트업 경진대회 '익스트림 테크챌린지'(XTC·eXtreme Tech Challenge)에서 우승했으며 내년부터 4년간 미국 현지의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에 자사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3월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 앞서 입주기업 대표 및 종사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3.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3월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 앞서 입주기업 대표 및 종사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3.6/뉴스1

◇文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벤처 육성해 혁신성장 추진…4대 그룹보다 많은 고용 창출 견인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고 지난 4년 동안 20여 차례 창업 지원과 벤처 육성 정책을 추진해온 것도 한 몫 했다.

임 대표는 "벤처붐은 전세계적인 트렌드도 있지만 한국만큼 정부 지원사업이나 프로그램, 투자가 적극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규제를 완화해나간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품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 경제 펀더멘탈이 20년 전과 다른데다 거품 덕분에 돈을 조달해서 연구개발(R&D)을 하고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여력도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투자금지 업종을 폐지하는 내용의 벤처투자법을 제정하고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 민간주도 벤처확인제 등 시장친화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또 2017~2020년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많은 4.2조원을 출자해 20.2조원의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아울러 기술신용평가와 지식재산(IP)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기술금융을 확대하고 엔젤투자자와 대기업 벤처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강화했다. '브랜드K' 선정을 통한 수출 마케팅으로 벤처기업 판로 확장도 지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4주년을 맞아 "혁신벤처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앞장섰고 많은 성과를 내며 우리 경제의 희망을 키웠다"고 말했다.

벤처업계는 일자리 창출로 응답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결과 2019년 벤처기업 전체 고용자 수가 우리나라 4대 대기업 그룹(삼성·현대차·LG·SK) 전체를 넘었다. 2019년 말 기준 벤처기업의 정규직 종사자 수는 80만4000명으로 4대 그룹(66만8000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한 올해 6월 말 기준 벤처기업 중 고용보험 가입자를 파악한 조사(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벤처기업 전체 고용이 70만명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4대 그룹 전체 고용보다 2000여명 더 많았다. 올해 6월 말 기준 벤처기업 전체 고용은 72.7만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약 6.7만명이 늘었고, 고용증가율(10.2%)은 국내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3.4%)보다 높았다.

특히 지난 1년간 신규 고용된 6.7만명 가운데 만 30세 미만 청년과 여성 비중은 각각 37.5%와 42.2%로 나타났다. 벤처기업이 고용을 10명 늘릴 때 청년과 여성을 각각 4명씩 고용한 셈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코로나에도 창업 역대 최대 기록…"제2벤처붐, 새로운 성장동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 경제가 신음하는 가운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K-벤처' 성공신화에 힘입어 제2벤처붐이 한창이다. 법인창업은 지난해 기준 12.3만개로 과거 기록을 경신했고, 특히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이 2017년 3개에서 2021년 7월 기준 15개로 급증했다.

2010년 코스피 시총 20위권 내 벤처 이력으로 상장한 기업은 전무했으나, 2020년에는 4개로 증가했다.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벤처 이력기업은 2017년 572개에서 2020년 617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2017년과 대비해 81%가 증가한 4.3조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벤처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상반기에만 벤처투자액이 3조730억원으로 나타나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을 또 세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력업종으로 꼽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IMF 직후 일었던 제1벤처붐과 비교해 (현재는) 벤처가 한 단계 성숙해졌다"며 "지금은 투자부터 비즈니스모델까지 ICT기술 활용도가 높고 연구개발(R&D)은 공격적인 데다 마침 대규모 투자와 맞물리면서 고용도 창출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제2벤처붐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는 이유에 대해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IT 기업이 옛날처럼 개발만 하고 소프트웨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서비스로 이어지고 B2C 시장으로 들어가면서 창출하는 연계유발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기업이 단순히 몇 개 출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모델 확장성 자체가 크기 때문에 그 흐름 속에서 지난 2~3년 간 산업이 변화하고 조정하고 효율화되는 과정이 매우 빨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5G 밀리미터파(28GHz) 테스트베드 개소식'에서 이너테인먼트 관계자들이 Super VR 팬미팅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2.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5G 밀리미터파(28GHz) 테스트베드 개소식'에서 이너테인먼트 관계자들이 Super VR 팬미팅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2.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대기업-스타트업 상생협력 조성…국제사회도 'K-벤처' 주목

벤처와 스타트업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대기업 위주였던 대한민국 경제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7일 "한국이 빅테크 스타트업의 산실이 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재벌 중심이던 한국 경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짚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이익공유제 등 상생·협력을 장려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갑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탈취나 납품단가 조정 협의건을 협동조합에 부여하는 등 공정과 상생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벤처·스타트업들의 천문학적인 글로벌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국제사회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고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9년 12월 독일 배달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기업가치를 4조7500억원으로 평가,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기로 했다.

K팝을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기획하고 데뷔시킨 빅히트엔터테인먼트(HYBE)는 BTS가 연습생이던 시절 벤처캐피탈 투자를 통해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음반사인 유니버셜뮤직그룹(UMG)과 손잡고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획사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협회(GERA)가 발표한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43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9위에 올랐다.

특히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 한국은 2019년과 2020년 두 해 연속으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해 창업 환경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ICT 외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 지원 필요…M&A 시장 활성화 등 과제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벤처붐이 지속 가능하려면 스타트업들의 혁신역량이 꺾이지 않도록 지원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ICT에 집중된 발전 양상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성장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균형발전론도 나온다.

임 대표는 "지금 기조를 이어나가면서 투자와 성장이 인터넷·모바일뿐만 아니라 제조 관련 혁신에서도, 지역 산업 차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며 "특히 미래성장산업 가운데 난이도 높은 분야에서 창업이 일어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스타트업의 혁신역량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정책이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며 "큰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어도 성공까지 가는 데 장시간이 필요한 경우 자금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당장 유동성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인재 유인책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공계 병역특례제도인 전문연구요원 복무제도 폐지 논란 역시 업계에서 많은 우려를 표하는 대목이다.

또한 스타트업들이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른 뒤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 할 수 있게 국내 M&A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자유롭게 팔고 살 수 있도록 해줘야 창업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아직 국내 M&A 시장은 해외에 비해 규모도 작고 경직돼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그 반작용으로 규제도 급하게 강화·신설되면서 스타트업 정책에 '엇박자'가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정 팀장은 "외국에서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규제하는 이유는 그보다 더 작은 기업들을 보호하고 경쟁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하는 건데 국내에서는 아주 작은 스타트업까지 규제범위에 들어가는 제정법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제도에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1-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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