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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지만 봉사 내꿈 대신 이뤄다오"…임종앞둔 20살 청년 유언장 공개

칠곡, 백혈병 투병 젊은이 목소리 SNS에서 번져나가

(칠곡=뉴스1) 정우용 기자 | 2021-07-22 11:05 송고
5년동안 백혈병을 앓고 있는 경북 칠곡군 유준범씨가 친구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유언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칠곡군 제공) 2021.7.22 © 뉴스1
5년동안 백혈병을 앓고 있는 경북 칠곡군 유준범씨가 친구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유언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칠곡군 제공) 2021.7.22 © 뉴스1

"친구들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고 싶었던 내 꿈을 대신 이루어다오.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고 나는 밤하늘 빛이 돼 함께 세상을 밝히자."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둔 20살 청년의 유언장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유준범씨다.

유씨는 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생의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고 22일 "자신이 다하지 못한 봉사의 꿈을 친구들이 대신 이루어 달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독거노인을 돌보는 등 봉사활동에 앞장섰고 왜관의 순심중 전교학생회장, 순심고 전교 부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과 사교성이 뛰어났고 거친 축구경기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때인 2017년 빈혈 증상이 계속돼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초기 백혈병인 골수이형성이상증후군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2차례에 걸친 항암수술에 이어 누나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아 이식수술까지 한 그는 완치의 희망을 가졌으나 2019년 9월 암은 다시 또 재발했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끝에 잠시 상태가 호전됐다가 지난해 5월 다른 부위로 암세포가 전이됐다.

최악의 상황에도 유씨를 견디게 한 것은 "빨리 나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이었다.

그는 삼성 서울병원 입원 중에도 소아암 병동에 있는 유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봉사활동을 펼쳤고, 2018년부터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

유씨를 살리기 위해 그의 부모는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집을 월세로 돌렸으며 아버지는 낮에는 막노동을 하고 밤에는 식당일을 하면서 치료비를 마련했다.

누나도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지만 지난 1월부터는 항암치료가 무의미해지고 고통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치료가 된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루하루를 수면제와 마약성 진통제로 견뎌내던 중 잠시 정신을 찾은 유씨는 이날 누나에게 자신의 유언을 남겼다.

그는 "친구들아 모두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나 이제 세상을 떠나 별이 된다. 세상을 떠나면 나는 더이상 아프지 않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것 같아 걱정이다"며 "부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내꿈을 대신 이루어주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고 나는 밤하늘 빛이 돼 세상을 밝히자 우리 빛이 되어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 유언장을 군에서 휴가 나오는 한 친구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누나에게 신신당부했다.

어머니 윤경미씨는 "아들은 죽어서라도 세상의 빛이 되고 싶은 마음에 별이 되고 싶어했다" 며 "아들을 기억하고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로 인해 마지막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가 태어나고 자랐던 칠곡군에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이름을 딴 봉사단 모집을 알리는 글이 SNS에 게시되는 등 그의 꿈을 응원하고 기리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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