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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한번으로 30분만에 '마약 딜러'와 연결…국가는 왜 막지 못하나?

[2021 마약리포트]⑥평범한 일상에 밀착 '음지의 세계'
"딜러만 없었다면 시작 안했을 것…검색만으로 연결"

(서울·남양주=뉴스1) 이승환 기자, 이상학 기자 | 2021-06-28 06:29 송고 | 2021-06-28 08:52 최종수정
편집자주 경찰의 대대적 단속에도 마약류 범죄가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뉴스1>은 마약 회복자와 상담가, 수사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재활센터, 병원 등을 취재해 그 원인과 해법을 진단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마약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안 벽면에 걸린 그림·사진들. 재활자들 '꿈'을 떠올리며 만든 것이다.2021.06.21© 뉴스1이상학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마약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안 벽면에 걸린 그림·사진들. 재활자들 '꿈'을 떠올리며 만든 것이다.2021.06.21© 뉴스1이상학 기자

김진수씨(가명·27)는 지난해 직장을 구해 인천에 자리 잡았다. 인천에는 의지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었다. 그는 외로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을 검색했다. "실제로 팔까?" 메시지를 보냈더니 딜러(판매상)가 답장을 보냈다. 김씨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것은 마약류였다.
"제가 중독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죠. 저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전까지 마약을 한 번도 한 적 없었는데……"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처음에는 두세 달에 한 번꼴로 투약했다. 그러다 투약자인 A씨와 가까워졌다. 김씨는 그와 어울리며 필로폰을 자주 투약했다. 어느 날은 A씨가 하자고 해서, 또 다른 날은 김씨가 하자고 해서 함께 투약했다.
일반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김씨의 눈앞에 펼쳐쳤다.

"3주 전이었나, 4주 전이었나.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는데 방안이 순간 정신병동처럼 느껴졌어요. '지금 창살에 갇혔다'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어요."

이날 김씨는 방안 창에 설치된 방충망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22일 오후 그와 인터뷰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였다. 자신의 꿈을 생각하며 재활자들이 그린 그림이 센터 안 벽면에 붙어 있었다. 별과 태양, 나무, 하트, 새 모양 등이 그려져 있었다.

경찰이 지난 3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3개월간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2626명이다. 일반 시민들은 "마약 사범들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과 '다른 세계'는 예상과 달리 밀착돼 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마약 딜러와 연결되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진수씨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해 거래를 성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라며 "인터넷에서 딜러만 만나지 않았다면 마약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2020년)에는 "기존 사범뿐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던 일반인도 인터넷·SNS를 통해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로부터 비교적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중독의 끝은 죽음, 아니면 감옥 가거나"

투약자들도 "마약은 나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외로움과 호기심이 한꺼번에 밀려들면 윤리적 판단과 자제가 어려워진다.

B씨(30대)는 영국에서 유학하던 20대 시절 코카인을 투약했다. 한국과 정서가 다른 곳에서 가족 없이 사는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B씨는 의지하던 남자친구가 권한 마약을 뿌리칠 수 없었다. C씨(30대)는 20대 시절 B씨와 어울리며 대마초·엑스터시·코카인을 흡입했다.

임철한씨(가명·25)는 2016년 호주에서 유학하며 코카인을 흡입했다. 유학 1년 뒤 귀국했으나 마약을 끊지 못했다. 그는 마약을 팔기도 했다. SNS에 마약 광고 글을 올리며 마약 구매 자금을 마련했다.

상당수 중독자는 "처음 투약할 때만 해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독될 줄 몰랐다"고 말한다.

"15년 전쯤이었나. 중독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필로폰 생각이 문득 났다. '갈망'했다고 할까."

'경기도 다르크'에서 만난 40대 박광수씨(가명)의 말이다.

그는 "당시 직장 동료도 마약 투약자였고 함께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약했다"고 털어놨다.

동남아에서 대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보내 유통하고 소지, 투약한 혐의 등으로 총책 등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뉴스1
동남아에서 대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보내 유통하고 소지, 투약한 혐의 등으로 총책 등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뉴스1

이후 박씨는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마약류 범죄를 저지르다가 총 6건의 전과가 쌓였다. 박씨는 "재판 하나 걸려 있는 게 있어서 조만간 전과 7범이 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공감하는 중독자가 많을 텐데 필로폰 중독의 끝은 죽음이다. 아니면 교도소에 갇히거나 정신병동에 입원해야 한다."

◇"어떤 얘기도 듣지 않겠지만"

박광수씨에게 '마약 투약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박씨는 "어떤 얘기를 해도 듣지 않을 텐데"라며 운을 뗀 뒤 답했다.

"필로폰을 하기 시작하면 징역을 살아도 치유가 안 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중독됐는지 인식하지 못해요. 15년 동안 투약한 저도 경기도 다르크에서 교수님 교육을 받고서야 '중독이구나' 비로서 깨달았을 정도죠. 어떻게 보면 중독된 사실을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죠."

경기도 다르크에서 재활 중인 김진수씨는 단약한 지 2주 됐다. 그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지금 이 공간과 시간이 현실인 것은 아는데, 뭔가 수수께끼를 다 풀어야 진짜 현실 세계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다. 

김씨는 "지금도 마약이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며 "그래도 예전에는 힘든 수준이 90이었다면 재활센터에 오니 70 정도로 줄었습니다."

마약에 있는 음지의 세계와 평범한 일상 사이엔 눈으로 보이지 않은 철책 같은 경계가 드리워 있었다. 음지의 세계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온몸으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힌 벽보가 재활센터에 걸려 있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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