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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확장]북한 체육에도 몰아친 '명도안 창작' 바람

"Design으로 보는 북한 사회" 제16편 체육과 산업미술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2021-07-31 08:00 송고 | 2021-10-05 11:18 최종수정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희선 디자인 박사. 중앙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 중앙대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뉴스1
도쿄올림픽으로 전 세계의 스포츠 열기가 뜨겁다. 이번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한 북한 선수들의 경기를 보지 못해 조금 아쉬운 차에 며칠 전 남북 통신선 복원 소식이 깜짝 들려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렵게 시작된 국제행사 주최국 일본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매섭지만, 스포츠 열풍의 바람 속에 남북관계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에서 체육은 "나라의 존엄과 기상, 국력을 힘 있게 과시하는 중대한 사업"(노동신문, 2013. 3. 4)으로 여겨진다. 북측의 디자인은 "나라의 부강발전과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예술교육, 2016. 7) 주요 시기마다 회의 중점 분야인 체육 관련 도안들을 선보여 왔다.

북한 연풍상업정보기술사가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만물상’이 2018년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했다. 만물상의 초기 인터넷 홈페이지(2018. 9. 27) 디자인에는 인공기와 축구공, 올림픽 오륜마크가 그려져 있는 점이 흥미롭다. 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는 북한의 스포츠 용품, 신발, 가방 외에도 특산물,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을 살 수 있는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North Korea Tech, 만물상을 소개한 Martyn Williams의 포스팅 이미지(2018)) ⓒ 뉴스1
북한 연풍상업정보기술사가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만물상’이 2018년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했다. 만물상의 초기 인터넷 홈페이지(2018. 9. 27) 디자인에는 인공기와 축구공, 올림픽 오륜마크가 그려져 있는 점이 흥미롭다. 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는 북한의 스포츠 용품, 신발, 가방 외에도 특산물,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을 살 수 있는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North Korea Tech, 만물상을 소개한 Martyn Williams의 포스팅 이미지(2018)) ⓒ 뉴스1

과거 스포츠 관련 디자인들은 대규모 체육시설의 신축 및 개보수 건축 장식도안이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에는 특별히 평양시에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유치하면서 5·1경기장, 릉라도 경기장, 양각도축구경기장 등 청춘거리에 체육시설들을 줄지어 건설하면서 실내외 건축 장식 창자에 도안가들이 동원되는 일이 잦았다. 1990년대 초 김정일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집권하던 시기 조선인민군 제10차 미술전람회(1992)에서 <정일봉상> 쟁취 군사훈련경기를 위한 ≪우승컵, 휘장, 메달≫의 형태도안이 등장시키며 선군시대 조선인민군창작사의 활발한 창작 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의 10년 주기에 해당하는 2002년에는 ≪평양체육관(1973년 준공) 개작형성안≫(서명수, 로인남 공동작)이 등장했다. 2005년 당 창건 60주년 기념 국가산업미술전람회에도 ≪체육복도안≫(한영호)이 출품되었지만, 당시까지만 특별한 국가 체육 분야를 상징하는 마크는 잘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북한 당국은 체육의 '대중화, 생활화, 과학화'와 우수 인재양성을 위한 스포츠 시설 현대화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산업미술의 활동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2013년 신은경의 선전화 ≪체육을 과학화 하자!≫(좌), 2014년 신년사 관철을 위한 선전화 전람회에 출품된 김봉주의 선전화 ≪체육인재후비양성은 어려서부터!≫(우) (이미지 출처: 「조선예술」 (2013. 6; 2014. 6)) ⓒ 뉴스1
2013년 신은경의 선전화 ≪체육을 과학화 하자!≫(좌), 2014년 신년사 관철을 위한 선전화 전람회에 출품된 김봉주의 선전화 ≪체육인재후비양성은 어려서부터!≫(우) (이미지 출처: 「조선예술」 (2013. 6; 2014. 6)) ⓒ 뉴스1

이전 체육 관련 선전화에서는 북한산 운동복, 운동화, 체육용품 마크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후반부터는 북한 체육단들의 고유 마크, 경기 단체복, 체육 기자재 상표들을 연이어 개발함으로써 '자국산 상징 마크를 가진 스포츠 강국'의 모습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2013. 12. 20)에는 당시 스포츠 붐(Boom)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산업미술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은 디자인전담 조직인 중앙산업미술지도국의 소식을 전하며 "최근에 받아 안은 과제를 비롯한 전문체육단의 상징마크 도안의 창작"이라고 조선산업미술협회 부회장 장경수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 내용을 보면 당시 북측을 대표하는 체육단들의 로고들이 디자인되어 지금까지 사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홰불체육단(횃불체육단)'은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의해 2013년 5월에 창단된 것으로 알려진 신설 단체로, 특히 축구단이 많이 알려져 있다. 홰불체육단 축구경기복은 학생들이 디자인한 것으로 선전되는데, 의상 오른쪽 가슴 상단에는 <홰불>이라는 손 글씨체 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4·25체육단' 휘장에도 등장하는 오각별이 경기복 의상의 디자인 모티브가 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국방체육단으로도 불리는 '4·25체육단'의 고딕체 ≪4·25≫ 로고와 휘장(좌), 2013년 5월 김정은 총비서 지시에 의해 창단된 ≪홰불체육단 상징마크 도안≫(우). 산업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디자인하여 도입한 ≪체육선수들의 복장도안≫(하) (이미지 출처: 세계 축구팀들의 로고를 소개하는 사이트와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서광>(2017, 하)) ⓒ 뉴스1
국방체육단으로도 불리는 '4·25체육단'의 고딕체 ≪4·25≫ 로고와 휘장(좌), 2013년 5월 김정은 총비서 지시에 의해 창단된 ≪홰불체육단 상징마크 도안≫(우). 산업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디자인하여 도입한 ≪체육선수들의 복장도안≫(하) (이미지 출처: 세계 축구팀들의 로고를 소개하는 사이트와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서광>(2017, 하)) ⓒ 뉴스1

북측의 체육 관련 상징 마크들은 인공기를 구성하는 별, 줄무늬와 적·청·백의 주요 3원색을 응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 상징 마크는 잔디 구장을 떠올리는 초록을 더 가미하기도 하지만, 북측 체육계의 마크들은 기본적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색, 형태, 문양의 조형요소들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은 상징 마크 개발을 넘어 운동복, 단체복과 체육용품의 자국산 상품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4년부터 국제경기용 북한 대표선수 단체복을 디자인하고 있는 '만경대체육복장제작소'는 2015년부터 경기복과 훈련복도 디자인하며, 고유 브랜드인 <단상>이라는 마크를 달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 내부의 변화를 반영하듯 2017년 국가산업미술 전시회에서는 특별히 2012년 이후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입었던 선수복, 단체복들, 진행요원들의 복장을 대거 진열하였으며 조선중앙TV에 체육성 부원과 산업미술전시회장 인터뷰를 방송하기도 했다.

2014년 국가산업미술전시회 출품작 ≪국제체육경기대회 마크, 우승컵, 메달 도안≫. 이 도안들은 2013년 12월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를 받은 작품들로, 여러 시안들 중 최종 결정한 디자인 아래에는 붉은 점이 찍혀 있다. 낙점의 상황까지 그대로 전시회에 공개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미지 출처: 「조선예술」(2014. 6)) ⓒ 뉴스1
2014년 국가산업미술전시회 출품작 ≪국제체육경기대회 마크, 우승컵, 메달 도안≫. 이 도안들은 2013년 12월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를 받은 작품들로, 여러 시안들 중 최종 결정한 디자인 아래에는 붉은 점이 찍혀 있다. 낙점의 상황까지 그대로 전시회에 공개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미지 출처: 「조선예술」(2014. 6)) ⓒ 뉴스1

평양체육기자재공장에서 생산되는 북측의 대표적 스포츠용품 브랜드 <대성산>도 북한에서 호평 받는 상표이다. <대성산> 상품들의 개발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련되고 기능적인 축구공, 농구공 등 체육기재들과 선수용 장갑, 가방, 운동복도 생산하는 종합생산 기지로 내부에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의 체육과 산업미술은 국력, 나라의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

만경대체육복장제작소의 허봄순 소장이 "경기복이나 훈련복, 단체복에는 해당 나라의 국기와 국호가 새겨지게 되며 그 도안에는 해당 나라, 민족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되게 된다. 때문에 체육복을 자체로 제작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모든 체육인들과 애호가들이 우리의 국기가 새겨진 우리의 체육복을 입는 것은 응당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조선신보; 통일뉴스, 2021. 5. 28)

<대성산> 브랜드의 체육용품을 생산하는 평양체육기자재공장의 모습. (이미지 출처: 북한의 대외홍보 매체 <조선의 오늘>) ⓒ 뉴스1
<대성산> 브랜드의 체육용품을 생산하는 평양체육기자재공장의 모습. (이미지 출처: 북한의 대외홍보 매체 <조선의 오늘>) ⓒ 뉴스1

또한 2020년 12월 북한 당국은 한류 유포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로 제정하였는데, 법안에는 디자인 관련 내용이 들어있다. 제27조, 28조에는 "한국(남조선)과 적대국의 문화가 반영된 노래, 그림, 사진, 도안(디자인)을 유입하거나 유포하는 자"는 엄격하게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데일리NK 자료 참조, 2021. 7. 20)

남한만 참여한 도쿄올림픽을 보며, 푸른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한 평창올림픽 같은 기적이 앞으로는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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