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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스타트업이 만드는 신세계] 창업가를 위한 ‘컴퍼니 빌더 타운’

(서울=뉴스1)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신현삼 센터장 | 2021-07-26 08:00 송고 | 2021-09-17 17:17 최종수정
미국의 게임 명가 EA의 ‘심시티’는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지형을 분석해 전기, 수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택지구, 상업지구 등 게이머의 취향에 따른 도시를 설계하는 재미가 있다. 도시계획의 원리를 사실적으로 구현해 교육용 게임으로 쓰이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게임 속에서 나만의 도시를 만들어 본다. 스타트업의, 스타트업에 의한, 스타트업을 위한 도시다. 창업 의지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육성하는 보육 공간,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설 인프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네트워크 공간 등을 꾸며 볼 요량이다.

도시 이름은 ‘컴퍼니 빌더 타운’이다. 꿈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기업가가 되는 도시다. 먼저 타운 중심에 산업단지를 만들었다. ‘심시티’ 규칙상 산업단지를 첨단단지로 업그레이드하려면 교육과 기술 수준을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주변에 전문 대학 설립이 필수다.

대학은 기업의 신기술 수요에 부합하는 혁신 인재를 양성한다. 프랑스의 ‘에콜42(Ecole 42)’는 좋은 참고 사례다. 2013년 설립된 에콜42는 교재, 교수, 졸업장 없는 3無 SW 사관학교로 유명하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단순한 개발자가 아닌 기술과 창의성이 결합한 인재를 키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으면 임직원 대상 교육도 실시한다.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 에꼴42(사진출처: 에꼴42 공식 홈페이지) © 뉴스1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 에꼴42(사진출처: 에꼴42 공식 홈페이지) © 뉴스1

대학을 지을 부지가 없다면 미국의 미네르바스쿨 모델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미네르바스쿨은 100%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7개 나라를 순회하며 국가별 유명 기업에서 인턴십 또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렇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주로 창업이나 세계적  IT 기업에 입사한다.
게임 속 컴퍼니 빌더 타운으로 되돌아오자. 아이디어와 혁신기술로 무장한 창업가가 단지에 둥지를 틀었다. 주변 대학에서 전문 인력도 확보했다. 그러나 자금확보, 경영상의 이슈, 사업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남았다.

다행히 컴퍼니빌더 타운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 기업가나 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커넥트 프로그램이 이와 비슷하다.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대학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 자립조직 커넥트는 산학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금, 인력, 기술 등 벤처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기능을 수행한다.

커넥트를 통해 기술 및 기술 외적인 부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에 연결(Connect)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개발 촉진을 위해 지역 내 대학교수, 벤처캐피탈리스트, 선배 기업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교류하며, 빠른 사업화를 위해 지재권 보호, 특허, 기술혁신 등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밋업, 포럼, 투자설명회를 통해 기업의 기술과 투자를 연결하는 기회도 제공된다.

샌디에이고 커넥트는 기업과 투자자가 만날 수 있도록 IR데이 등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은 지난 7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정글 IR데이’. © 뉴스1
샌디에이고 커넥트는 기업과 투자자가 만날 수 있도록 IR데이 등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은 지난 7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정글 IR데이’. © 뉴스1

커넥트를 통해 창업한 회사들이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면서 샌디에이고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EXIT한 기업이 다시 벤처캐피탈을 설립해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창업생태계도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샌디에이고는 관광과 군수산업에서 무선통신과 바이오 중심 혁신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다.

컴퍼니 빌더 타운은 결과적으로 창업가와 지역 모두에 이득이다. 현실에서도 유사한 추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여러 지자체가 ‘창업친화’ 슬로건을 걸고 지역 내 대학, 대기업, 금융기업 등과 함께 창업클러스터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포함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관련 자원을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현실은 게임처럼 누구 한 명이 독단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창업가, 대학, 투자자, 기업가, 지자체 등 모든 참여자가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한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개방적인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

지역 사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효율성 높은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을 정착시켜,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보여주기 식 정책 방향에 휘둘리지 않을 필요도 있다. 다양한 선행 모델을 검토하여 지역에 맞는 컴퍼니 빌더 타운의 모델을 만들고, 자생할 수 있는 판을 계속 넓혀 나가야 한다.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되는 한국형 컴퍼니 빌더 타운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best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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