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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도 아닌 네이버가 신사옥에 '5G 실험국' 도입한 이유는?

네이버랩스 '로컬5G 실험국' 오리역 본사→네이버 제2사옥으로 이전 허가
'로컬5G' 5G 발전시키는 기폭제 되나… 非 통신 기업 뛰어들며 기대감↑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1-08-20 09:22 송고 | 2021-08-20 09:59 최종수정
네이버 제2사옥의 5G 로봇 실험 (네이버랩스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네이버가 하반기 완공되는 제2사옥에 '5세대(5G) 실험국'을 마련한다. '5G 특화망'으로 무장한 '로봇 빌딩'을 선보이겠다는 것. 네이버는 왜 신사옥에 성능 좋은 통신망(5G)이 필요하단 걸까. 로봇과 5G는 무슨 관련이 있는걸까.

네이버랩스는 로봇 연구를 위해 허가받았던 5G 실험국을 현재 건축 중인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으로 이전한다고 20일 밝혔다.
5G와 같은 주파수는 유한한 자원으로 그간 정부가 지정한 이동통신사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동통신사를 제외한 기업이 5G를 활용할 수 있는 건 연구개발 목적의 '5G 실험국'으로 제한됐다.

이번 이전 결정으로 네이버랩스는 제2사옥이라는 대규모 공간에서 브레인리스 로봇 시스템을 제어하는 실험에 돌입하게 된다.

◇'뇌 없이 움직이는 로봇' 제어하는 확실한 수단 '5G'
네이버랩스는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로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네이버 개발자 행사(데뷰)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뒤로 공중제비(백텀블링)를 돌았던 '미니치타' 로봇도 네이버랩스의 작품이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2019년 미국 CES에서 세계 최초로 5G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브레인리스 로봇은 '뇌 없는 로봇'으로 로봇 제어가 클라우드를 통해 이뤄진다. 로봇 내 값비싼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가격은 낮아지고, 크기가 작은 로봇도 똑똑하게 움직일 수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축적한 미래기술을 제2사옥에 모두 담아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물'을 구축하겠다 공언한 바 있다. 네이버랩스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기 위해 로봇의 정확한 인지·제어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5G'를 그 해결책으로 봤다.

브레인리스 로봇은 '두뇌'가 데이터센터에 있다. 따라서 분리된 몸체와 두뇌를 이어줄 정확한 신경(통신방식)이 필요하다. 수많은 로봇을 동시에 제어하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5G가 그 역할을 한다.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네이버 엔지니어들은 5G의 성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로봇이라고 생각했다"며 "5G의 특성을 초고속, 초연결전국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 초저지연(사물통신 간 전달 시간이 매우 짧은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워낙 성능이 좋아 통화, 게임, 채팅이나 비디오 보는 것에만 쓰기에는 아까운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정혁 네이버랩스 연구원은 "로봇의 프로세싱을 담당하는 컴퓨터들이 데이터센터에 있고, 로봇에는 최소한의 센서만 달아서 판단은 데이터센터가 한다"며 "정보들이 굉장히 짧은 주기를 가지고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5G는 로봇에 아주 적합한 통신방식이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非 통신기업 뛰어들며 기대감 커지는 '5G'

이처럼 5G를 향한 비(非) 통신기업의 관심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전자·인터넷 기업은 "해외 시장에서는 5G 특화망 구축·운영을 일찍이 허용하고 있다"며 "토종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무한 기술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선 4차산업혁명 촉진 차원에서 로컬(지역) 5G를 허용하고 있다. 로컬 5G는 건물, 공장 등 특정 지역에 한해 사용 가능한 5G 무선 자가망 개념이다.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미국), 지멘스와 BMW(독일), 히타치와 파나소닉(일본) 등은 정부의 지원아래 관련 기술개발에 한창인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1월 이동통신3사 외 지역(로컬) 사업자에 5G 특화망을 제공하는 정책 방안을 수립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 인프라인 5G가 여러 산업과 융합돼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정책이 마련되면서 비통신기업이 5G 특화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고, 질적·양적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5G가 한 단계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로컬5G에 관심을 보이는 비통신기업은 네이버, 삼성SDS, 한국전력 등이 있다.

이번 네이버의 실험으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5G가 혁신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기는 첫 단추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첨단기술들이 집약된 테크컨버전스 빌딩인 네이버 제2사옥은 로봇, 5G,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무한한 잠재력을 선보일 실험적 공간이 될 것"이라며 "향후 제도적인 준비를 거쳐 공급될 5G 특화망까지 적용하게 되면 스마트 빌딩,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선도할 기반이 더욱 탄탄해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룡기업이 로컬 5G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조정, 생산성 향상, 비용 효율화, 즉각적인 문제 해결 등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국내 기업이 로컬5G를 도입하게 되면 자체적으로 내재화된 망을 이용하다 보니 접근성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로컬5G는 기술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속성을 갖춘 5G 네트워크를 커스터마이즈하는 것은 맛집으로 따지면 비밀 레시피를 연구하는 과정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며 "제도적인 보완을 거쳐 공급될 특화망 정책을 통한 다양한 사례 축적은 국가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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