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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설득 또 무산…유족·서울시 10분 대치(종합)

오전 두 차례 설득 실패한 서울시 "강제 철거 계획 없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김도엽 기자, 금준혁 기자, 노선웅 기자 | 2021-07-26 11:58 송고
한 보수단체 회원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기억공간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2021.7.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한 보수단체 회원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기억공간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2021.7.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놓고 서울시와 유가족 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26일 오전 11시쯤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아 "(유가족 등에게) 계속해서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그 다음에 철거 여부를 정하겠지만 오늘은 철거가 예정된 날이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몸싸움 없이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해와 소통을 통해 철거를 할 계획이지만 그게 안 될 경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 안 되는 것을 전제로 할 수는 없고 현재는 노력 중"이라며 "오늘 안에 철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족 및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억공간 보존 및 재배치 등에 관해 서울시에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추가 협의에 대해서는 아직 없고,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의 방문에 기억공간을 둘러싼 시민들과 취재진 등이 한 데 모여 혼란을 빚기도 했다. 양 측은 10분가량 대치하다가 김 과장이 퇴장하며 상황은 종료됐다.
앞서 서울시 측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에도 기억공간을 찾아 "유가족 설득하려고 철거공문 보내고 했지만 모두 거부했다"면서도 "강압적으로 철거할 계획은 없으며 일단 돌아간 뒤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기억공간 철거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내부 사진, 물품을 정리할 계획이었으나 사흘 연속 무산됐다. 23일 유족과 대치 끝에 1시간20여분 만에 철수했고, 24일에도 2차례 방문했지만 모두 빈손으로 돌아갔다.

유족 측은 공사가 끝나면 현재의 기억공간 자리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위치에 크기를 조금 줄여서라도 설치·운영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세월호 기억공간을 다른 장소로 이전 설치하거나 광화문 광장 조성 공사 후 추가 설치하는 것은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철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2019년 4월 개관한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은 조성 당시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존치하기로 하고 설치·운영한 가설 건축물"이라며 "광화문광장 공사 착공시기가 늦어지면서 2020년 1년간 연장 운영된 이후 2021년 재연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광화문 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는 기억공간에 있던 사진·물품 등은 서울기록원에 임시 보관한 뒤 2024년 5월 경기도 안산시 화랑공원에 추모시설이 완성되면 다시 이전할 계획이다.

철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유가족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는 보수 유튜버 등이 기억공간 주변으로 몰려든 상황이다. '진보 대학생'이라고 밝힌 대학생 10여명도 기억공간에 속속 도착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광화문 광장 일대를 돌며 "여러분은 방역 4단계를 위반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확성기로 반복해 외치고 있다. 유족 측과 시민들은 '세월호 기억과 철거를 중단하라' 등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일부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에 사람들이 늘어나자 "14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로 2인 이상 집회나 행사가 모두 금지되고 있다"며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방역수칙 및 행정명령을 준수해달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견을 달리하는 단체들의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경찰력을 배치했다"며 "질서유지선이 유지될 수 있게 협조해주고, 채증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천막 분향소 등을 대신해 2019년 4월 문을 연 79.98㎡(약 24평) 규모의 목조건물이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억공간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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