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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집단감염' 軍지휘부 여건 탓만…나서지 않았다

軍, 보건당국과 구두 협의만…세부 논의 없었다
고준봉함 집단감염 후 '보완' 지시에도 소극 대응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2021-07-20 14:58 송고 | 2021-07-20 15:19 최종수정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7.19/뉴스1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1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해역에서 문무대왕함에 승선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7.19/뉴스1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에 대한 군 당국의 사전 예방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0일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접종 노력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군 지휘부가 감염병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집단감염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상태로 5개월간 작전을 수행한 이유를 놓고 군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입장이었다.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이같은 상황만 계속 강조하다보니 당장 '책임 회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먼저 군이 설명한 상황이다. "올 2월초 문무대왕함을 타고 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해역으로 출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은 모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못했다. 이들이 출항했던 2월8일은 장병 백신 접종 계획이 수립되기 전이었다.

대신 군은 출항 전 청해부대 모든 승조원을 대상으로 2주 격리조치를 취하는 등 선제 방역 행보를 펼쳤다. 국방부는 지난 2~3월 보건당국과 함께 해외파병부대에 대한 예방접종을 구두로 협의했다. 해당 협의에서 해외파병 인원에 대해 주둔국이나 유엔과의 공조 하에 접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청해부대는 다국적군 소속으로 유엔에 백신 지원 요청이 제한된다. 또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별도의 주둔국이 없어 백신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방부와 보건당국은 또 해외체류 장병에 대한 백신 직접 지원은 '백신 해외이송과 접종 관리 등의 문제로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군은 이같은 상황을 언론에 설명했지만, 정작 우리 군 지휘부는 감염 위험지대인 아프리카에서 '무백신 상태'로 5개월 가까이 작전을 수행 중인 문무대왕함 장병 301명에 대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붙는다. 

우선 지난 2~3월 보건당국과의 협의에서 군이 '미접종 상태'로 작전 중인 청해부대원들에 대한 백신 우선 접종에 대한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는 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해당 협의에서는 해외파병 인원에 대해 주둔국이나 유엔과의 공조 하에 접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는 원론적 설명 뿐이었다.

부승찬 대변인은 이날 "청해부대는 군수 적재를 위해 일부 국가에 잠시 기항하지만 주둔하진 않는다"면서 "청해부대가 주로 기항하는 국가는 외국군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허가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해당 국가나 유엔에 백신접종 협조를 실제로 요청했고 거부됐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군 지휘부가 청해부대 장병들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해군 고준봉함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의 함정이 감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부각됐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욱 국방부 장관이 고준봉함 사태 이후 "취약점을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만큼 4월 이후에라도 보건당국과 백신 해외 지원을 위한 세부 논의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국방부는 전날 "청해부대의 경우 국내에서 현지 함정까지 백신 수송 시 콜드체인 유지, 함정 내 백신 보관 관리와 이상반응 발생 시 응급상황 대처 등의 어려움으로 접종이 제한되는 상황이었다"며 백신 직접 지원을 검토했으나 '제한됐다'는 해명을 내놨다.

다만 군 지휘부가 함정 내 집단감염을 진지하게 염려했다면 '조기 교체' 등의 다양한 방안까지도 모색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해부대가 출항 시 챙겨간 '항체검사키트'도 검사 정확도가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보다 성능이 좋다고 평가받는 '항원검사키트'는 청해부대가 출항할 당시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나 항원검사키트의 사용 허가가 떨어진 올 4월 이후에는 얼마든지 군 당국이 청해부대로 지원이 가능했다. 군이 성능 좋은 항원검사키트를 미리 보내줬더라면, 집단감염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청해부대는 지난 10일 부대원 40여 명이 고열 등 증상을 보이자, 항체검사키드로 간이검사를 했고 '음성'으로 확인했다. 청해부대는 닷새 뒤 현지병원의 PCR검사 결과가 나와 확진자가 확인될 때까지 별도의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곧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결국 군 지휘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전체 청해부대 34진 승조원의 82%에 달하는 247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만일 군 당국이 내놓은 이유만큼의 선제 조치나 대응 노력이 있었다면 아마 청해부대원들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국내에 복귀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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