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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에서도 마약 생각'…미국처럼 '약물법원·중간집' 어떨까?

[2021 마약리포트]⑦미국 1만4500여개 마약치료시설, 재활센터 '중간집'도
전문가들 "정부 지원 늘려 재활센터 확대해야"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이승환 기자 | 2021-06-30 07:03 송고 | 2021-06-30 17:33 최종수정
편집자주 경찰의 대대적 단속에도 마약류 범죄가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마약 회복자와 상담가, 수사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재활센터, 병원 등을 취재해 원인과 해법을 진단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20대 중반에 마약을 시작해 10여년간 마약에 빠져 있었다는 박상득씨(40·가명)는 4년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마약 생각이 났다"는 그의 말처럼, 마약중독은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형사사법시스템상 마약 중독자의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재활·치료센터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마약중독자들의 치료와 재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미국은 '약물법원'을 통해 사법부가 마약 투약자를 처벌하기 전 재활 기회를 주는 등 '치료·재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연령·성별·약물 따라 맞춤형 치료에, 가족 대상 상담·교육까지

미국에는 1만4500여개의 마약중독 전문기관이 중독자들을 돕고 있다. 이중 민간기관인 헤즐든 베티포드 재단(Hazelden Betty Ford Foundation)도 플로리다와 뉴욕 등에 17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7000여명이 약물 중독 치료를 받았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센터 관계자는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개인의 나이, 직업, 성별, 문화권 등에 따라 약물 중독 재발 위험도 등이 달라진다"며 개인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에서는 연령·성별·대·성별정체성 등 특성에 따라 다른 치료를 받는다. 또 입원치료와 외래진료, 전화·온라인 진료, 재활공동체 등 프로그램이 다양해 중독자들은 의사와 상담한 뒤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마약 중독자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중독자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중독자들의 사회 복귀도 돕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중독은 '가족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족 전체가 모두 고통 받는다"며 "가족들에게 중독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면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센터에서는 전문 인력을 직접 양성하기도 한다. 고등교육위원회와 국립중독연구인증연구위원회가 인가한 '헤즐든 베티 포드 중독대학원'에서 중독 관련 석사 학위를 딴 동문들은 센터에서 임상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헤즐든 베티포드 재단 홈페이지 © 뉴스1(홈페이지 갈무리)
헤즐든 베티포드 재단 홈페이지 © 뉴스1(홈페이지 갈무리)

◇재활 '사후관리'는 필수…사회 복귀 '디딤돌'도

센터는 중독자들의 치료가 끝난 뒤 '회복코칭'을 통해 사후관리까지 해준다. 약물중독의 경우 언제든 재발이 가능해 치료 이후에도 주변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치료를 마친 이들은 온라인 포털 등을 이용해 평생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센터 관계자는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매일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며 "치료가 끝난 첫 주부터 이후 몇 달까지 코칭을 해주면 장기적으로 마약 중독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에는 실제로 출소·퇴원 후 마약중독자들이 찾을 수 있는 치료공동체 등 사회 연계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중간 집(Halfway House)'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치료를 마친 마약중독자들은 중간집에서 같이 지내면서 독립 교육, 직업 재활 교육 등을 받는다. 이들이 사회 복귀 전 거치는 일종의 '디딤돌'인 셈이다.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 중독자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2019.6.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약물중독자의 회복과 인권을 위한 회복연대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약 중독자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2019.6.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국도 '재활·치료' 필요성 인식했지만, 정부 지원은 '여전'

한국에서도 마약중독자의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무부와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에서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에는 △마약류 중독자 외래치료 지원 근거 신설 △마약류 중독자 교육 전문강사 충원 △마약류 중독자 치료 재활 공동체·중독치료 전문병원 입원 연계 등이 담겼다.

그러나 여전히 마약중독 치료·재활을 위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정한 치료보호시설은 2020년 기준 21개 의료기관, 병상수 300개에 불과하다. 실제로 운영되는 곳은 4,5곳으로 그마저도 정부 지원 부족으로 빚을 떠안고 치료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마약 치료·재활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마약류 남용의 실태와 대책 보고서'를 보면 국비 기준 마약류 중독자 치료비 지원 예산은 2019년 기준 1억2000만원 수준으로, 매년 느는 마약사범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마약 중독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을 구하기 쉬워지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마약중독자들은 추정할 수도 없다"며 "중독자들이 믿고 갈 수 있는 재활·치료시설을 늘려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마약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예산을 확실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임상혁 경기도다르크 센터장도 "마약 중독자들이 교도소, 병원에서 나온 뒤 재활센터로 연계돼 꾸준히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민간재활센터가 전국에 몇 개 없는 만큼 정부 지원을 통해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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