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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박스에 포장된 '세월호 아이들'…기억공간, 임시이전(종합)

유족 측, 자진 건물 해체 및 임시공간 이전 기자회견
차량에 실린 전시품·소지품…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이동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1-07-27 11:31 송고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1.7.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1.7.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이 설치 2년3개월여 만에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한다. 유족 측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완공 후 추모공간 재존치를 서울시에 요구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7일 오전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건물 해체와 임시공간 이전 입장을 밝혔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공사를 위한 철거는 당연히 해야 하고 당연히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그 철거에는 전제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억공간은 분명히 공사가 끝난 후 재존치돼야 하고, 어떻게 잘 운영할지에 대한 협의체 구성은 반드시 있어야 당연한 철거에 협조할 수 있다고 작년 7월부터 일관되게 요청해 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그런 부분에 있어 난색을 표할 때마다 그 부분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었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인 철거 통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서울시와 서울시장의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것으로 앞으로도 그런 행태를 보인다면 가족들과 시민들은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가 끝난 뒤 어떻게 다시 기억과 민주주의, 촛불의 역사를 오롯이 광장에 담아낼지 고민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1.7.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1.7.2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세월호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은 2019년 4월 개관했다. 조성 당시 2019년 말까지 한시적 존치하기로 했으나 2020년과 2021년 연장됐다. 

그러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에 따라 서울시는 이달 초 26일까지 기억공간을 철거해 줄 것을 유족 측에 통보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논의된 재구조화 공사는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진행 중이다. 

유족 측은 이를 일방적 철거 요구로 비판하며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서울시와 대치해 왔다. 박 전 시장 당시 서울시와 유족 간 재존치를 협의하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오세훈 서울시정이 이를 호도했다는 것이다. 유족 측은 임시공간 마련 및 공사 이후 추모공간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 2가지를 요구해 왔다.

대치는 전날(26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시의회 내 임시공간을 조성하는 중재안을 마련하며 일단락됐다. 임시공간은 시의회 1층 로비와 담벼락 등에 조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서울시의회가 정치 공방이나 입장 차이를 내세우는 게 아닌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참사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의 열망을 담기 위한 프로그램 공간 등 지속적인 시의회 차원 노력을 할 것이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또 "기억공간 건물을 철거하는 게 아닌 '해체'하는 것"이라며 "가족들과 기억공간 시공사가 함께 직접 해체해 안산 가족협의회로 가져간다"고 했다.

이어 "이후 다시 재설치해 사용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우지 못했으나 폭력적 철거가 아닌 정성껏 해체해 가족협의회로 가져가 또 다른 방안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참사 이후 모든 국민이 끝까지 추모하고 기억한다고 얘기했는데 정작 그런 시설물을 특정 지역에 둬야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정 지역과 장소 등 어떠한 전제도 없이 추후 협의체를 통해 추모공간의 존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관계자들이 소지품을 포장하고 있다. © 뉴스1 김진 기자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관계자들이 소지품을 포장하고 있다. © 뉴스1 김진 기자

기자회견 직후에는 유족을 비롯한 협의회 관계자들의 전시품 및 소지품 정리가 이어졌다. 유족 측은 이날 차량에 건물 내 전시품 등을 싣고 서울시의회 임시공간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전시품들은 완충제에 겹겹이 쌓인 뒤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에 차곡차곡 담겼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모습을 10×16㎝의 액자에 담아 꽃누르미(얇게 말린 꽃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 작업한 '꽃마중, 우리 잘 지내요' 전시작들도 완충재에 포장돼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상자 위에는 '416가족협의회', '5반 11명, 3반 16명, 6반 10명' 등 내용물을 알아볼 수 있는 메모들이 쓰인 종이가 붙었다. 상자들은 차량 4~5대에 나뉘어 옮겨졌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며칠간 잠을 한숨도 못잤다"며 "이제 서울시의회에 전시품들을 옮기고 나면 안산으로 내려가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할 게 산더미"라고 말했다. 

길 건너편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에서는 이날도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고함이 빗발쳤다. 이들은 유족 측의 차량 너머로 "부끄러운 줄 알라" "집으로 가져가라"고 소리쳤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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