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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금메달 못따면 역적인 중국…못따도 잘했다는 한국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1-08-04 11:29 송고 | 2021-08-04 17:01 최종수정
2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장애물 달리기 선수들이 비를 뚫고 금빛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코로나19에도 도쿄 올림픽 금메달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웃인 중국은 금메달을 못 따면 역적이 되는데 비해 한국은 금메달을 못 따도 칭찬릴레이가 이어지는 등 관전 문화에서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4일 오전 현재 금메달 32개로 2위(미국)와 8개 차를 벌이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금메달을 못 따면 애국심이 없는 사람 또는 역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 장면-1

중국 탁구 혼합 복식조가 은메달을 따 시상대에 올랐지만 표정이 어둡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 탁구 혼합 복식팀은 은메달을 땄지만 눈물을 흘리며 사과해야 했다. 일본에 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이 양궁을 석권하듯 탁구를 석권해 왔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한국 양궁대표가 되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듯 중국에도 올림픽 금메달보다 중국 탁구대표가 되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일본은 중일전쟁 때 만주를 점령했다. 따라서 중국과 일본은 불구대천의 원수다.

하필 일본에 지자 중국의 이른바 ‘키보드 워리어’들은 "탁구 혼합 복식팀이 나라를 망쳤다"며 선수들을 공격하고 있다.

# 장면 - 2

대만 배드민턴 선수들이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중국은 2위에 머물렀다. 하얀색 트레이닝복이 중국 선수들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은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대만에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전에는 용서될 수도 있었다. 그들의 주장대로 대만도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면서 양안 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미중 패권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만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려 혈안이 돼 있다.

중국은 대만인들이 외세에 편승해 조국을 배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졌으니 중국 배드민턴 선수들은 누리꾼들의 '욕받이'가 돼야 했다.

# 장면 -3

24일 도쿄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사격 선수 양첸.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금메달을 딴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 첫 금메달을 선물한 사격 선수 양첸은 자신의 웨이보(중국의 트위터)에 나이키 컬렉션을 올렸다.

그러나 '중국 운동선수가 왜 나이키 신발을 수집하는가'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며 그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결국 그는 게시물을 삭제했다.

나이키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노역을 문제 삼으며 신장산 면화를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것은 미중 패권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을 줄기차게 공격하자 중국이 단결해야 한다는 각성이 일고 있고,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올림픽이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심을 분출하는 마당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칭찬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기록한 우상혁 선수다. 우 선수는 3위 선수와 2㎝ 차이로 메달을 놓쳤다.

2.35m를 넘으며 한국 육상 높이뛰기 신기록을 세운 우상혁 선수가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1.8.1/뉴스1 © News1 올림픽사진취재단

그러나 그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우 선수가 “높이 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SNS에 글을 남기자 "내 마음속 금메달이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이다"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최선을 다한 선수 자신이 떳떳할 뿐 아니라 응원단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는 10~20년 전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기뻐서 울고,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억울해서 통곡했던 광경과 뚜렷이 대비된다.

이는 올림픽 성적을 국격과 동일시하던 민족주의적 성향이 과거보다 옅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

2류국 콤플렉스 때문이었을까? 한때 올림픽 메달을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국가의 성공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승부 자체를 즐기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관전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고백건대, 필자도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건 안산 선수도 좋지만 메달을 못 땄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앞에 한없이 당당한 우상혁 선수가 더 좋다.

중국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도 한때 그랬으니까… 다만 한국인들의 여유와 성숙함을 칭찬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은 이제 관전 문화도 선진국이다.

© 뉴스1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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