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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규 인터뷰]박용만 "얼굴에 머슴 팔자? 선한 영향 줄 수 있는 일 고민"

[뉴스1 창립 10주년 발행인 인터뷰]-①
좌절한 '청춘들'…"사회 향한 부채의식, 내 동력"

(서울=뉴스1) 대담=이백규 대표, 장은지 기자, 주성호 기자 | 2021-07-27 10:00 송고 | 2021-07-27 16:56 최종수정
편집자주 민영 뉴스통신 <뉴스1>(대표 이백규)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대표 리더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만났다. 대선을 7개월여 앞둔 2021년 뜨거운 여름, 변곡점에 선 정치와 경제,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래'를 말했고, '변화'를 호소했다.


7년8개월간 대한민국 경제계를 대표해온 박용만(66)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인생 2막을 펼친다. 곧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에서도 물러나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 숱한 정치권 러브콜을 거절해온 박 회장의 행보에 정재계도 관심이 상당하다. '이제 무얼 할까' 낯설면서도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는 그를 <뉴스1>이 만났다.  

박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가진 이백규 대표이사와의 대담에서 '선한 영향력'을 첫손에 꼽았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겠다는 마음에서다.

박 회장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 이만큼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며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운을 뗐다.

박 회장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그늘에 계신 분들을 돕는 일을 계속 더 많이 하고 싶다"며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젊은이들도 가능하면 몸 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도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퇴임 이후 "앞으로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박 회장은 "다른 분들은 물러나면 못했던 여행도 하고 편한 시간도 가지라는 말을 듣는다는데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무얼 할 거냐 묻는다"며 "그래서 제 얼굴에 머슴 팔자가 쓰여 있냐고 되묻는다"고 껄껄 웃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어느 방향일지 제한을 두진 않았다.

박 회장은 '앞으로 남은 삶을 대승적 차원에서 쓰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뭘 해볼까 생각해보는 자유의 즐거움을 못 가져봐서 당분간은 그 자유와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고 답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7.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7.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많은 혜택 받은 나의 삶…좌절한 청춘들, 몸 사리지 않고 도울 계획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 회장은 국제적인 구호 봉사단체 '몰타기사단' 한국 지부를 이끌고 있다. 매주 2회 따뜻한 밥을 손수 짓는 독거노인 반찬 봉사는 아무리 바빠도 꼭 챙긴다. 6년간 해오며  그 자신이 더 행복했던 일이다. '담장 너머로 먹을 것을 던지는 행위는 안 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직접 몸으로 뛰는 나눔을 실천한다. 그가 구상하는 인생 2막의 중심에는 어떤 형태로든 공적인 삶이 자리한다.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제가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이랄까. 그 테두리 안에서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회를 보면 노력해도 안 되는 주변 환경도 있고 노력할 기회조차 못 갖는 분들도 많거든요."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은 이 시대 청년들에 대한 미안함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사실 젊은 사람들과 만나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젊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의 좌절과 미래 불안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심각한데, 사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원인은 분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청년들이 절망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에서 기인하고, 현 시스템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짚었다. 박 회장은 "우리가 반성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회장 아버지'라는 호칭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와닿았을까.

지난 3월 펴낸 첫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에 두산 직원들과의 따뜻한 에피소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비 장인의 결혼 반대로 고충을 겪는 직원을 위해 이메일을 썼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사원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그 자체로 놓고 보면 따뜻한 관계라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아버지라는 호칭이 훈장과 같은 영광이고, 또 결국은 제게 주어진 책임이고 의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그 책무를 끝까지 다했는가는 모르겠다. 그들은 훈장 같은 영광을 내게 줬는데 난 그만큼 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서번트 리더, 과분한 표현…사회와 가족에 '친근한 사람' 소망

이 대표가 '박용만'을 수식하는 표현으로 '서번트 리더(섬기는 리더십)'를 언급하자 박 회장은 과분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바람이 있다면 저를 바라볼 때 그냥 도움이 되는 친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좋을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어느 시인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고 썼다. 우리 사회에서 톱(TOP)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박 회장이 오르며 보지 못한 꽃이 있었을까.

"왜 없겠습니까. 젊어서는 열심히 일을 해서 뭘 이뤄보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어요. 발전과 성취, 목표만 생각하다 보니 전혀 다른 시각에 대한 생각은 많이 안 해본 것 같아요. 기업인으로서 내가 내 일을 바라보는 시각, 내가 성취를 추구하던 시각과 이 사회의 성숙한 시민으로서 바라보는 시각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겠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생각을 젊어서도 많이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게 좀 아쉽습니다."

"두번째는 가족입니다. 저는 가족관계가 좋은 편이고 가족을 항상 우선순위에 놓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 자식이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많이 알고 있었나 하는 반성이 듭니다. 그런 것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친 꽃들이죠."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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