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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원조가 왔다" 韓 법인 설립한 로블록스…전운 감도는 IT 업계

네이버·SKT 등 토종 메타버스 플랫폼은 물론 엔터·게임업계도 '긴장'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21-07-27 06:30 송고 | 2021-07-27 08:27 최종수정
'로블록스'는 이용자의 생산과 참여가 가능한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메타버스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로블록스 블로그) © 뉴스1
'로블록스'는 이용자의 생산과 참여가 가능한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메타버스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로블록스 블로그) © 뉴스1

글로벌 1위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기업인 로블록스가 한국 법인(로블록스코리아 유한회사) 설립을 통해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강자' 네이버 제페토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게임업계 등 로블록스와 경쟁 관계에 놓일 관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전에도 로블록스 즐길 수 있었는데…한국 법인 설립, 왜?

27일 업계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6월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본금 1억원을 들여 '로블록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원조'로 통한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거나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한 샌드박스 기반 오픈월드 게임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플랫폼에 업로드된 수천만가지의 게임 중 원하는 게임(맵)을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고 가상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물건을 만들어 사고팔 수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마인크래프트'의 상위 버전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고 활용할 수 있다보니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선 로블록스가 코딩 입문용 교육 플랫폼으로 입소문을 탔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22일 오후 5시 기준 로블록스의 게임부문 매출 순위는 16위다. 기존에는 30위 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올해 하반기들어서 메타버스 붐이 일면서 로블록스의 매출 순위도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로블록스가 따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도, 이미 국내에서 높은 매출 순위(모바일 게임 기준)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내 법인을 설립한 것은 국내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가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며,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SKT도 메타버스 플랫폼(이프랜드)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이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정서에 맞춰 만족도를 충족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1위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라고 해도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워진다. 로블록스도 국내 시장 선점의 니즈가 높다는 뜻이다. 

또 로블록스가 국내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유리한 시점이기도 하다. 로블록스코리아의 법인등기를 보면 이들의 설립 목표는 △온라인 게임 및 개발 플랫폼 관련서비스지원 △해외 계열사의 국내 전자상거래 사업 지원 △해외 계열사 서비스의 국내홍보, 마케팅, 기타 사업에 대한 지원 △위 각호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 또는 부대되는 모든 사업 및 활동이 명시됐다. 사실상 본격적으로 수익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블록스의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 어떤 변화 일으킬까?

로블록스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이들로는 국내 1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가 가장 먼저 손꼽힌다. 제페토는 '한국의 로블록스'로 불릴 만큼 로블록스와 비견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보니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임' 기능에 특화된 로블록스와 달리 제페토는 아직 게임 기능은 도입 초기다. 게임 기능 확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한 수익성 측면에서 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제페토에는 각 기업, 금융권, 스포츠구단 등의 입점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고, 실제 협업 논의도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블록스가 마케팅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시장 공략에 나서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미 KB국민은행은 로블록스 내에 가상현실기기(HMD)를 활용한 금융체험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와 동시에 아바타를 활용해서 고객상담이나 이체, 상품 가입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실험에 착수한 상태다. 현실화될 경우 직접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도 아바타가 메타버스 속 가상 영업업점을 찾아 실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기술 확보, 관련법 개정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많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로블록스의 본격적인 국내시장 진출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메타버스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최근 로블록스와 소니뮤직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가상공간 음악 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로 했다. 소니뮤직 소속 연예인들이 로블록스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상 콘서트와 댄스파티를 여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소니뮤직 산하 컬럼비아레코드 소속 인기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지난해 11월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고 약 3600만명(접속자 기준)의 관객을 모았다. 이를 통해 가상의 굿즈를 대거 판매해 수익을 냈다.

국산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 역시 SM, YG, JYP, 빅히트 등과 협업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소속 가수의 3D 아바타 제작에 나서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아이돌 가수 블랙핑크는 3D 아바타를 처음 선보였으며 9월에는 'Ice Cream'이라는 신곡을 발표하고 버추얼 팬사인회를 제페토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업게도 게임사가 개발하고 이용자가 이용하는 일방향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때마침 점점 커지는 과금부담으로 기존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생산하는 로블록스 방식이 대세가 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라는 환경은 그간 게임업계가 주도해온 캐릭터 중심의 게임속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며 "노블록스의 등장은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계, 게임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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