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연예 > 방송ㆍTV

[기자의 눈] '사과' 하루만에 또 '올림픽' 자막 논란…MBC, 오만인가 무지인가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1-07-26 09:37 송고 | 2021-07-26 13:15 최종수정
© 뉴스1
'공영방송' MBC가 '2020 도쿄 올림픽'을 치르며 연이어 논란에 휩싸였다. 개막식부터 시작된 잡음이 경기 중계에서도 이어지며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다.

시작은 지난 23일 오후 진행된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당시 MBC는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하며 관련한 사진과 문구 등을 삽입했다. 하지만 몇몇 나라를 소개하며 부적절한 사진을 쓴 게 문제였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넣어 인류 최악의 인재 중 하나로 남아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떠오르게 했으며,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에서는 비트코인 사진을 삽입했다. 또한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땐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도 말했으며, 마셜 군도를 소개하며 "한 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 등을 넣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방송으로 보던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지구촌 축제의 장인 올림픽 생중계 때, 각 나라들의 아픈 역사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공감대도 없는 행태에 국내외에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일었다. 이에 곧바로 해당 사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MBC는 생중계 말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MBC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하지만 올림픽은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여기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개막식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MBC의 중계 화면이 퍼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이후 MBC는 개막식 다음날인 24일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들은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도 인정했다.

하지만 비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으로 귀화한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라며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일침을 가했다. 외신도 해당 사건을 주목했다. 영국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한국의 방송국이 올림픽 사진에 대해 사과했다"며 "MBC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여러 국가를 묘사하며 공격적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대부분 엉뚱하고 이상한 것까지 다양했다"고 보도했으며, ESPN은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한국 TV가 부적절한 개막식 이미지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후 여러 경기가 이어지고 메달 소식이 들려오며 다시 '스포츠 축제'로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던 분위기는 하루 만에 반전됐다. MBC가 조롱성 자막을 또 내보내서다. 

25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가 생중계된 가운데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전반전, 루마니아 선수 마리우스 마린의 자책골로 대한민국은 1대 0으로 이긴 상태에서 전반전을 마쳤다. 이때 MBC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문구를 우측 상단에 띄웠다.
트위터 @1beacouchpotato 갈무리 © 뉴스1
라이브로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MBC의 '예의 없음'에 또 한 번 실망했다. 상대팀이 자책골을 넣은 게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개인이 아닌 방송사 그것도 지상파 방송사가 '스포츠맨십'을 잊은 채 1차원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예의, 올림픽 정신을 잊은 듯한 MBC의 행보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넘어 창피해까지했다.

MBC의 이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중계 당시 참가국을 소개하던 중 차드에 대해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케이맨제도를 두고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 회피지로 유명' 등의 멘트를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중징계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후 13년이 흘렀음에도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MBC의 행태는 시청자들을 더 뿔나게 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MBC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일이라도 문제고, '우린 MBC니깐 이래도 되지'란 오만함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욱 실망스럽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올림픽 중계 때 자극적 내용 등으로 시청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페어 플레이' 정신을 지켜 그 누구도 상처 받지 않고 즐겁고 따뜻하게 지구촌 축제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MBC는 이번 올림픽 중계와 관련,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내부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때다.


breeze52@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