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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석면녹물' 국공립어린이집 학부모 "구청, 6년간 알고도 방치"

구청측 "예산 투입해 공사 진행하겠다"
학부모 "그동안은 예산 투입 왜 못했냐"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2021-06-28 07:30 송고 | 2021-06-28 09:34 최종수정
2층 복도와 보육실의 석면 천장(어린이집 업무보고서 캡처) © 뉴스1 손연우 기자
2층 복도와 보육실의 석면 천장(어린이집 업무보고서 캡처) © 뉴스1 손연우 기자

부산 남구 소재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생들이 수년째 1급 발암물질인 석면과 녹물에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1 취재로 확인된 가운데, 해당 구청이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당초 어린이집측은 학부모에게 어린이집 2층(231.35㎡)에만 석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통보했는데, 어린이집 1층 일부 교실에도 석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5년 어린이집 1층 석면해체공사 당시 예산부족으로 1층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보육실 1곳을 그대로 뒀다는 사실을 구청측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석면을 그대로 둔 구청측에 대해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다.  

김은경 어린이집 운영위원장은 "어떻게 공사를 하다가 돈이 없다고 공사를 중단할 수 가 있나, 위험한 환경임을 알고도 덮은 것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학부모들이 격분하고 있다"며 "책임기관인 구청은 예비비 등 돈을 끌어서라도 공사를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 구청이 공사비 정도 마련도 못하냐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백번 양보해 2015년에 공사비가 없었다고 한다면, 다음해라도 했어야 됐다. 어떻게 6년간 알면서도 그대로 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장 A씨는 "2015년 공사는 전임 원장이 진행한 부분이고, 당시 공사와 관련해서는 일절 자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A원장은 "2층 석면해체공사를 위해 기능보강비를 신청할 2019년 당시, 견적을 의뢰한 기관에 혹시나 해서 1층에 대해서도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1층에서는 석면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이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어린이집은 2015년 전임원장의 행정적 실수로 평가인증이 취소됐다. 평가인증이 취소되면 난방비, 조리사인건비, 행사비 등 일부 운영비 지원이 3년간 끊기고 건물 보수 지원비인 기능보강비 역시 3년간 신청할 수 없게 된다.

원장 A씨는 일부 지원금이 끊긴 상황에다 평가인증을 새로 받기 위해 건물 내외부 환경과 보육실, 교구 등에 대한 재정비로 예산투입이 불가피했고 이 때문에 운영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원장A씨는 "위탁받은 내내 운영이 어려웠고, 3년간 기능보강비 신청을 할 수 없었다가 지난 2019년 신청을 했지만 지원이 안됐다"며 "2020년에는 구청측에서 지원조차 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서는 구청이 기능보강비 신청을 하라고 해서 해놓은 상태지만, 선정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기능보강비는 통상적으로 건물개보수가 필요한 어린이집에 돌아가면서 지원하거나 긴급한 기관에 대해서는 중복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석면이 몇년간 존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영했던 5년간 지원은 한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층 조리실 온수 배관에서 나온 녹물을 받아놓은 사진2021.06.23© 뉴스1 손연우 기자
1층 조리실 온수 배관에서 나온 녹물을 받아놓은 사진2021.06.23© 뉴스1 손연우 기자

어린이집에 기능보강비는 국비 50%, 시비 50%로 지원된다. 해당 어린이집이 2015년 이후 기능보강비 지원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책임기관인 구청은 따로 예산을 마련해서라도 아이들의 안전한 환경 마련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청측은 어린이집 운영이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지원할 수는 없고 예산을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의 대표자는 관할구청 구청장이고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기관은 구청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어린이집 환경개선에 나섰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구청은 6년간 알고도 공사를 하지 않다가 뉴스1에서 기사 한 번 나갔다고 어디서 돈을 끌어와 당장 공사를 진행한다는데, 할 수 있는데 그동안은 왜 이렇게 못했냐"며 입을 모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2015년 공사 이후 6년 동안 꾸준히 석면해체공사를 요구했었음에도 구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어린이집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예산부족으로 공사가 완료되지 못한 이후 2018년 들어 한 학부모가 석면과 관련해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흐지부지됐다.

지난해에는 남구의회 경제복지도시원원회 행정사무감사 때 박구슬 의원이 이같은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박 의원은 "OO어린이집 시설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언제 개보수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석면에 계속 노출되고 있어야겠네요"라며 "(중략)석면은 조용한 살인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어른의 경우 1년만 일한 사람도 10년에서 40년사이 증상이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아이들의 경우 그 증상이 빨리오기도 한다는데 후에 집단 발발이 되면 어떡하실거예요? 남구청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하면 어떡하실 거예요? 이런 생각은 안 해보십니까?"라고 당시 담당자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당시 구청 담당자는 "국공립어린이집 기능보강 때문에 신경을 쓰는데, 남구 어린이집 석면 면적이 적다보니 기능보강 성적에서 자꾸 제외된다"며 "OO어린이집에 대해 예산을 다시 한 번 산정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구청측은 "지난 2015년 당시 당초 예산보다 초과돼 어린이집 1층에 대한 공사가 완료되지 못했고, 이후 기능보강비 지원이 안된 부분에 대해선 기능보강비 지원기관 선정은 중앙에서 결정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어린이집에서는 3년전 조리실 식수(배관)에서 녹물이 나온다는 차량기사의 주장이 있었다가 최근 3월말께부터는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파악, 최근까지 노즐필터를 끼운 채 사용하다 공론화 되자 구청이 긴급자금을 투입해 지난 26일 공사를 완료했다.    

석면과 관련해서는 기능보강비로 2015년 어린이집 1층에 대한 석면해체공사를 진행했지만, 예산부족으로 공사를 완료하지 못해 현재 1층 보육실 1곳과 2층 보육실 5곳과 복도 등 231.35㎡ 규모의 석면으로 덮여있는 상황이다. 구청 측은 오는 7월 어린이집 여름방학에 맞춰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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