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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등 백신 선도국 "코로나 퇴치 못해…독감처럼 공존 배워야"

'규제→자율'로 방역 정책 선회
전문가들 "아직 치명률 높아…시기상조"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07-12 10:40 송고 | 2021-07-12 11:04 최종수정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9일부터 예정한 대대적인 방역 완화 조치를 강행할지에 대해 현지시간으로 12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2021년 7월 9일 유로 2002 결승전을 응원하는 존슨 총리의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9일부터 예정한 대대적인 방역 완화 조치를 강행할지에 대해 현지시간으로 12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2021년 7월 9일 유로 2002 결승전을 응원하는 존슨 총리의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백신 접종으로 목전까지 다가왔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이 델타 변이 확산으로 요원해진 가운데 1년 반가량 이어진 중앙정부 주도의 규제를 풀고 개인의 자율 방역으로 방침을 선회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은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다루는 방역 정책을 검토 중이다. 이들 국가의 '믿는 구석'은 '높은 백신 접종률'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아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영국·미국·싱가포르·이스라엘, '위드 코로나' 검토

영국은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다시 3만 명을 훌쩍 넘고 있다. 영국의 인구는 6800만 규모로, 지난주 10만 명당 298명꼴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달 중 코로나 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결정은 대담해 보인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달 19일부터 실내외 관계없이 개인이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제적인 거리두기 규정을 없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존슨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도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강제가 아닌 지침 제공 수준의 방역 정책을 펴면서 모든 코로나19 대응을 개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있다. 이에 주(州)별로 방역 정책이 상이한데, 기준도 제각각이다.

백신 접종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캘리포니아에서 미접종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와 대규모 행사 참석 시 음성 증명서 요구 등 엄격한 조치를 시행하는가 하면, 접종률이 전국 꼴찌인 미시시피는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는 식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 정부는 코로나 규제를 대폭 완화한 상황이다. 중앙방역당국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각 학교에 올 가을 정상 개학을 촉구, 아이들의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도시 국가 싱가포르는 아예 당국 차원에서 코로나19를 세계적 대유행병 '팬데믹'이 아닌 풍토병 '엔데믹'으로 다룬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델타 변이 확산 앞에서 방역 정책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오락가락했던 이스라엘도 방역 당국과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vid)'가 가능한지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코로나 독감처럼", "독감과 달라"…전문가들은 '반대' 우세

미국 캘리포니아 한 중학교에 마련된 임시 백신 접종소에서 2021년 7월 6일 한 학생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 AFP=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 한 중학교에 마련된 임시 백신 접종소에서 2021년 7월 6일 한 학생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 AFP=뉴스1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은 모두 세계 상위 백신 접종국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CNN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인구 47.5%가 접종을 완전히 마쳤고, 이 비중은 이스라엘에서도 60%로 높고, 영국 50.9% 수준으로 세계 상위권이다. 인구 규모가 580만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38.8%인 접종 비중을 이달 말 절반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전염력 높은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높은 백신 접종률이 취약 계층을 보호해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 당국의 판단이다. 미국에서 매년 독감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지만 경제 봉쇄는 실시하지 않는 것처럼, 백신이 유중증·사망률을 낮추면 코로나바이러스도 충분히 독감처럼 다룰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유타주 비영리 의료서비스업체 인터마운틴 헬스케어의 감염병 전문가 에드워드 A. 스테네젬은 "가까운 미래에 확진자가 늘겠지만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고 이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면서 강력한 봉쇄에 기반한 지금의 방역 정책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 자문위원인 웨이즈만 연구소의 에란 세갈 교수는 "현재의 접근법은 불확실성을 야기해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얼마나 이를 지속할지, 우리 삶이 이대로 무기한 (비정상을) 지속할지, 이 현실을 바꾸려면 뭘 해야 할지를 자문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섣부른 방역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마틴 맥키 유럽공중보건학 교수는 "코로나19는 독감보다 훨씬 중병"이라며 코로나19를 계절 독감처럼 다루자는 존슨 영국 총리의 발언을 반박했다.

최근 보건 관련 학자 120명은 권위 있는 의학 저널 랜싯에 영국의 '위드 코로나' 결정은 "위험하고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공동 서명한 서한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건부에서 감염병 관련 업무를 하는 라이온 폴레스 박사는 "코로나19는 계절성 질병인 독감과 차이가 있다. 바이러스의 다양한 독성과 백신 효과 지속 기간, 추가 접종 필요 시기가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우리가 그 데이터를 모으고 더 나은 접종이 이뤄질 때까진 '코로나와의 공존'으로 옮겨갈 수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 보건부 자문위원회 책임자인 랜 발리서 교수는 "코로나를 독감처럼 보는 건 장기적 관점이고, 문제는 우리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우리가 빨리 오차 범위가 적은 '정보와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길 바라지만. 지금 접근법을 바꾸는 건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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