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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피아]41년전 드라마 '전원일기'에 빠진 MZ 세대들…'옛드'의 역주행

수십년 전 드라마·예능이 MZ세대 2차 창작물로 재확산되는 진풍경
OTT, 유튜브 등 달라진 미디어 플랫폼 환경이 콘텐츠 역주행 배경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김근욱 기자 | 2021-07-24 11:15 송고
편집자주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
약 19년 전 종영한 드라마 '전원일기'가 최근 MZ세대를 파고들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약 19년 전 종영한 드라마 '전원일기'가 최근 MZ세대를 파고들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전원일기'가 MZ세대를 파고들고 있다. '야인시대', '태조 왕건' 등은 '밈'으로 소비된 지 오래다.

약 20년 전 '옛드'(옛날 드라마)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여러 요소가 꼽히지만, 미디어 플랫폼 환경 변화가 콘텐츠 역주행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TV를 통해 일방적으로 콘텐츠가 전파되던 환경에서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자유롭게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기존 콘텐츠 소비 문법을 파괴하는 모습이다. 유튜브 알고리즘 등 추천 시스템도 역주행 현상을 견인하고 있다.

'전원일기'는 지난 1980년 10월  방송을 시작해 2002년 12월 종영한 드라마다. 방송 시작일을 기준으로 하면 약 41년, 종영 일로 해도 19년 가까이 됐다. 그런데 최근 전원일기 다시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아냈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MZ세대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기세에 힘입어 최근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이란 다큐멘터리도 방영됐다.

'전원일기' 역주행의 배경에는 그 시절 감성이 크게 작용한다. 누리꾼들은 힐링 요소를 꼽는다. "복수, 불륜, 범죄 등 피곤한 드라마 천지인데 전원일기는 모든 주제가 해피엔딩이고 마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느낌", "자극적이기만 한 드라마가 넘치는 지금 전원일기의 수수한 맛이 좋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그때 그 시절 감성을 퍼 올리는 건 달라진 미디어 시청 환경이다.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유튜브 알고리즘은 수년 전 영상들이 재발굴되고 밈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이끌고 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전 영상을 퍼 올리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현실에도 큰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18년 전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 19년 전 '태조 왕건', 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는 끊임없이 현실로 호출되고 있다. 중견 배우 김영철, 김응수가 요즘 세대에게도 익숙한 이유다.

'순풍산부인과' 중독자를 자처하는 이지하씨(27)는 "지난달에 유튜브 채널 '5분 순삭'을 보다가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다 보니까 내 알고리즘에 SBS '순풍산부인과'가 뜨더라"며 "요즘엔 안 나오는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처음 봤는데 너무 신선했다"고 말했다.

또 "옛날 드라마 속에서 다른 '문화'를 찾는 것도 너무 재밌었다"며 "놀이터에서 이웃집 친구랑 노는 장면,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 등 옛날 드라마를 보면서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사라지고 있는 문화, 과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좋았다"고 짚었다.

배우 안재모씨가 드라마 '야인시대'를 2021년 재현한 '킹두한TV'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안재모씨가 드라마 '야인시대'를 2021년 재현한 '킹두한TV'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방송사들도 자사 옛 IP(지식재산권)을 재활용해 '옛날 드라마' 콘텐츠만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따로 파고 있다. 옛날 드라마 역주행 현상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도 활발하다. '야인시대'에서 젊은 김두한 역할을 맡았던 배우 안재모씨는 '킹두한TV'라는 채널을 통해 야인시대 주인공 김두한이 2021년으로 넘어왔다는 설정의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B대면데이트', '한사랑산악회' 등 각종 콩트 콘텐츠로 유명한 '피식대학'은 '야인시대' 상황극 '야인시대 외전'을 올리기도 했다.

OTT 환경 역시 콘텐츠 역주행을 뒷받침한다. 이용자 선택권이 강화되고 본방 사수가 크게 의미 없어진 OTT 환경에서 과거와 달리 옛날 드라마도 제작 시기과 관계없이 꾸준히 소비되는 모습이다. 실제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전원일기'는 지난 1월~4월 국내 드라마 시청 순위 10위 안팎을 오갔다.

지난 1~4월 웨이브 국내 드라마 시청 시간 순위 (웨이브 제공) © 뉴스1
지난 1~4월 웨이브 국내 드라마 시청 시간 순위 (웨이브 제공) © 뉴스1

웨이브 관계자는 "OTT 이용층이 중장년 세대로 확장되고, 젊은 이용자들도 커뮤니티를 통해 명작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무한도전', '전원일기', '거침없이 하이킥' 등 웨이브에서 명작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시청 시간 기반 차트 상위권에 해당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웨이브 역시 콘텐츠 추천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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