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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만 훑는 윤석열…공약 빠진 행보가 더 키우는 리스크

검찰총장 사퇴 후 넉달간 각계 전문가 만남·보고서 탐독, 그러나 안 보이는 정책
여야 막론 공격적인 정책 발표 행보…尹 측 "8월초까지 민심 청취, 이후 발표할 것"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1-07-22 14:01 송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2021.6.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2021.6.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뚜렷한 정책을 밝히지 않는 것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2일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최근 본인의 실언 등으로 인한 여야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공약 발표를 꼽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에서 사퇴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대권 도전을 선언할 때까지 넉 달 동안 잠행했다. 이 기간 그는 반도체·노동·복지·외교·스타트업·자영업 전문가를 두루 만나며 현안을 파악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책보고서를 탐독하며 검사로만 일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대통령으로서 기본 지식을 갖추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대권도전을 선언한 후에는 정치인을 만나거나 지역 순회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김영환 전 의원,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전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를 방문한 윤 전 총장은 내주 부산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先) 정책공부 후(後) 민심탐방'이란 방식이 비정치인 출신 대권주자의 흔한 정치행보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도 상당히 뜸을 들이고 밝혔는데 공약 발표에 대해서도 같은 인상을 받는다"라며 "특히 어느 정도는 구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데 이를 밝히지 않으면서 도대체 윤석열의 생각은 무엇인지 국민의 궁금함이 답답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달리 여야 유력 대권주자의 정책 발표는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당 안팎의 공세가 거세지자 이날 "청년기본소득을 1년에 200만원, 전 국민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JP(준표)의 희망편지'란 제목으로 연일 대략적인 정책 구상을 공개하고 있다. 홍 의원이 지금까지 밝힌 정책은 부동산·세금·일자리·교육·사형제도·방송 등 분야를 망라한다.

야권의 또 다른 유력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장한 것이 여론의 공론장에 올라서며 주목을 끌었다. 같은당 하태경 의원 역시 '남녀공동복무제' 공약 등을 발표하며 자신의 색깔을 구체화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낮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가 연결통로에 환영 나온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낮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가 연결통로에 환영 나온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윤 전 총장과 비교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감사원장에서 사퇴한지 얼마 안 됐고,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간보기' 이미지를 불식시킨 상황이다. 윤 전 총장과 달리 정책 구상에 관한 시간이 남아있고, 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대권 도전이 유력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발간한 책에서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정책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그의 실언에 대한 공세도 더 거세진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일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여권으로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노동관을 지녔다고 십자포화를 맞았다.

윤 전 총장은 급히 이와 관련한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여권 지지자나 중도층 사이에서는 '주120시간제 옹호' 인물로 낙인찍혔을 위험성이 크다.

경제 분야에서는 지나친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 몰리는 상황이다. 중도외연 확장을 기치로 내걸고 국민의힘 입당을 하지 않고 있다는 그가 오히려 보수의 이데올로기만 강조하는 듯 한 인상을 심어주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이 직을 던진 결정적인 이유로 밝힌 탈원전과 관련해서도 여러 관계자를 만났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은 찾기 힘들다. 비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대안은 없는 셈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이에 대해 "지금은 지역을 돌며 민심을 듣는 일정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고 이 일정이 8월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후 구체적인 공약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구체적이고 뚜렷한 메시지가 없다 보니 공세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정책 발표로 지지율을 드라마틱하게 반전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리스크 관리에는 도움 된다는 측면은 윤 전 총장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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