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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시진핑의 과외금지 vs 전두환의 과외금지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1-07-28 15:53 송고 | 2021-07-30 08:48 최종수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News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News1 

고백건대, 필자는 이른바 '586'(나이 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다. 우리는 행운의 세대라는 것을 인정한다.

전두환의 과외금지 조치로 대학입학이 훨씬 쉬웠고, 한국 경제가 폭발적 성장기였기에 취업도 용이했다.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2030세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우리세대는 대학입시가 쉬웠다. 광주 시민 수백 명을 학살하고 집권한 전두환은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보고 과외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서민들의 인기를 끌기 위해서였을 터이다. 

게다가 대학입시도 본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도입했다. 더욱 대학 가기가 쉬웠던 것은 대학 정원을 20~30% 늘린 졸업정원제 때문이었다.
과외 금지이니 학원을 다닐 수 없었다. 우리 세대는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했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강제학습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교육을 못 받도록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 같다.

자율학습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소수였고, 대부분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읽었다. 필자도 주로 소설을 읽는 축이었다. 덕분에 기자질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당시 학생들은 조금만 열심히 하면 이른바 ‘인 서울’을 할 수 있었다. 전두환 덕분에 입시 지옥이 덜했던 것은 사실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묻는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질문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묻는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질문에 "광주하고 내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며 답변하고 있다.(임 부대표 제공) 2019.11.7/뉴스1

그로부터 약 40년이 흐른 지금. 중국 시진핑 주석이 과외금지 등 사교육 억제책을 들고 나왔다.

중국 당국이 사교육을 잡기 위해 주요과목 과외를 금지한 것은 물론 사교육 기관의 이윤 추구 금지 등 초강경책을 들고 나온 것.

이는 교육 불평등으로 가난한 사람의 자식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사회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사교육비가 너무 높아 젊은층이 아이를 갖는 것을 회피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전두환의 과외금지조치는 변방의 북소리였다. 그러나 시진핑의 사교육 억제책은 자본주의 심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식이 급락하고 있으며, 중국 및 홍콩증시도 급락해 외인의 탈중국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주가는 3일 연속 폭락하고 있다. 미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98개를 추적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는 최근 3거래일 동안 19% 폭락했다. 이에 따라 시총도 1조 달러(1156조) 가까이 증발했다.

골든 드래곤 차이나 인덱스 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골든 드래곤 차이나 인덱스 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중국과 홍콩의 증시도 연일 급락하고 있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의 기술 인덱스는 지난 3거래일간 17% 폭락했다. 위안화도 지난 4월 이래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 외인의 탈중국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도 내심 놀라는 눈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장의 소식을 전한 뒤 곧 진정될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

40년 전 전두환의 과외금지 조치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변방의 나라였다. 그러나 중국의 과외금지 조치는 전세계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여서다.

현재 중국의 최대 문제는 인구감소다. 젊은층이 교육비가 무서워서라도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중국 권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에 칼을 들이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중국 권부의 사고방식은 40년 전 한국 권부의 사고방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드는 칼이 쥐여져 있다. 문제는 칼끝이 결국 어디로 향할지 칼을 쥐고 있는 사람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런 불일치로 세계는 당분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안전벨트를 더욱 단단히 조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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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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