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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 미군 딸에 '감사 편지' 받은 칠곡 초등생, 무슨 사연?

유아진양, 기념비 보고 "유해 찾아달라" 군수에 손편지
복사본 칠곡대대 장병들에 전달…사연 유가족에 알려져

(칠곡=뉴스1) 정우용 기자 | 2021-08-02 15:39 송고 | 2021-08-02 16:13 최종수정
왜관초 유아진양이
왜관초 유아진양이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찾아 달라"며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보낸 손편지 (칠곡군 제공)/© 뉴스1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찾아 달라"는 초등학생의 손편지 복사본을 장병들이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어 화제다.
2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왜관초교 유아진양(5학년)이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 실종된 미 육군 중위 제임스 엘리엇(James Elliot)의 유해를 찾아달라"며 백선기 군수에게 손 편지를 보냈다.

유양은 "가족과 함께 운동을 갔다가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감동의 기념비를 보게 됐다"며 "엘리엇 미 육군 중위가 6·25전쟁 때 이곳에서 실종돼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부모님과 헤어져 생활해 본 적이 없다"며 "지금 칠순이 넘는 그의 아들과 딸이 아버지의 유해를 찾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나 보고 싶을까'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엘리엇 중위님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우리 지역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엘리엇 중위의 유해를 꼭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편지를 받은 백 군수는 칠곡군 지역의 유해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수 육군 보병50사단장과 정주영 칠곡대대장에게 유양의 편지를 전달했다.

정 대대장은 "편지를 읽고 있으면 수많은 호국영령과 유가족의 아픔이 느껴진다"며 장병들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잊지 않도록 이 손편지를 복사해 나눠주고 수시로 읽어보도록 했다.

칠곡대대 한 장병은 "유양의 편지를 읽고 난 뒤 우리 군인의 유해 발굴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머나먼 외국의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외국 군인의 유해 발굴도 꼭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양의 손편지 사연을 알게 된 엘리엇 중위의 딸 조르자씨는 유양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조르자씨는 "편지를 작성한 아진이가 너무 고맙고 한국을 방문하면 꼭 만나서 안아주고 싶다"며 "대한민국을 위한 아버지의 숭고한 희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엘리엇 중위는 1950년 8월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야간 작전 중 실종됐다.

그의 부인은 평생 남편을 기다리다 2014년 암으로 숨졌고 자녀들은 어머니의 유해 일부를 작은 유리병에 담아 호국의 다리 아래 낙동강에 뿌려 부모님의 사후 재회를 도왔다.

엘리엇 중위의 딸인 조르자 레이번씨는 한줌의 유해라도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 장병의 귀환을 염원하는 검은 깃발을 지금도 집 앞에 걸어두고 있다.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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