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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 갇힐 것…당장 먹을 음식 필요" 아프간인들의 절규

"미국과 고국으로부터 버림받아…아프간 외면 말아달라"
최대 1만여명 아프간인들 한국 거주중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금준혁 기자, 노선웅 기자 | 2021-08-19 17:21 송고 | 2021-08-19 19:01 최종수정
17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카불의 프랑스 대사관 밖에서 출국하려는 아프간인들이 앉아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7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카불의 프랑스 대사관 밖에서 출국하려는 아프간인들이 앉아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저는 미국과 고국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고국에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본국에 있는 가족들이 어떻게 될지도 두렵습니다"
한국에 5년째 거주 중인 A씨(20대)는 1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5일 탈레반이 수도를 함락한 현실에 무력감을 내비쳤다.

A씨는 "아프간 대통령은 자국을 탈출했다. 나는 미군에게 버림받았고, 무시당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겁에 질리고 무섭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는 더 이상 군대도, 헌법을 수호할 경찰도 없다"고 한탄하며 "내가 여권을 잃어버리면 나는 한국에 갇힐 것"이라고 했다. 

귀국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체제가 붕괴됐다. 이전 아프간 정부의 여권을 갖고 있는데, 이제 제도가 무너져 여권이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여권을 갖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A씨는 "아직까지는 SNS를 통해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만 인터넷이 얼마나 오랫동안 열려 있을지 모른다"며 "앞으로 인터넷이 닫힌다면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제전화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A씨는 아프간에 있는 여동생의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동생 2명은 당초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정돼 이달 말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카불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면서 물거품이 됐다. 

A씨는 미리 사둔 비행키 티켓으로 여동생을 일단 파키스탄으로 보내려했지만, 카불 공항 입구를 탈레반이 막고 있어 진입하지 못했다. 항공편도 15분 전에 취소됐다고 한다. 현재 카불 공항은 민간항공편을 운항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여동생은 시간이 갈수록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더 공부하고 싶지만 한국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내 커리어도 모두 끝날 것이라며,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여동생의 상황을 전달했다. 

실제로 아프간 내에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6~2001년 탈레반 정권 당시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거나 남성 동반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 정책을 폈다.

아프간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에 장악한 탈레반은 자신들은 다르며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교육을 금지한 탈레반이 들어서며 여성이나 소수민족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광기가 번질까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한국에 5년째 거주 중인 B씨(35)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B씨는 "부모님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남동생은 동부 닝가르하르주에 있다. 다 탈레반이 장악한 곳"이라며 "다행히 어제 통화를 하긴 했지만 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을 한국 등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며 "한국에 있는 아프간 대사관이 문을 닫아 아프간에 있는 가족들을 데려오고 싶어도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B씨는 "아프간인들 모두가 본국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불행하다"라고 재차 말했다. 

B씨는 "2014년 단기 체류 비자로 들어왔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 비자 기간이 만료됐다. 난민 인정이 되지 않아 사실상 불법 체류자"라며 "부디 아프간 난민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나는 지금 일자리와 음식, 돈이 없다"며 "일을 구하고 싶고 당장 먹을 음식이 필요하다. 어떤 단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1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이슬람교 신자가 라마단 기간을 맞아 예배를 보고 나오고 있다. 2015.6.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1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이슬람교 신자가 라마단 기간을 맞아 예배를 보고 나오고 있다. 2015.6.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한국에는 A와 B씨 외에도 최대 1만여명의 아프간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단기 체류하거나 불법 체류자, 혹은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 이슬람 중앙성원이 있는 이태원 우사단로 일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아프간인들은 주로 이슬람권 상점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폐쇄된 상태다. 이태원에 위치한 대사관은 텅 비어있고 연락도 계속 받지 않고 있다. 대사관 직원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한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간인들의 불안감도 극심하다. 본국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탈레반이 해외에 가족이 있는 아프간인들을 감시한다고 보고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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