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구글 수수료 논란에 '기업' 말고 '청년'이 분노해야 하는 이유

[구글갑질에 신음하는 젊은 창작자]③결국 '소비자' 문제인데 업계만 골머리
콘텐츠 산업 분야, 35세 미만 종사자 비율 60%에 달해…'청년'의 문제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1-06-29 06:40 송고 | 2021-07-02 06:49 최종수정
편집자주 앞으로 구글플레이 인앤결제만 사용하고 30% 수수료를 내라." 지난해 9월 구글의 일방적 '통보'가 오는 10월부터 현실이 된다.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춰 갓 꽃피우기 시작한 웹툰, 웹소설 등 신생 콘텐츠 업계가 '구글의 갑질'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이른바 MZ 세대가 대부분인 젊은 창작자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뉴스1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뉴스1
위 사진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모바일 게임과 음악 스트리밍 앱이다. 눈여겨 볼 곳은 제목 하단. 리니지M 아래엔 '인앱 구매'라는 문구가 적혀있지만, 멜론 아래엔 해당 문구가 없다.

인앱 구매(In-app). 말 그대로 앱 안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용자가 구글 스토어에 자신의 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다른 결제 시스템으로 이동해 카드 번호를 입력해야하는 수고 없이, 신속한 결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인앱 구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앱 구매의 결제 수수료는 15~30%. 체크카드, 휴대폰 결제 등 외부 결제 수단의 결제 수수료인 1~3% 보다 무려 10배 가량 높다. 겉으로 보면 '자원봉사자'지만 들여다보면 '강도'라 불리는 이유다.

◇ 인앱 구매, 왜 알아야 하는데?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게임 앱에만 적용되는 인앱 구매를 음원, 영상, 웹툰 등 모든 콘텐츠앱에 '의무' 적용키로 했다.
문제는 구글의 이같은 정책에 '업계'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앱 구매' 용어조차 낯선 탓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분노해야 할 일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구글의 인앱 구매가 의무화가 시행될 시 국내 모바일 앱·콘텐츠 기업들이 1년간 추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는 3539억원 늘어난다. 단순히 보면 '기업'이 구글에 내야 할 수수료가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명백한 오산이다.

구글 앱과 애플 앱의 이용료 차이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구글스토어에서 멜론을 다운받아 한 달 이용권을 결제할 경우, 가격은 7900원. 그런데 애플스토어에서 같은 이용권을 결제하면 1만1000원이다.

멜론 만이 아니다.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를 구글스토어를 통해 내려 받았을 때 한 달 이용료는 7900원. 그런데 애플스토어의 경우 1만2000원이다.

이유는 인앱 구매. 애플은 이미 인앱 구매를 의무화하고, 수수료 30%를 떼어가고 있다. 즉, 기업은 빼앗긴 수수료만큼 '가격'을 올린다.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웹소설작가협회, 한국웹소설협회가 공동 발의한 구글 인앱결제 반대 서명 운동 © 뉴스1
한국전자출판협회, 한국웹소설작가협회, 한국웹소설협회가 공동 발의한 구글 인앱결제 반대 서명 운동 © 뉴스1

◇ 인앱 구매, 왜 분노해야 하는데?


구글 인앱 구매 의무화는 나를 넘어 '우리'가 분노해야 할 문제기도 하다. 단순히 돈을 더 내는 문제가 아닌, 창작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웹툰·웹소설 업계의 수익구조는 '플랫폼-에이전시-창작자'로 이뤄져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플랫폼이 먼저 매출의 30% 정도를 가져간 후 나머지 금액을 에이전시와 창작자가 나눠갖는 구조다.

구글이 가세하면 '구글-플랫폼-에이전시-창작자' 구조가 된다. 구글이 매출의 30%, 플랫폼이 30%를 가져가면 에이전시와 창작자 수익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출판·만화·게임 등 구글 인앱 구매 의무화와 직접 연관된 콘텐츠 산업분야 종사자는 약 9만명. 이 중 35세 미만 종사자 비율이 60%에 이른다.

결국 구글 인앱 구매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있는 '청년'이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인앱결제 강제화는 우리나라 젊은 창작자들의 날개를 부러뜨리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 '우리'가 함께 지켜봐야 할 때

물론 기업이 수수료를 걷고 수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구글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수수료 정책 하나에 가늠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적 파장이 일어나는만큼 명확한 '수수료 기준'을 제시해 사업자와 소비자를 납득시켜야 한다.

그런데 구글의 수수료 산정 기준은 '깜깜이'다. 그리고 지난 24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인앱 구매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췄다. 지난 3월에도 연 매출 11억원 이하 기업에게는 수수료를 15%로 낮춘 바 있다.

국내외 콘텐츠 업계의 반발에 '달래기' 조치에 나선 것. 이처럼 오르락 내리락하는 수수료는, 수수료 책정 과정 속에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없음을 방증한다. 

구글의 인앱 구매 강제를 제한하는 일명 '구글갑질방지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24일 회부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구글의 일방통행을 막지 않으면, 15%가 30%를 넘어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다. '기업'만 말고 '우리'가 함께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ukgeu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