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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韓美가 제지나선 '매그나칩' 매각…中정부는 승인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지난달 21일에 허가 결정
美 CFIUS, 韓 산업부 '국가핵심기술' 심사 여부가 변수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21-07-06 05:45 송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News1 DB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News1 DB

토종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Magnachip)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최근 인수·합병(M&A) 계약에 대한 반독점법상 문제가 없다면서 '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매그나칩 측의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중국의 허가를 끝으로 계약이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최근 미국과 우리나라 정부가 '기술 유출'을 이유로 매각 과정을 제지하고 나선 상태여서 M&A 최종 성사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 1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tate Administration for Market Regulation·SAMR)으로부터 반독점금지법과 관련해 합병 계약이 통과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관리위원회 같은 기구로 기업간 인수합병 같은 결합을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매그나칩은 지난 5월 7일 중국 당국에 합병 계약 승인을 신청하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고, 한달 이상의 심사 끝에 지난 6월 21일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매그나칩 본사는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 캐피탈(Wise Road Capital)과 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1주당 29달러로 당시 3개월 평균 주가에 75% 프리미엄이 적용돼 전체 거래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5890억원)로 추정됐다.
매그나칩은 지난 3월 매각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올 하반기에 모든 거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 캐피탈'과 2021년 3월 주식 매각계약을 맺은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의 로고 © 뉴스1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 캐피탈'과 2021년 3월 주식 매각계약을 맺은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의 로고 © 뉴스1

지난 5월말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CFIUS)가 매그나칩과 와이즈로드 간의 주식 계약을 심사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CFIUS는 해외 자본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려고 할 때 여러 관점에서의 영향을 살펴보고 심사하는 정부 기관이다. 중점적인 심사 포인트는 '국가 안보' 분야다.

매그나칩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라 CFIUS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CFIUS가 개입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만약 CFIUS가 이번 거래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면 매각은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반독점법'에 근거해 매그나칩의 매각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계없이 CFIUS가 허가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취소될 수밖에 없다. 매그나칩 측은 지난달 15일 CFIUS가 매각 계약의 모든 절차를 일시 중단하라는 '중간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도 공시했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 한국 정부도 매그나칩의 주식 매각 계약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는 매그나칩이 담당하는 반도체 사업과 연관성이 깊다.

매그나칩은 현재 SK하이닉스의 전신이자 모체인 LG반도체 시절부터 설계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등을 모두 영위한 종합 반도체기업(IDM)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가 하이닉스반도체 시절이었던 2004년 당시 주력이었던 메모리를 살리기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던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사업을 매각하면서 분사된 것이 현재의 매그나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계 사모펀드가 눈독을 들이는 부분은 매그나칩이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른 올레드 디스플레이 구동칩(OLED display driver integrated circuit) 분야다.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TV 등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를 매그나칩이 개발 및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경북 구미 매그나칩 공장에서 노조원들이 '중국자본 매각 결사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독자 제공)/© 뉴스1
지난 4월 경북 구미 매그나칩 공장에서 노조원들이 '중국자본 매각 결사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독자 제공)/© 뉴스1

올레드는 삼성·LG를 앞세운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이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뒤쫓아오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과거 LCD(액정표시장치) 패권 다툼이 치열하던 2000년대 초반엔 SK하이닉스의 LCD 사업부 전신인 '하이디스'가 중국 BOE에 매각됐다가 폐업에 이르렀던 뼈아픈 '기술 먹튀' 논란을 경험한 바 있다. 현재 BOE는 세계 1위 LCD 생산업체가 됐다.

결국 우리 정부도 매그나칩이 중국계 자본에 매각될 경우 올레드 분야에서 심각한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올레드 DDIC를 반도체 분야 신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일컫는다. 관련법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이 외국기업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고자 할 때는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매그나칩도 지난달 16일 공시를 통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11조2항에 의거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합병 신고 및 승인을 받으라는 공문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매그나칩 매각에 '현미경 심사'를 예고한 이유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중국 첨단산업 발전을 저지하겠다는 양국의 목적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매그나칩은 '결합 심사'와 관련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의 승인만 받으면 되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미국과 한국의 매각 심사 개입으로 이번 거래의 최종 결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매그나칩 관계자는 "지난 5월 중국 경쟁당국에 합병 승인을 요청할 때부터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없었고 예상대로 승인 결정을 받은 것"이라며 "현재는 미국 및 한국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계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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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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