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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금리인상]⑤불법사금융 내몰리는 저신용자…파산신청도 급증

'최고금리인하 후폭풍' 저신용자 제도권 금융탈락…금리인상기 우려↑
개인파산 신청 상반기에만 2만5629건…곳곳서 취약차주 대출 부실 신호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21-08-12 06:21 송고 | 2021-08-12 10:09 최종수정
서울의 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일부 대형업체 몇곳을 제외하고는 신규 영업을 거의 못하고 있을 겁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은 악화됐는데 보전방법이 없고, 앞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는 더 오를 테니 악재만 남은 상황인 거죠. 결국 대부업체들도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내주고, 담보 위주 대출을 하게 될겁니다. 돈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죠."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이후 대부업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업 신용대출 금리가 대부분 법정최고금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법정최고금리 인하는 대부업체들에 고스란히 대출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도 이번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약 3만9000명(2300억원)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마저 오르면 제도권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사의 대출 승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50%에서 0.75%로 0.25%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누적으로 최소 0.50%p, 최대 0.75%p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당국은 대출절벽을 막기 위해 '안전망 대출Ⅱ'이나 '햇살론15' 등 정책 상품을 내놨지만, 밀려난 저신용자 모두를 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쪼그라드는 저신용자 대출시장…"저신용자들 불법사금융 내몰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자(신용점수 664점 이하) 대출시장은 지난 2017년 이후 연평균 3.7% 축소됐다. 

실제로 법정최고금리 인하는 대부업 이용 고객 축소와 대출심사 강화로 이어졌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승인율은 10.8%로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한 지난 2018년(27.9%→24%) 12.6% 대비 계속 떨어졌다. 대부업체 187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최고금리 인하 이후 월평균 신규대출 승인율이 하락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1%에 달했다.

신규대출 승인율이 떨어진 이유는 △최고금리인하 등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관리 차원이 49.1%로 가장 많았고 △경기침체 등으로 채무자의 채무상환 능력 감소(27.7%) △향후 추가 최고금리 인하시 소급적용 우려(12.5%)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조달 애로(9.8%) 순이었다.

사실상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불법사금융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만 저신용자 8만~12만명이 새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홍 단국대 명예교수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며 "정부가 정책대출 지원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20% 아래 금리 수준에서 대출을 내줄 게 아니라, 제도권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연 20% 이상 금리 수준에서 정책대출을 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불법사금융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불법 채권 추심 등을 보다 강력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코로나19 장기화에 파산 신청 늘어…취약계층 대출 부실 신호

경북 안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A씨(68)는 지난 2018년 개인회생 변제 인가를 받아 매월 45만원씩 갚아왔다. 그런데 지난해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한달에 한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등 장사가 어려워졌다. 경영난 속에 건강마저 나빠지면서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중국집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A씨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갔지만 결국 지난 3월부터는 변제금도 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A씨의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다행히 특별면책을 받아 파산신청까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변제금 납입도 어려워져 결국 파산 절차를 밟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개인 파산 신청을 하기 위해 법원 문을 두드린 사람이 2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법원에 신청된 개인파산 건수는 2만5629건으로, 지난 2016년 이후 최고치였다. 상반기 기준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2017년 2만2618건 △2018년 2만1175건 △2019년 2만2924건 △2020년 2만4112건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크게 늘어났다. 한편 올해 상반기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4만205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4만4258건보다 줄었다.

개인파산 신청이 늘어난 데 반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줄어든 것은 최저생계비도 벌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회생은 대체로 수입이 일정 수준(중위소득 60%) 이상이어야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취약계층 대출 부실 신호는 정책금융상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정책 금융상품 '햇살론17'의 경우 서민금융진흥원이 채무자 대신 빚을 갚아준 비율이 최근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민정책 금융상품 '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은 지난 6월 10.2%까지 올랐다. 지난해 말(5.6%)보다 4.6%포인트(p) 늘어났다. 이는 전체 대출 중에서 은행이 서금원에 대신 갚아 달라고 요청한 대위변제액의 비율이다. 햇살론17은 4회 차까지 연체가 이어지면 은행이 서금원에 대위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오는 9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에 가려진 부실채권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취약계층 연체율은 급등할 수 있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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