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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선임마저…' 이 중사 통화녹취 지우고 2차 가해자 도왔다

20비행단 김모 중사 '증거인멸 혐의' 기소…공모한 김모 대대장도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2021-07-03 11:40 송고 | 2021-07-03 12:33 최종수정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는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 2021.6.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는 고(故) 이모 공군 중사 분향소. 2021.6.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가 생전 피해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놨던 선임 부사관이 사건의 핵심증거가 될 수 있는 '통화 녹취'를 일부러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당 '통화 녹취' 삭제 공모한 등의 혐의(증거인멸)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정보통신대대장 김모 중령과 같은 대대 김모 중사를 2일 각각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사 유족 측과 국방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숨진 이 중사는 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2일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이 사실을 같은 부대 선임이던 김모 중사에게 전화로 처음 알렸다.

이 중사는 이튿날 20비행단 군사경찰이 성추행 피해 신고를 정식 접수한 뒤에도 김 중사와 연락하며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를 비롯해 노모 준위·노모 상사로부터의 합의 종용 등 '2차 가해' 사실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 중사는 이 중사가 20비행단 근무시절 "가장 믿고 지낸"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중사는 이 중사가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된 뒤 이 사건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합동수사·조사가 진행되자, 자신이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이 중사와의 통화녹취 파일 중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김 중사는 2차 가해자 노 준위·노 상사에게 자신과 이 중사와의 통화녹취 파일 중 두 사람에게 유리하게 쓰일 수 있는 부분을 넘기기까지 했다.

해당 파일엔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 다음날인 3월3일 노 상사에게 피해사실을 보고한 뒤 김 중사와의 통화에서 "노 상사가 화가 난 것 같다.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2차 가해자 노모 상사(줄무늬 상의)가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6.12/뉴스1 © News1 김정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2차 가해자 노모 상사(줄무늬 상의)가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1.6.12/뉴스1 © News1 김정근

이와 관련 노 상사는 지난달 12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중사에게 넘겨받은 해당 녹취파일을 증거로 제시하며 자신에게 적용된 2차 가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김 중사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이 중사와의 통화녹취 일부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단은 또 대대장 김 중령에 대해선 김 중사가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삭제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오히려 김 중사를 도와 삭제 흔적을 없애려 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단의 공소장엔 이 중사 유족 측이 지난달 18일 김 중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노 준위·노 상사의 2차 가해 사실을 파악하고도 징계하지 않았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제기한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대신 검찰단은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김 중령이 "피·가해자 분리를 정상적으로 조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해 '성실의무 위반'을 징계 혐의 사실로 통보할 예정이다.

김 중령과 김 중사 기소로 현재까지 이 중사 사건으로 검찰단에 기소된 인물은 장 중사, 노 준위, 노 상사, 그리고 1년여 전 20비행단 파견 당시 이 중사를 성추행한 윤모 준위를 포함, 모두 6명이 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외에도 이 중사 성추행 사건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20비행단 군사경찰이 김 중사와의 통화녹취 파일이 존재하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확보해 사건 수사에 활용하지 않은 사실 등과 관련,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 A씨와 수사계장 B씨를 각각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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