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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이 '초대어' 크래프톤 외면한 3가지 이유

크래프톤 청약 증거금 5조 그쳐…'초대어' 평가 무색
50만원 육박 역대 최고 공모가와 고평가 논란이 요인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강은성 기자 | 2021-08-04 06:05 송고 | 2021-08-04 09:35 최종수정
기업공개(IPO) 공모청약 대어 크래프톤 첫째날인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금융당국이 중복청약을 금지하기 직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여러 증권사에 청약할 수 있는 '중복청약' 막차를 탔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49만8000원(액면가 100원)이다. 2021.8.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기업공개(IPO) 공모청약 대어 크래프톤 첫째날인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금융당국이 중복청약을 금지하기 직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여러 증권사에 청약할 수 있는 '중복청약' 막차를 탔다.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인 49만8000원(액면가 100원)이다. 2021.8.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게임 대장주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되는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이 공모주 청약에서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기업공개(IPO) 초대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균등 배정 기준 경쟁률은 7.8대1, 청약증거금은 5조원에 그쳤다. 얼마 전 공모주 청약에 나섰던 카카오뱅크의 경쟁률이 178대1, 증거금은 58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의 흥행 실패 배경으로 50만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공모가 등 고평가 논란을 꼽는다. 

4일 크래프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을 받은 3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에 접수된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대어급이었던 SKIET(약 81조), SK바이오사이언스(약 63조),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하이브(약 58조)와는 비교도 안되는 저조한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여러 증권사에 청약할 수 있는 '중복청약' 막차를 탔음에도 청약 건수는 29만6539건에 그쳤다. 카카오뱅크 청약건수는 중복청약 불가에도 190만건에 달했다. 

균등배정 기준 크래프톤의 경쟁률은 7.8대 1에 머물렀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 9.5대1, 삼성증권 6.88대1, NH투자증권 6.72대1 순이다. 균등 배정 물량을 노리고 최소 물량 10주를 청약한 투자자는 최소 4주, 최대 6주를 배정받게 된다. 

비례 배정 경쟁률은 15.6대 1을 기록했다. 7월 기업공개(IPO)를 진행했던 맥스트, 카카오뱅크 등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2046대 1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굴욕'에 가까운 수준이다.

크래프톤이 흥행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주당 50만원에 가까운 역대 최고 공모가가 꼽힌다. 일반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게 만든 가격대였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49만8000원(액면가 100원)으로 결정됐다. 이마저도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에 최초 희망밴드 45만8000원~55만7000원 대비 낮아진 것이다. 최소 청약주수인 10주를 청약한다 하더라도 249만원의 증거금을 내야 했다. 부담이 되는 소액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크래프톤은 대형 IPO건으로 시장의 관심도 높았고 중복청약도 가능한 청약이었지만 높은 공모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저조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두번째로는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 우려는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앞서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243.15대 1로 다른 대어급에 비해 저조했던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

공모가 기준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에 달한다. 현재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7조7827억원)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 등극이 유력하다.

배틀그라운드에 집중된 수익 구조임에도 엔씨소프트보다 비싸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8커뮤니케이션 등 장외 주식거래 플랫폼에서는 49만5000원에 팔겠다는 매물도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확정 이익을 기대하고 청약한다"며 "상장 후 주가 상승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청약 결과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다른 공모주 청약 일정과 겹쳐 자금이 분산된 측면도 있다. 같은 기간 원티드랩 청약에는 5조53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크래프톤 청약을 취소하고 원티드랩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도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주당 적정가치는 58만원, 시가총액은 28조원을 제시한다"면서 "이는 공모가 기준 16%의 추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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