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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하 요구에 프롭테크 습격까지…입지 좁아지는 공인중개사들

고가부터 중간가격까지 수수료 인하 유력…업계 "생존권 위협"
복비 깎은 프롭테크 기업까지 업계 속속…활로 어떻게 찾을까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2021-08-18 06:25 송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오프라인 중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업계가 반대하는 부동산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이미 '반값 복비'를 내세운 프롭테크 기업들까지 중개업에 도전하면서 골목에 터전을 잡은 개업 공인중개사들이 설 곳은 점점 좁아지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한 수수료율 개편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다. 치솟은 집값으로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정부는 지난주 수수료 개편안 3가지를 제시한 데 이어 전날에는 온라인 토론회를 열어 전문가 및 소비자 단체 등 의견을 청취했다.
◇'고가·중간가격 수수료율 인하' 정부 방안 유력…업계 "일방적 희생 강요"

정부가 제시한 3가지 대안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1안과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3안 사이에 있는 2안으로 예상된다. 해당 개편안은 매매 계약 땐 2억~9억원은 0.4%,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의 상한을 둔다.

6억~9억원의 요율 상한을 현재 0.5%인데, 이를 0.4%로 낮추는 것이다. 현 제도상 9억원 이상은 일률적으로 0.9% 요율 상한을 뒀는데 이를 세분화해서 0.5%, 0.6%, 0.7%로 인하하는 데 의의가 있다. 6억원 금액에 대한 주택매매 거래 시 중개보수는 30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10억원 아파트는 9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개편안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부안에는 '고정요율' 등 업계의 꾸준한 요구가 전혀 담기지 않았고,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했단 지적이다. 현재 치솟은 직밧으로 거래절벽 상태가 계속되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업계 상황이 어려운데, 서울 일부 지역의 사례를 들며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대부분 공인중개사의 생계를 위협한단 것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을 내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문자격사의 보수 관련 논의를 할 때는 국민 정서에 기반한 설문조사로 결론을 도출할 게 아니라, 직무분석이나 경영수지 등 분석을 통해 전문자격사들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협회 측은 전날 토론회에서 높아진 집값을 고려해 고가 주택 수수료율을 낮추더라도 중간 가격대의 수수료율은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가 주택이 많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중간 가격대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만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단 입장이지만 업계는 요구사항이 담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협회는 단식투쟁 등 시위 활동을 시작해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정부의 중개수수료 인하 추진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정부의 중개수수료 인하 추진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프롭테크 기업도 경쟁자 합류…"활로 찾으려면 자정·인식 개선 필요"

개업 공인중개사들은 생계를 이유로 개편안을 반대하고 있지만, 다수 소비자는 중개 수수료가 여전히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 결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값 복비' '정액제' 등을 내세운 중개 플랫폼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부동산 중개법인인 '다윈중개'는 집을 내놓을 땐 0원, 집을 구할 땐 현행 요율의 반값을 수수료로 받겠다며 시장에 나섰다. '트러스트 부동산'은 온라인 중개로는 온라인에선 49만원(계약서 작성)부터 99만원, 오프라인 중개 땐 금액대 별 99만원, 299만원 등 정액제를 내걸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도 중개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저렴한 복비와 함께 '프롭테크'(첨단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고객으로서는 중개를 의뢰할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호평을 내놓고 있지만, 개업 공인중개사들은 울상이다. 분당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개업 공인중개사 11만명 만으로도 시장은 포화 상태에 매물은 한정돼 있어 안 그래도 전쟁"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온갖 악재가 겹친 가운데 개업 공인중개사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서비스 향상과 국민 신뢰를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동네 부동산에서는 구체적인 매물 분석부터 대출 도움까지 온라인에 따라올 수 없는 세심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부 중개사들이 잘못된 행동을 계속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정당한 노력까지 폄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부동산중개인의 담합 등 불법·편법 행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단 입장이다. 업계의 자정 노력에 더불어 중개업 서비스 비용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내 중개 수수료가 해외보다 아주 비싼 것은 아니다"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서비스 영역의 생존권 보장도 일부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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